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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바야흐로 당신의 시대다 - 울트라백화점 Vol.2: 포스트 서브컬쳐 [전시]

어느새 ‘힙’해져버린 비주류들에게

by 정현승 에디터
2026.04.03 11:08

 

 

‘(...)말씀해 주셨던 것처럼 우리는 모두 주류가 될 수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비주류가 될 수 있는 거고 모두가 다 비주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비주류, be주류’*라는 문구도 있지만, 그렇지만 우리 모두 비주류로 행복할 수 있으니까요.’


*신촌에 위치한 카페 <언더독 커피>의 카피라이팅.

   

*


무언가에 열중했었던 시절에 이런 말을 건넸던 적이 있었다. 동료 에디터가 웹매거진을 발행하던 참이었고, 그 글은 커피계의 ‘비주류’를 판매하던 카페를 다루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그땐 한껏 그런 것들에 취해있었던 것 같다. 세상을 나누는 기준과 그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존재, 그리고 그 선에서 양껏 벗어나 살아가고 있는 존재에게 늘 부족하지만 늘 과도하게 감정이입을 했다. 어느 날은 반쪽짜리 가면을 두 개씩 쓰고 살아가는 기분이 들기도 했었다.


그리고 시곗바늘이 돌고 돌아 2026년 2월,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울트라백화점 서울 Vol.2> 포스트 서브컬쳐가 상륙했다. 3부작 전시 <울트라백화점>의 2번째 전시인 이번 전시에서는 ‘포스트 서브컬쳐’를 다룬다. 여기서 서브컬쳐란 “유행의 속도에 반응하는 취향이 아닌, 시간을 들여 맥락을 이해하고 자신의 기준으로 연결을 선택하는 소비 방식”으로 정의된다. 그리고 서브컬쳐의 시대를 넘어 한 발짝 더 나아간다. 포스트 서브컬쳐, 바야흐로 비주류의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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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포스트 서브컬쳐 시대에서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모든 것을 선택하는 주체인 ‘주체적인 선택자’를 관람객으로 지목한다. 그러니 전시 안의 모든 것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 가끔은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려낸 삶의 궤적을 위한 것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전시는 FINDER, COLLECTOR, CUSTOMER의 세 가지 시선을 반영한 구조로 취향을 탐색하는 여정을 제공한다. 관객은 선택을 감수하는 주체자가 되어 그 모든 취향의 홍수 속에서 자신의 것을 골라내고야 만다.


눈 깜빡하면 있었던 것이 없어지고 없었던 것이 생겨난다. 전시는 그렇게 빠르게 소비되는 콘텐츠와 브랜드 환경 속에서 ‘누가 만들었는가(Who made this)?’에 주목하여 결과물 너머에 쌓인 서사를 조명했다. 관객들은 음악, 영화, 출판, 패션에 다다르며 네 가지 장르에서 자신만의 길을 쌓아온 이들의 이야기를 접한다. 그리하여 그들 존재를 찾고(FIND),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이것저것 수집하며(COLLECT), 마지막에 다다라서 그들의 고객(CUSTOMER)이 될 기회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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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060mag, 닷슬래시대시, 엘르보이스 등 서브컬처 매거진의 인사이트를 수집할 기회를 제공하며 그 시작의 문을 활짝 연다. 어쩌면 그것부터 비주류의 단추를 끼우고 있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지금 당장 가장 인파가 많은 길거리로 달려 나가, 아무나 붙잡고, 평소에 글을 많이 읽느냐고, 그렇게 아주 추상적으로 물어보면, 어떤 답이 돌아올까?


분명하게 느껴지는 건 많은 사람이 크고 확실한 동그라미를 그려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굳이 다른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니 글을 읽지는 않는 것 같다’라거나, ‘글밥이 많으면 눈길이 가지 않는다’고(슬프게도 에디터가 모두 육성으로 들어본 말이다) 말할 수도 있겠다. 주류는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는 거다. ‘굳이’ ‘시간을 내서’ ‘읽지 않는’ 것. 그러니 시간을 들여(더군다나 큰돈이 되진 않을 것임이 자명한) 아무도 묻지 않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글로’ 떠드는 이들이 써 내려간 글들은 비주류의 장을 여는 가장 첫 장이 된다.

 

두 번째 문을 지나면 취향을 탐색하여 수집할 수 있는 COLLECTOR 섹션이 시작된다. <비사이드 레코즈>의 국카스텐, 너드커넥션, 페퍼톤스와 루시 등 아티스트가 제안하는 플레이리스트를 하나씩 모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완성한다. 노래 한 곡 한 곡 모두를 현장에서 접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제약이 아쉽지만, 자신만의 음악적 서사를 쌓아온 아티스트가 5개의 제시어를 주제로 선별한 음악 리스트를 얻을 수 있다니, 진정한 COLLECT이 아닐 수 없다.


그다음으로 <텍스트 에비뉴>에 도착하면, 기성 출판사의 흐름에 따르지 않고 자신의 뜻에 따라 책을 만드는 독립 출판사와 책방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독립 출판이 세상에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들과 그 뜻에 따라서 그들이 만들어 낸 수많은 서사를 마주할 차례다. 어떤 이야기는 나와 지구 반대편만큼 먼 이야기처럼 느껴질 때가 있을 것이고, 어떤 이야기는 나를 똑 닮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그 다양한 질문들을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풀어낸 실마리를 쫓아간다.


<리뷰어스 씨어터>는 김경식, 김호영, 윤가은 등 리뷰어들이 독창적으로 해석하는 독립 영화의 이야기를 담았다. 관객은, 어떤 영화가 있고, 그 영화는 누가 만들었으며 누군가가 출연합니다ㅡ하는 납작한 소개를 넘어 영화를 만들어 낸 이들 못지않게 이야기에 공명했던 관객 리뷰어의 시선을 함께 전달한다. 그러니 전시의 관객은 나에서 너로, 너에서 우리로 이동하며 독립영화가 만든 수많은 세계를 마주한다.


COLLECTOR 섹션의 마지막 단계인 <더 리얼 부티크>에서는 패션을 대하는 애정 어린 태도와 옷 한 벌에 담긴 깊은 서사를 감상할 수 있다. 앞선 전시를 모두 꼭꼭 씹어 삼키며 소화해 냈다면 조금 루즈해질 수 있는 타이밍이자 단조로운 갤러리형 전시 공간인 점이 아쉽지만, 패션을 통해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을 투영해 내는 여럿의 존재를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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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을 적립하는 것은 보고 듣고 느끼는 것에서 나아가 물질적으로 ‘소유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고려해 보았을 때, <울트라백화점 Vol.2>는 그 점을 정확하게 간파하였다고 볼 수 있겠다. 관객은 마지막에 울트라 스토어에 들려 지금까지 지나갔던 수많은 창작자와 출판사의 제품을 직접 마주하고 소유할 기회를 얻는다.


이번 전시는 성원에 힘입어 2026년 5월 10일까지 연장 운영을 결정했다. 개인적인 이야기겠지만 에디터는 평일 낮에 방문했는데도 불구하고, 꽤 많은 사람이 모인 전시장에서 몇 번이나 타인과 몸이 부딪히기도 했었다. 비주류와 주류를 나누는 잣대를 들이민대도, 시대는 조금 빨리 바뀌었는지도 모른다. 어느새 주류가 아닌 것들은 멋진 것이 되고, 탐구하고 싶은 것이 되거나 따라 하고 싶은 것이 되었다. 그러니, 바야흐로 비주류의 시대가 아닐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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