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Review] 반드시 기억해야하는 순간들 - 위험한 그림들

인간이 인간에게 휘두른 잔혹함

by 한정아 에디터
2026.04.01 11:07

 

 

0.위험한그림들_커버표1jpg.jpg

 

 

7만 8천여명의 구독자가 기다리는 칼럼, "후암동 미술관"을 쓰는 이원율 작가가 <위험한 그림들 - 세계사를 바꾼 결정적 순간>을 들고 돌아왔다. "미술이 인생의 해상도를 높인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책을 펼치자, 각 에피소드를 잘 짜여진 드라마 혹은 집요하게 파고드는 다큐멘터리처럼 즐겨달라는 작가의 말이 마중 나온다.

   

정말 그렇다. <위험한 그림들 - 세계사를 바꾼 결정적 순간>은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총 20개의 작품 그리고 20개의 에피소드를 생생하게 다룬다. 시대별로 차례를 구성하여 세계사에 무지한 나도 쉽게 역사적 흐름을 따라갈 수 있도록 인도한다. 또한, 하나의 작품을 내세워 에피소드를 시작하되 당시의 상황을 그려낸 또 다른 작가의, 또 다른 시대의 작품을 함께 제시하여 풍부하고 입체적인 이해를 도와주고 있다.


역사적 지식을 배경으로 그림을 음미한다기보다는, 그림을 통해 역사를 따라가는 듯할 정도로 깊이 있고 일관된 정보를 제공한다. 서양사 중심으로 진행되는 책의 특성상, 유럽권 문화에 대해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 와중에 등장한 김수운의 <천조장사전별도>라는 작품은 이원율 작가가 동양사 시리즈를 출판해주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 만들어주기도 했다.

 

이원율 작가가 소개한 세계사를 바꾼 결정적 순간들 중, 내가 생각하는 가장 위험한 그림 세 작품과, 함께 보면 좋을 다른 매체를 소개하고자 한다.

 

 

 

귀신병에 걸린 소녀들? - 톰킨스 해리슨 매티슨 <마녀검사>


 

IMG_9295.jpg

 

 

마녀사냥. 그리 낯선 단어는 아니지만, 그 역사를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톰킨스 해리슨 매티슨의 <마녀검사>는 1692년 메사추세츠주의 세일럼에서 열린 첫 마녀재판을 담고 있는 그림이다. 그리고 이로부터 약 300여년이 지난 뒤에야 마녀사냥이 사라진다. 마녀라는 건, 본래 타인의 눈길을 피해 숲 속에서 약초와 점성술을 익히며 혼자 살아가는 과부나 고아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그랬던 마녀의 개념이 언제 어떻게 달라지기 시작했으며, 정확히 어떤 사건에 의해 마녀재판이 촉발되었는지 상세히 소개되고 있다.

 

당시 마녀사냥은 마녀사업이 될 정도로 성행했다. 마녀로 판정되면, 그 사람의 소유물 등 모든 것을 빼앗을 수 있었기에 재산 갈취와 정적 제거용으로 번진 것이다. 마녀인지 아닌지 알아내기 위해 불의 길과 물의 길을 걷게하고, 바늘로 찌르고, 가시투성이 의자에 앉혔으며 심지어는 신문하고 고문하여 마녀를 찾는 법을 상세히 기술해놓은 지침서 <마녀의 망치>가 있었을 정도이다. 마녀를 옹호하면 함께 죽임 당했기에 처형 당시 보란 듯이 춤을 춰 즐거워하는 척을 했어야 했다고 한다.

 

미국 소설가 너새니얼 호손의 <주홍글자(The Scarlet Letter)>는 세일럼 마녀 재판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며, 1850년에 발표되었으며 영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또한, 함께 거론되는 작품으로는 미국 극작가 아서 밀러의 “시련(The Crucible)”이 있다. 이 또한 세일럼 마녀 재판을 소재로 전체주의와 종교의 광기를 섬뜩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림이 아닌, 글로 당시 시대 상황을 피부로 느끼고 싶다면, 두 작품을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인간을 사냥한 최악의 흑역사 - 윌리엄 터너 <노예선>



IMG_9296.JPG

 

 

원래 목적지인 자메이카를 실수로 지나쳐버린 선장은 식수 문제 해결을 위해 총 132명의 노예를 물속으로 밀어넣었다. 윌리엄 터너의 작품 <노예선> 에서 사슬에 묵인 다리, 그 다리를 뜯어먹는 물고기와 새, 그리고 핏빛으로 물든 바다의 소용돌이를 보면 그 참혹함을 짐작할 수 있다. 삼각무역이 성행했던 시절, 유럽 노예 상인들은 인간을 정말 말 그대로 "사냥"했다. 토끼 잡듯이 사냥개를 풀고, 덫과 함정을 두고, 온갖 범죄를 일삼았다. 심지어는 해당 지리를 잘 아는 아프리카인을 끌어들여서 전문 사냥꾼으로 키우기까지 했다.

 

132명의 노예를 물속으로 밀어넣은 뱃사람들은 법원에 서게 되었다. 하지만 132명에 대한 살인죄가 아닌, 뱃사람들이 보험사를 소송했기에 법원에 서게 되었다. 충격적인 일이다. 위기 보상 계약상 마땅히 줘야할 돈 (내다 버린 노예 한 명당 30파운드)을 주지 않았다는 주장이었다. 2심까지 진행된 재판에서 모두의 관심사는 식수가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보험료를 타내기 위해 노예를 수장하였는가 아닌가-에 대한 이야기었다. 이후, 언제부터 노예에 대한 살인죄가 인정이 되었으며 노예 해방 운동이 어떻게 발단 했는지, 언제 노예제가 폐지되었는지와 같은 전반적인 역사의 흐름도 자세히 담겨있다.

 

1852년에 발표된 해리엇 비처 스토의 장편 소설 <톰 아저씨의 오두막>을 들어봤을 것이다. 나도 읽어본 적은 없으나, 이 책이 남북전쟁을 일으켰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있었다고 한다. 노예 제도를 혹독하게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소설이 당시 영국과 제국령 전체에 걸쳐 무려 150만부가 팔려나갔을 정도라고 하니 말이다.

 

 

IMG_9297.jpg

 

 

1853년 출간된 솔로몬 노섭의 <노예 12년> 또한 거대한 파장을 일으켰는데, 실제로 미국 남부에 흑인 노예로 납치되어 12년간 노예로 생활한 회고록이기에 그 영향을 더욱 컸다. 2013년 스티브 맥퀸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고, 제 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며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가볍게 볼 수 있는 소재는 아니지만, 윌리엄 터너의 <노예선>을 떠올리며 한번 시청해보는게 어떨까.

 

 

 

광기가 낳은 최악의 학살 - 펠릭스 누스바움 <죽음의 승리>



IMG_9299.jpg

 

 

유대인 화가 펠릭스 누스바움의 <죽음의 승리>를 보자. 난장판이 된 땅 위에서 흥겨운 해골들은 마치 오로지 죽음으로만 이 족쇄를 풀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그림에서 느껴지는 기괴하고 잔인한 분위기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아우슈비츠의 풍경이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지쳐있던 독일이 그토록 빨리 일어나 제 2차 세계대전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건 바로 선동과 날조이다. 유대인을 향한 증오는 그 분노로 조성한 단합을 위한 땔감이었다고 할 수 있다.

 

 

131.jpg

 


<위험한 그림들 - 세계사를 바꾼 결정적 순간>은 제 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상황과 당시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둘러싼 전 세계적인 분위기를 상세히 담고 있다. 가장 컸던 수용소 아우슈비츠 제2호에는 약 130만명이 수용되었고, 그 중 85퍼센트인 110만명이 고통스럽게 목숨 잃었다고 하니 그 잔혹함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이 후, 펠릭스 누스바움은 기적적으로 예비 수용소에서 탈출하여 <수용소에서의 자화상> 그림을 그렸다. 곧 다시 잡혀갔으나, 위의 그림을 통해 당시 참담했던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오랫동안 장바구니에 있던 1946년 출판된 빅터프랭클박사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지금 바로 결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읽어보지 못했으나, 측근이 아주 인상깊게 읽었다고 추천해준 적이 있다. 이 책은 실제 아우슈비츠 수용서에서 겪었던 비인간적인 대우에 대해 서술한 글이다. 심리학자이자 의사인 빅터프랭클 박사답게,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인간의 정신상태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주를 이루며 학술서적에 가깝다고 한다.

 


IMG_9301.JPG

 

 

반대로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1997>은 비교적 유쾌한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홀로코스트를 어떻게 유쾌한 분위기에서 풀어낼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따라붙을 수 있지만, 홀로코스트를 다룬 수많은 영화 중에서도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로 걸작이다. 이것저것 설명하려다가도 결국은 꼭 한번쯤은 보기를 강력하게 추천한다는 말 밖에 할 수가 없다.

 

인간이 어떻게 같은 인간에게 이런 짓을 할 수 있을까. 가장 잔혹한 것은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되돌아보면 정말 광기 어린, 어딘가 단단히 미쳐있는 것 같은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불안이라 생각한다. 당장 자신이 사는게 힘들고, 불안하고, 누군가를 탓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이해하고 정당화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나는 단지 어딘가 현 시대와 닮아있는 그림들을 보면서 그렇게 진단했다.

 


IMG_9303.jpg

 

 

마지막 20번째 에피소드이자 유일한 현대 에피소드, 유대인 학살에 이어 21번째 에피소드를 추가하자면 나는 다가오는 4월을 떠올린다. 우리는 제주도에서 억울하게 학살당한 민간인을 잊지 말아야한다. 6.25 전쟁 다음으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음에도, 그 참담함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한 인지도가 분통하다. 다가오는 4월에는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으며, 역사가 우리에게 남긴 교훈을 읽어야한다. 반복하지 말아야해-라고 목청이 찢어지게 외치는 그들을 보며, 마음 깊이 진정으로 깨달아야한다.

 

 

KakaoTalk_Photo_2026-04-01-11-03-40.jpg

(강요배 작가 <동백꽃 지다>, 4.3 연작 중)

 

 

한정아 에디터의 인기글

많이 읽힌 글 3편
  1. 01 [Opinion] 채식주의자를 읽고 [도서/문학]
  2. 02 [Opinion] 과거가 현재를 구할 수 있는가 [미술/전시]
  3. 03 [Opinion] 녹색 도시 튀빙겐 [공간]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