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어느덧 저는 3년을 꽉 채워가는 직장인입니다. 아직도 어엿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래도 매일 밑 빠진 독 같은 아침잠을 갈망하며 출근하고 있습니다. 직장인이 출근해서 제일 많이 하는 업무는 아마 메일 주고받기일 것 같아요. 메일을 주고받다 보면 다양한 방식의 이메일 인사말이 오는 걸 접할 수 있습니다.
이때 대부분의 첫인사말은 '안녕하세요'로 시작하지만, 그 말 뒤에 물음표를 붙이는 사람도, 느낌표를 붙이는 사람도, 그리고 온점을 붙이는 사람도 있더군요. 저는 세 번째 경우의 사람입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를 잘 쓰지 않는 이유는 둘 다 제가 가진 편견에 근거합니다. 뭐랄까, 첫 번째는 조금 예스러운 것 같다는 느낌이 들고, 두 번째는 과한 활기가 느껴진달까요? 그렇습니다. 제가 이메일에서 취하는 포지션은 '차분한 담당자'입니다.
어제, 제가 요즘 다니고 있는 학원을 먼저 다니셨던 분과 만날 기회가 생겨 재밌게 담소를 나누고 왔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제게 말해주신 저의 첫인상은 '차분하다'였습니다. 저는 평소에 차분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 편이긴 합니다. 그 말을 들으면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지만, 다른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듭니다. '어, 나 차분하기만 한 성격은 아닌데?'
당연히 업무적으로 사람들을 마주할 땐, 그리고 저를 포함한 사람들이 업무적으로 타인을 만날 땐 저의 한정적인 부분만을 가지고 대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저 역시 타인을 제한적으로 대면할 수밖에 없지 않나 싶기도 하고요. 하지만 저는 제가 가진, 서로 다른 결이지만 공존하고 있는 성격들을 설명하고 싶은 마음이 여전히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또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결론에 도달한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저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기도 합니다. 차분하고 싶어서 업무 시간에는 차분한 태도로 사람들을 대하지만, 마음의 거리가 가까워진 사람에게는 저도 모르게 장난을 짓궂게 치기도 하곤 합니다. 아, '진지함(차분함)과 개구짐 사이의 곡예를 매일, 매 순간 타는 상태'가 아무래도 저를 잘 표현하는 문장 중 하나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네요.
알고 봤더니 반대였던 사람
그런데, 앞의 이야기만 듣다 보면 또 너무 유머러스한 사람으로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사실 그런 것치곤 진지함의 끝판왕인 '철학'을 대학에서, 그리고 대학원에서 공부했습니다. 20살이 되기 이전, 저를 처음으로 제대로 그리고 열심히 살도록 동기를 유발해준 과목이 바로 <윤리와 사상>이었습니다. 삶이란 정말 혼돈 그 자체인데, 그것을 논리와 구조로 설명해내는 철학이 저에게는 삶의 많은 '가이드'를 제공해주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또 그렇다고 해서 논증 자체를 분석하는 종류의 철학을 좋아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지난하게 복잡스러운 삶의 나이테 자체를 표현해주는 철학을 좋아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런 철학자가 바로 독일의 '테오도르 아도르노'라고 생각했기에, 그의 책에 깊이 파고들었던 것 같습니다. 아도르노는 제가 말한 그 복잡한 곡예의 궤적을 잘 보여준 학자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그렇다면 제가 현실의 삶에서 아도르노 같은 철학을 가진 사람을 좋아했을까요? 그건 또 아니었더군요. 몰랐습니다. 분석 철학을 전공하는 친구와 이 주제를 얘기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 얘기의 결론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분석 철학을 전공하는 친구는 오히려 현실에 있어서는 그 분석 철학에서 '참'이라고 판단되는 명제들을 적용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와 반대로 저는 현실에서 그 기본 명제들을 무의식 속에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현실에 적용해오고 있었던 것입니다.
현실과 이론은 원래 다른 것인지, 아니면 제가 이론을 현실에 적용하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애초에 현실에 적용하기 어려운 이론을 공부한 탓인지 등의 수많은 생각과 상념이 오고 가는 걸 두고 본다면, 저는 참 다른 한편으로는 진지한 결의 사람이지 않나 하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날이었습니다.
저에 대한 복잡스러운 글을 끝까지 읽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혹은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