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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글을 왜 쓰는가

나에게는 글쓰기라는 무기가 있다

by 윤제경 에디터
2026.03.27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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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왜 쓰는가. 잘 써서, 잘 쓰고 싶어서, 써야 해서. 그런 겉치레 말고 좀 더 깊숙이 들어가 다시, 글을 왜 쓰는가. 들이는 품에 비해 품삯도 적고. 세상사 딱히 도움이 되는 일도 아닌데, 글을 왜 쓰는가. 단어 하나 쓰지 못해 두통에 시달릴 바에야 영어 단어 하나 더 외우고, 마감 시간에 쫓겨 다리를 떨 바에야 수다를 떠는 게 훨씬 더 경제적이지 않나. 그런데 글을 왜 쓰냐는 말이다.

  

글쓰기란, 이러한 회의감을 수시 동반한다. 제아무리 찾아봐도 글을 쓸 이유가 없다. 글쓰기의 효능이란, 싸구려 커피를 마셔도 그 커피를 스타벅스로 둔갑시키고. 목 늘어난 티셔츠를 입어도 왠지 고차원적 이유가 있어 보이게 하는, 그런 허영 외에 아무런 기능이 없다. 글쓰기, 글쓰기 중요하다 하는데 글 못 쓰는 놈들도 잘만 나가고. 글 잘 쓰네, 잘 쓰네 소리를 들어도 콩고물 하나 떨어지는 거 없다.

  

그렇다면, 글을 쓰지 말아야 할까. 경제성 없는 무형적 행위는 거둘 필요가 없는 걸까. 글을 쓰고 싶다면 반문이 아닌 증명이 필요하다. 결기 어린 다짐만으로는 그 수명이 분명하다.

  

다시, 글을 왜 쓰는가. 빼고 빼고 본질만 남겨보자. 나를 위해서가 아닌가. 내가 특별하고 싶어서. 다르고 싶어서가 아닌가. 그렇다면 누구와 비교해 다를 것이고, 어떻게 다를 것인가. 철저한 이해관계를 고찰하고 그 속에서 글을 써야 하는 이유를 발골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잠시 브랜드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글쓰기와 브랜드의 상관관계는 결국 ‘팔아야 산다’는 데 있다. ‘판다’라는 말이 저속함으로 느껴질 수도 있으나, 팔지 못하면 글이나 브랜드나 결국 도태되는 것이 섭리다. 브랜드가 환경을 이야기하고, 사회문제를 이야기하고,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훌륭한 브랜드라서가 아니다. 유능한 브랜드라서이다. 그렇다면 유능한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답은, 브랜드자산에 있다.

  

브랜드자산은 무엇이 브랜드를 강력하게 만드는지, 그 효과를 이야기한다. 브랜드자산은 크게 두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는데. 첫째로는 브랜드 인지도. 둘째로는 브랜드 이미지다. 브랜드 인지도는 브랜드의 식별성을. 브랜드 이미지는 브랜드의 연상을 말한다. 쉽게 말해 브랜드 인지도는 당신이 나를 아는가. 브랜드 이미지는 당신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도로 설명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시 원질문으로 돌아와. 글을 왜 쓰는가. 무엇을 위해 글을 쓰는가.

  

글은 결국 나라는 브랜드를 위해 쓰지 않는가. 나라는 브랜드를 더 많이 팔기 위해, 글쓰기라는 브랜드자산을 이용하는 것이 아닌가. 글쓰기를 통해 나를 아는 사람들의 범위를 넓히고, 나에 대한 연상을 보다 호의적으로 전환한다. 허구한 날 목 늘어난 티셔츠 입고 다녀 한심하게 나를 쳐다보는 슈퍼마켓 아주머니가 나를 보는 시선을 달리 만들고. 내게 누구세요라 묻던 자들에 어서오세요를 말하게 한다. 크게 봐서는 직장에서 나의 신뢰도를 높이고. 유관 부서에 나를 똘똘한 놈으로 소문낸다. 나의 작품에 나도 모르는 작품성을 후첨하고,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 관계자에 나의 존재를 알린다. 나에 대한 노드를 만들고, 그 노드를 연결시켜 더 큰 나를 더 다양한 곳에 더 많이 팔리게 한다.

  

글쓰기는 어떠한 방향으로든 내게 호의적 영향을 끼친다. ‘글’이 기본적으로 가진 연상이 호의적인 것은 물론이거니와, ‘글 쓰는 사람’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호의적이다. 그렇다면, 이제 중요한 건. 보다 구체성 있는 전략이다. 주안점을 내가 원하는 바는 무엇인가, 나를 원하는 자들은 누구인가, 그들에게 나는 어떤 면에서 독특한가로 이동시킨다. 모르긴 몰라도, 글을 쓰지 않는 나보다는 글을 쓰는 내가 경쟁력 있지 않겠는가. 나에게는 글쓰기라는 무기가 있다.

  

다시, 당신은 글을 왜 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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