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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금고에 모인 다섯 개의 욕망 - 연극 ‘불란서 금고’ [공연]

장진 감독 10년 만의 신작, 코미디의 북벽에 오르다.

by 이진 에디터
2026.03.19 13:10

 

 

욕망 없는 인간은 없다. 당당히 드러낼 수 있고, 이뤄내면 선망받는 착한 욕망은 꿈 혹은 자아실현이다. 반대로 숨겨야 할 나쁜 욕망은 도덕과 법의 선을 넘는 범죄다. 착한 욕망은 숭고하고 아름답다 추앙받고, 나쁜 욕망은 추하다고 비난받는다. 그럼에도 모든 인간의 마음속엔 착한 욕망과 나쁜 욕망이 함께 존재한다. 어떤 욕망에 자리를 더 내어줄지 끊임없이 흔들리며 결정하는 과정이 인생인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야기엔 욕망을 이루려는 인물이 목표를 쟁취하려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 목표에 닿기 위한 여정이 괴로울수록, 주인공이 원하는 걸 얻을 때의 카타르시스는 더 폭발한다. 그 목표가 선하고 정의로운 것이든, 끈적이고 뒤틀린 욕망이든 이야기에 몰입한 독자들은 주인공이 목적지에 성공적으로 도착하길 응원하게 된다.

 

 

26불란서금고_메인포스터(사진제공_장차,파크컴퍼니).jpg



장진 감독이 쓰고 연출한 연극 <불란서 금고 - 북벽에 오를 자 누구더냐>(이하 <불란서 금고>)가 2026년 3월 7일 서울 대학로 NOL 서경스퀘어 스콘 1관에서 개막했다. 5월 31일에 막을 내리는 <불란서 금고>는 2015년 <꽃의 비밀> 이후 10년 만에 탄생한 장진 신작이다.


장진 특유의 능청스러운 언어유희와 리듬감이 담겼으면서도, 날카로운 풍자와 묵직한 메시지까지 놓치지 않는 작품은 연일 호평받으며 화제성을 입증하고 있다. 관객들은 ‘장진표 코미디의 매력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110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웃음 뒤에 남는 묵직한 여운이 인상적이다’ 등의 평을 쏟아내며 열광했다.


<불란서 금고>는 ‘밤 12시, 모든 전기가 나가면 우린 금고를 연다’는 규칙하에 은행 지하에 모인 다섯 인물이 벌이는 하룻밤의 소동을 그린 블랙코미디다. 서로의 과거는 물론 이름조차 모르는 이들은 절대 서로를 믿지 않지만, 금고를 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협력해야만 한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아이러니함은 폭소와 긴장을 유발한다. 각자의 목표, 비밀, 복수를 위해 모인 이들의 계산과 욕망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결말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달려간다.


<불란서 금고>의 부제인 ‘북벽에 오를 자 누구더냐’는 극 중 나오는 ‘북벽장춘’이란 이야기에서 비롯됐다.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 모티브인 북벽은 인물들의 맹목적인 욕망을 상징하며, 모두 다른 모양을 하고 있다. 장진은 북벽장춘 우화를 통해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끝을 모르는 인간의 욕망은 어디까지 오를 수 있는지 화두를 제시한다.


장진은 10년 만에 신작을 집필한 계기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본 신구의 압도적인 존재감과 무대를 향한 집념을 꼽았다. 평생을 묵묵히 연기에 헌신한 거장의 깊이에 영감을 받은 장진은, 배우들의 앙상블과 관계의 힘이 극대화된 작품을 쓰고 싶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

 

 

불란서금고_캐스팅공개(사진제공_장차,파크컴퍼니).jpg



<불란서 금고> 탄생에 영감을 준 대한민국 최고령 배우 신구는 탁월한 감각으로 상황을 읽어내는 전설적인 기술자 ‘맹인’ 역으로 출연한다. 맹인 역엔 독보적인 연기력과 카리스마를 가진 성지루가 더블 캐스팅됐다.


논리와 원칙으로 상황을 치밀하게 통제하지만, 치명적인 비밀을 안은 ‘교수’ 역은 장현성과 김한결이 연기한다.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는 현실주의자 ‘밀수’ 역엔 정영주와 장영남이 출연하며 각자만의 존재감과 무게감으로 극을 이끌어간다. 본능으로 움직이는 직진파 행동대장 ‘건달’ 역엔 다수의 무대에서 여러 역할을 연기한 최영준과 <불란서 금고>로 연극 무대에 처음 도전하는 주종혁이 캐스팅됐다.


선한 얼굴 뒤에 섬뜩한 비밀을 감춘 ‘은행원’ 역엔 장진식 코미디를 맛깔나게 살리는 김슬기와 처음 연극에 도전하는 금새록이 출연한다. 작품의 핵심 키를 쥔 ‘그리고’ 역할엔 조달환과 안두호가 캐스팅됐다. 이처럼 이름만으로도 관객에게 신뢰를 주는 12명의 배우가 선보이는 밀도 높은 연기와 앙상블은 작품의 퀄리티를 책임지고 있다.


웃음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점점 깊이를 드러내며, 욕망의 본질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과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다섯 인물은 하나의 금고를 털기 위해 모였지만, 이들의 ‘나쁜 욕망’은 각자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금고엔 무엇이 숨겨져 있을지, 어떻게 열어야 할지, 고군분투하던 인물이 원하는 것을 마침내 쟁취한다는 이야기의 규칙은 지켜질지, 연극 <불란서 금고> 무대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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