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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재즈는 무지 뜨겁고 강렬하니까 [만화]

파랗게 뜨거워질 때까지, 블루 자이언트

by 정현승 에디터
2026.03.13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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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만화 ‘블루 자이언트’의 애니메이션 영화

<블루 자이언트>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취향의 연속성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남들에겐 ‘마이너’라고 불릴지 모르는 것들을 사랑하게 된 이후로는 더더욱 그랬다.

   

시를 좋아한다든가, 재즈를 좋아한다든가 말을 꺼낼 땐 괜히 ‘척’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실없이 부끄러웠던 날도 있었다. 어쩌면 나 역시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혔기에 나는 아직 그들을 잘 모른다고 생각했을지 모르고, 그렇기 때문에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을지 모를 일이다.


그러니 한 편으로는 마음에 100이 있다면 100을 다 해 무언가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부러워진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정신없이 현실 세계와 미디어를 헤매며 그들의 뒤꽁무니를 쫓았다. 그저 바라보았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만난 수많은 옆모습 중 하나가 <블루 자이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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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극장판 개념의 애니메이션 영화 <블루 자이언트>에서는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다이’가 재즈를 하겠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색소폰 하나만을 들고 도쿄로 상경한다. 우연히 라이브 재즈 클럽에서 천재적인 실력을 뽐내는 피아니스트 ‘유키노리’를 만나 팀을 이루게 되고, 다이가 신세 지고 있는 집의 주인이자 그의 고교 동창인 ‘슌지’가 초보 드러머로 팀에 합류하며 밴드 ‘JASS’가 탄생한다.


영화에는 자세히 언급되지 않지만, 사실 다이는 학창 시절 우연히 재즈에 빠진 뒤로 매일매일 강가에서 홀로 색소폰을 연습해 왔다.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착실히 받아 자연스럽게 연주자가 되는, 소위 말해 엘리트 코스를 따르는 이들이 다분한 음악계에서는 다소 엉뚱한 시도일 수 있겠다. 재즈와 같은 오랜 시간 사랑을 받고, 이제는 주류에서 아주 살짝 비껴간 ‘진짜들의 장르’ 같은 재즈에서는 더더욱 그런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다이의 음악관은 조금 다르게 선명하다. 다이에게 재즈는 그저 즐거워지는 것. 듣는 이가 누구여도 그를 즐겁게 할 수 있다면 좋은 음악이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말하는 그에게 이기고 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저 좋은 리듬과 선율이 만나 즐거운 재즈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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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블루 자이언트>는 재즈 밴드 JASS가 결성되고 우여곡절을 넘어 도쿄 최고의 재즈 클럽 ‘so blue’에서 공연을 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열여덟의 세 사람은 각자 처한 상황도, 추구하는 것도 모두 다르다. 하지만 그 다름은 오히려 재즈를 만든다. 같아질 필요가 없다. 합을 맞춘 코드 안에서 적당히 서로의 개성을 뽐내어 튀어 가며 하나의 음악을 만드는 게 재즈니까.

 

피아노 학원 선생님이었던 어머니를 따라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시작한 유키노리는 나이에 걸맞지 않은 천재적인 실력을 갖췄다. JASS를 위한 곡을 쓰는 데에도 출중한 실력을 보이는 그는 오랜 꿈이었던 So Blue에서의 공연을 코앞에 두고 교통사고를 당해 오른손을 크게 다친다.


JASS는 피아노를 제외한 채 이례적인 드럼과 색소폰 듀오로 So Blue에서의 공연에 오른다. 성치 않은 몸과 다치지 않은 왼손으로 앙코르 공연에 함께하기로 한 유키노리는 온 힘을 다해 재즈를 연주한다. 각자의 간절한 마음이 함께다. 최고가 되고 싶은 어린 색소폰, 이 무대가 자신의 마지막임을 아는 드럼과 앞으로 너무 많은 시련을 앞두고 있는 피아노의 선율. 재즈 밴드는 영원히 함께하지 않는다. 영화 초반 타오르는 열정, 아름다운 청춘을 담았던 그들의 합주는 후반에 이르며 또 다른 감정을 선사한다.

 

몰아치는 연주를 듣고 있자면 처음에는 느끼지 못했던 안타까움과 시절처럼 반짝이며 지나가 버린 청춘을 마주한 것만 같은 마음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똑같이 파랗게 타오르는 재즈인데도.

 

그저 부러울 줄만 알았다. 그렇게 영원히 노력할 수 있는 꿈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냥 생각했던 것도 같다. 하지만 <블루 자이언트>는 쉴 새 없이 앞을 보고 나아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앞을 보는 사람도, 여기서 잠시 멈출 사람도, 슬프지만 어떤 것에 가로막힌 사람도 있다.


<블루 자이언트>는 녹록지 않은 현실과 극적인 전개 사이에서 세 사람이 만들어낸 재즈를 멋지게 담아냈다. 어쩌면 세 사람이 나눈 대화보다 세 사람이 만들어낸 음악 소리에 마음이 더 움직였던 것도 같다. So Blue에서의 세 사람의 마지막 합주는 언젠가 다이가 했던 대사를 떠올리게 만든다. 재즈는 무지 뜨겁고 강렬하니까.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건 누군가가 만든 허상 속의 강박일지도 모르겠다. 재즈의 파랗고 뜨거움을 사랑하는 다이의 옆모습처럼, 그저 그 즐거움을 잘 느낄 수 있으면 그만일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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