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배구에 청춘을 바친 그들의 이야기 - 하이큐 [만화]

글 입력 2024.05.3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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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하이큐 극장판이 50만을 돌파하면서 국내 흥행에 성공하였다. 나 역시 개봉일에 친구와 함께 보러 가서 흥행에 보탬이 되었다. 개봉일부터 영화관은 하이큐 극장판을 보려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굿즈는 거의 매진되었으며, 캐릭터 등신대와 사진을 찍는 곳은 기다릴 엄두가 안 날 정도로 줄이 길었다.


영화가 끝나고 주변에서 관객들의 감탄 섞인 감상평이 들려오고, 친구와 나도 아주 만족스러웠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하이큐를 만화책으로 자세히 본 적도 없었고, 하이큐 팬이라고 할 정도의 팬심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몇 년 전에 애니메이션으로 재미있게 본 것이 다였다. 그런데도 이번에 영화관까지 보러 간 이유는 내가 유일하게 재미있게 봤던 스포츠 애니메이션이었고, 아주 잘 만들어졌다는 평을 받고 있어서였다.


어느 정도 기대하고 보러 가긴 했지만, 극장판을 보는 내내 연출에 감탄하고 캐릭터들 간 서사에 울컥하기도 하면서 하이큐의 세계로 완전히 빠져들었다. 실제 배구 경기 시간과 똑같이 맞춘 영화의 러닝타임이 끝난 후 진짜로 배구 경기를 직관한 것처럼 여운이 몰려왔다.


그리고 내가 스포츠 만화 중 하이큐를 유일하게 재미있게 봤던 이유가 떠올랐고, 사람들이 왜 그토록 하이큐에 열광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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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개인적으로 하이큐의 가장 큰 매력은 캐릭터들 간의 탄탄한 서사와 모든 인물에게 서사를 부여한다는 점이라 생각한다.


보통 만화, 특히 대부분의 소년 만화에서는 주인공에게 서사를 더 부여하고 주목시킨다. 주인공 외에 나머지 인물은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조연이나 적, 스쳐 지나가는 엑스트라에 불과하다.


하지만 하이큐는 주인공 팀의 상대 팀을 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배구를 하며 청춘 시절을 함께 지나고 있으면서 서로 대결을 통해 성장하는 선의의 경쟁자로 묘사한다. 그래서 악역이라 말할 수 있는 인물이 없는 것은 물론 주인공 팀뿐 아니라 상대 팀 캐릭터에게도 탄탄한 서사를 부여하기에 마냥 주인공 팀만을 응원하게 되지 않고, 상대 팀 선수에게도 개성을 부여하여 주목하게 한다. 그래서 그런지 하이큐는 거의 모든 캐릭터의 팬덤이 존재한다.


그리고 하이큐의 팬이라면 다 알 만한 유명한 장면과 대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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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도 했어, 배구를"

 

 

이 대사는 하이큐 1기 초반에 대결에서 패배하고 사라지는 약체팀의 선수들이 한 대사이다. 이 대사가 나온 장면에서 주인공 팀과 마주한 약체팀은 본인들이 패배할 것임을 예상하면서도 경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경기에 임한다. 끝내 패배했지만, 자신들도 청춘을 배구와 함께했음을 자랑스러워한다.


약체팀, 패배자를, 그저 주인공을 돋보이기 위한 장치로서만 묘사하지 않고, 실력과 관계없이 열정적으로 배구를 했던 배구 선수, 있는 힘껏 무언가에 몰두하고 열정을 쏟아부었던 청춘으로 표현한다.


이번에 흥행한 ‘극장판 하이큐!! 쓰레기장의 결전’에서도 주인공 팀인 카라스노 고교가 승리하긴 하지만, 메인 주인공인 히나타 쇼요와 카게야마 토비오의 서사보다 상대 팀인 네코마 고교 선수들의 서사를 더 조명하고, 주인공 팀에 속한 다른 선수들의 서사까지 곳곳에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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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하여 하이큐는 불리한 위치에 있는 주인공이 점차 성장하며 승리하고, 강한 상대를 마주하고 이기면 다음에 또 더 강한 상대가 등장하는 등 소년만화의 클리셰적인 요소들을 많이 따르고 있다.


그러나 진부하다는 느낌이 없다. 그 이유는 주인공만 조명하지 않고 거의 모든 캐릭터에게 서사를 부여하는 동시에 캐릭터 간의 서사들이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더 탄탄해지는 스토리 덕분이다. 이로 인해 뻔해질 수 있는 클리셰가 오히려 큰 재미와 몰입감으로 이어진다.


또한, 배구 경기에 대한 고증이 잘 되어 있다는 점도 한몫한다. 실제로 김연경 선수가 하이큐를 보며 현실감이 있다며 칭찬하기도 했으며, 이번 극장판의 스페셜 GV에도 참여하여 디테일에 대해 호평하기도 했다.


더불어 배구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자세하게 룰을 설명해 주는데, 그 자세한 룰 설명이 부자연스럽지 않고 적절히 스토리에 녹아든다. 그리고 작가의 학창 시절 배구부 활동을 했던 경험과 철저한 사전 조사, 섬세하고도 박진감 넘치는 연출은 마치 눈앞에서 배구 경기가 진행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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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스포츠 애니메이션답게 하이큐 속 인물들의 성장과 무조건 승리와 패배가 있을 수밖에 없는 스토리는 짜릿함을 느끼게 한다.


또한, ‘나는 이토록 열정적으로 무언가에 청춘을 바친 적이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데, 꼭 배구가 아니더라도 무언가에 푹 빠진 적이 있는 사람에게는 그 청춘을 회상하게 할 것이고, 그러한 경험이 없다면 대리만족을 느끼게 하거나 앞으로 어떤 일에 열정을 쏟아부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면서 설렘과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하이큐는 어떤 인물도 단순히 한번 스쳐 지나가는 엑스트라로 남겨두지 않고 소중히 대하여 시청자들이 주인공 이외의 인물들에게도 애정을 갖도록 한다.


실제로 이번 극장판을 관람하면서 내가 울컥하고 감정이입을 한 부분도 상대 팀인 네코마 고교의 선수인 코즈메 켄마가 경기 후반에 처음으로 배구가 재미있다고 말한 부분과 카라스노 배구부의 전 감독이 아직도 현역 감독으로 활동하는 네코마 배구부의 감독이 TV 속에서 악수하는 모습을 보고 TV 너머로 악수를 건네는 장면이었다.


더 나아가 이처럼 인물 하나하나 모두 주인공인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점은 괜히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두가 주인공이라며 우리에게 위로를 전하는 듯하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 주인공 외 주변 인물들에게도 탄탄한 서사를 부여하는 점, 현실감이 있는 배구 경기의 묘사와 박진감 넘치는 연출, 우정과 경쟁 관계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 대리만족, 짜릿함 등이 하이큐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아직 스포츠 애니메이션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면 배구에 청춘을 바친 소년들의 뜨거운 열정이 담긴 하이큐를 보며 배구의 매력에 푹 빠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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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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