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4개월 동안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로 활동하면서 가장 많이 쓴 카테고리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대학 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써두었던 에세이를 퇴고해서 올리거나 갑자기 떠오른 생각을 글로 옮겨 적기도 하면서 사적인 생각을 마음껏 풀어내는 기회였다. 매주 글을 쓰는 것이 마냥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글을 쓰는 데 가지고 있던 긴장이나 부담을 덜어냄과 동시에 내적으로 사고가 많이 성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모든 걸 쏟아낸 글이 있는 반면 아무리 고쳐 써도 마음에 들지 않는 글도 있다. 꼭 좋은 작품을 감상해야만 좋은 글이 나오는 것도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너무 좋아서 덧붙일 말이 없었던 작품도, 너무 좋아서 하고 싶은 말이 넘쳐나는 작품도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조금은 과하거나 부족하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확실한 작품도 내게 좋은 영감을 주기도 한다. 쓰고 싶은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날도 있었지만, 오히려 정말 좋았던 작품을 본 뒤에는 한동안 아무 문장도 쓰지 못한 적도 있다. 감정은 분명히 남아 있는데, 그걸 정확하게 옮길 표현을 찾지 못해 시간을 보내곤 했다. 공연을 보고 돌아온 날이면 노트북을 켜두고 몇 줄 쓰다 지우기를 반복했다. 괜히 내 해석이 작품을 단순하게 만들어버리는 건 아닐지 고민하기도 했다. 너무 좋아서 벅차올랐던 작품은 더더욱 망설였다. 그러면서 ‘잘 써야 한다’는 생각이 쌓일수록 글이 더 무거워진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매주 마감을 지키며 글을 올리다 보니, 완벽하지 않아도 일단 끝을 내는 힘이 조금은 생긴 것 같다. 누가, 얼마나 읽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시기의 내 생각을 기록해 두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 다시 읽어보면, 그때 어떤 고민을 하고 있었는지 비교적 솔직하게 남아 있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이 활동은 내게 화려한 경험이라기보다, 글을 대하는 태도를 조금 다듬는 시간이었다. 쓰는 일이 직업이 아니더라도, 꾸준히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연습을 할 수 있었던 점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이런 기회를 통해 내 생각을 외부에 내놓고, 정기적으로 글을 써볼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소중한 경험이었다.

 

에디터로 활동하던 중 아트인사이트에서의 인연을 이대로 마무리하기엔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 컬쳐리스트에 지원하기로 마음 먹었다. 컬쳐리스트는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활동이 종료된 후 보다 넓은 사용 권한을 가지고 후속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다. 내가 컬쳐리스트로 활동하게 된다면 가장 기대되는 점은 칼럼, 에세이, 오피니언, 작품기고 탭을 모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에디터로 활동하면서 주로 리뷰와 비평 형식의 글을 써왔다면, 컬쳐리스트는 조금 더 자유롭게 저의 생각을 펼칠 수 있는 자리라고 느꼈다. 특히 활동을 하며 생긴 변화 중 하나는 직접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아직은 짧은 엽편 소설 수준이고 습작에 가깝지만, 누군가에게 보여줄 기회가 없어 아쉽기도 했다. 작품기고 탭을 통해 내 글을 공개해 본다면 스스로 시험해 보는 계기가 될 것 같고, 독자의 시선을 통해 내 글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지난 활동을 통해 느낀 점은 문화예술은 함께 나눌 때 더 오래 남는다는 사실이었다. 평소에는 혼자 공연을 보는 것에 더 익숙했지만, 문화초대를 통해 지인과 함께 공연을 관람하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작품을 보기 전 나눈 기대와 관람 후의 대화가 감상의 일부가 되었고, 같은 장면을 두고도 전혀 다른 해석이 나온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컬쳐리스트로 활동하게 된다면 이러한 경험을 더 적극적으로 쌓고, 단순한 관람 후기가 아니라 함께 나눈 이야기까지 담아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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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스트 지원서에는 이러한 문항이 있다. 자기 자신을 위한 자유질문 1건을 스스로 기입 후 질문에 대한 답변을 부탁드립니다, 라고. 이 질문을 보자마자 수많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지만 근본적인 질문을 해보고 싶었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끝으로, 에디터로서의 마지막과 컬쳐리스트로서의 시작을 알리고자 한다.

 

저는 왜 계속해서 문화예술에 대해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일까요?

 

저는 무언가를 보고 느끼는 순간보다, 그 감정을 정리하는 데 더 오래 걸리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공연을 보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나, 책을 덮은 뒤 불을 끄기 전, 영화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간 극장에서 멍하니 앉아 있을 때면 꼭 마음 한구석에 설명되지 않는 감정이 남습니다. 바로 말로 꺼내기엔 어딘가 부족한 그 감각이 저를 다시 노트북 앞으로 앉게 만듭니다.

 

제가 문화예술을 좋아하는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제 삶과 직접적으로 닿아 있지 않은 이야기인데도 이상하게 정확하게 마음의 한구석을 건드릴 때가 있습니다. 분명 타인의 이야기인데, 읽다 보면 제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저는 그 순간을 그냥 넘기지 못합니다. 왜 그 장면이 오래 남는지, 왜 그 대사가 마음에 걸리는지 스스로 납득하고 싶어서 결국 글을 씁니다.

 

글을 쓴다고 해서 세상이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저는 조금 달라집니다. 막연했던 감정이 문장이 되는 과정을 거치면, 제가 무엇을 느꼈는지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 글이 타인에게 닿을 때부터 제 글은 독백이 아닌 대화가 됩니다.

 

아마 저는 앞으로도 계속 쓸 것 같습니다. 문화예술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고, 그 과정을 통해 저 자신을 이해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계속 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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