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다는 뜻은 몸과 정신이 무탈하고 튼튼한 상태를 말한다. 이런 사전적 정의에 기대어 생각해 보면 나는 건강과는 다소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는 듯하다. 감기와 같은 크고 작은 잔병치레를 반복하고 체력도 적은 편이며 스트레스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몸도 정신도 '튼튼하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렵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면 나만의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현대인들 역시 저마다의 병을 안고 살아간다. 누군가는 허리 통증을 달고 살고 누군가는 만성 피로에 시달린다. 또 다른 누군가는 겉으로 멀쩡해 보이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번아웃과 우울을 견디고 있다. 완전히 무탈한 몸과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생각보다 드물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우리는 모두 건강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또는 건강한 삶은 소수의 사람만 누릴 수 있는 상태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지금의 시대에 건강이란 '아프지 않은 상태'가 아니라 '회복할 수 있는 상태'에 더 가까워졌는지도 모른다.
건강 관련 TV 프로그램을 보면 유난히 밝고 건강해 보이는 사람들이 나오는 걸 종종 본 적이 있다. 활력이 넘치고 자신의 삶을 단단히 살아가는 모습은 인상적으로 느껴진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큰 병을 앓았었고 긴 치료와 시간을 거쳐 지금의 일상을 되찾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를 통해 건강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버텨낸 시간과 회복의 결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몸의 병이던 마음의 병이든 중요한 것은 아프지 않은 완벽한 상태가 아니라 다시 일어설 힘이 아닐까. 넘어지지 않는 삶은 없다. 다만 넘어졌을 때 자신을 돌보고 필요한 도움을 받고 천천히라도 제자리로 돌아오려는 움직임이 있을 때 우리는 다시 살아간다.
문득 행복한 삶보다 건강한 삶을 사는 게 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행복은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순간에 가까워 보인다.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반면 건강은 그렇지 않다. 지금의 욕구를 잠시 미루고 몸과 마음의 신호를 살피며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선택의 연속에 가깝다. 그렇기에 건강한 삶은 의외로 더 많은 의지와 돌봄을 요구한다.
건강하게 사는 일은 너무 어렵기 때문에 건강한 삶은 완벽하게 무탈한 삶이 아닐지도 모른다. 조금은 약하고 때로는 흔들리며 크고 작은 병을 안고 살아가더라도 다시 회복의 방향으로 걸어가는 삶. 아픔을 부정하지 않고 그럼에도 삶을 이어가려는 태도를 잃지 않는 삶이 건강한 삶이지 않을까 싶다.
나 역시 몇 개월마다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는다.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고 뒤늦게 건강을 생각하며 후회하기도 한다. 그 사실만 놓고 보면 나는 건강과 거리가 먼 사람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픈 곳을 외면하지 않고 몸의 신호를 무시하지 않으며 조금이라도 나를 돌보려고 선택한다는 것. 그것 또한 나에게는 하나의 회복 방식이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이 완벽하게 건강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나를 돌보는 방법을 배우고 있고 무너질 때마다 다시 일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어쩌면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충분히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중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