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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집착을 내려놓다

고요한 마음을 배워간다

by 윤지원 에디터
2026.02.12 13:16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줄 알았는데 벌써 한 달이 지나가버렸다. 왜 항상 미시적인 시간은 느린 것 같은데 거시적인 나날은 빠르게 느껴질까? 이런 걸 느낄 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철학적으로 해석되기 딱 좋다고 생각해본다. 물론, 이름만 따온 나만의 '상대성 이론'이다.

   

요즘은 느리게 흘러가는 줄 알았던 시간조차 예전보다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다. 최근 공부하는 게 생겨서 이것저것 자료를 찾아보고 있는데, 그러다보면 어느 새 자정이 된다. 허겁지겁 잠자리에 누워보지만 조금 더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들어 눈이 쉽게 감기지 않는다. 내게 조금만 더 여유가 있었으면 더 많이 찾아볼 수 있을 텐데 왜 시간이 이렇게 없을까 하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이 자꾸만 든다.


아쉬운 마음, 당연히 들 수 있는 정상적인 생각이지만 이것이 커지고 커져 현실에 대한 불만이 되어버리면 내 마음이 괴롭다. 한창 내 처지를 비관할 때도 '조금 더 이렇게 해볼걸', '이렇게 했으면 내가 지금 이러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으로 시작한 게 '나는 왜 이렇게 살까', '언제까지 이렇게 힘들까', '모든 게 싫고 화가 나고 슬프다' 라는 생각까지 갔었다. 조절을 해야하지만 쉽지 않다. 이렇게 불만으로 내 삶을 도피하기 시작하면 책임을 나 자신에서 찾지 않아도 되니 덜 불편했기 때문이다.


최근에 서점에 갔다가 베스트셀러라고 파는 책을 봤다. <초역 부처의 말>이다. 나는 서점에 가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항상 이 책을 봤었다. 그러나 실제로 내 생각과 마음가짐을 바꾸기 위해선 나의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지나치곤 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날 따라 겉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한 권 사갖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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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앞에 앉아서 책장을 펼쳐본다. 긴 글은 아니다. 짧은 문장 위주로 챕터 별로 구분되어 있다. 후루룩 넘기다 눈길을 끄는 페이지를 발견했다.

 

 

어떠한 사상이나 철학도 모두 버린다


당신이여, 내게는 '나의 생각은 OO다'라는 사상 같은 건 없습니다. 그 어떤 사상에 집착한다 해도, 그 집착은 고통을 낳기 때문입니다.


온갖 생각과 사상이 마음을 혼란스럽게 만든다는 걸 깨달았기에, 나는 어떤 생각에도 집착하지 않습니다.

 

나는 그 모든 철학과 사상을 버리고 좌선과 명상으로 내면의 편안함을 찾아냈습니다.

 

- 경집 837

 

 

일단 나는 불자가 아니다. 불교를 종교가 아닌 철학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불교 철학에 대해 관심이 많을 뿐이다. 그런 내게 '어떤 사상이나 철학을 모두 버린다' 라는 문장은 철학이라고 생각한 불교에 대해 큰 혼란을 가져다 주었다. 그럼 이건 뭐지? 불교란 무엇일까? 불편하다. 아니, 이 책은 왜 이런 글을 담아서 날 헷갈리게 만들까. 괜시리 투덜거리다가 무언가 부끄러움을 느꼈다. 이 글은 집착하지 말라고 하는데 나는 의미에 집착을 하면서 실존적인 것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나는 늘 집착을 해오며 살아왔던 게 떠올랐다. 지나간 선택과 시간에 집착을 해왔다. 내 능력 밖의 것을 집착해와서 어떻게든 그것을 따라잡기 위해 스스로를 몰아세웠다. 그것은 내게 성장을 주었지만 동시에 괴로움을 주었다. 멈추지 못하는 말이 되어 심장이 터질 것 같지만 여전히 달릴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되었다고 느꼈다. 그건 정말이지 바보같은 일이다. 스스로도 바보라고 느끼고 있지만 집착을 버릴 수 없어서 계속 멍청할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에 대한 자책에 집착을 하던 나는 그것을 스치듯 인지하였다. 그리곤 가만히 멍을 때려봤다. 내가 왜 이러고 있을까, 하고.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것에는 왜 집착하지 않았을까.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서만 집착을 해왔던 지난 날을 뒤로 하고 이젠 그만 괴로울 때가 온 것도 같다.


그 뒤로 마음이 뒤틀리려고 하면 곧장 생각 스위치를 꺼버리는 연습을 하고 있다. 쉽게 되진 않아서 평소에 관심 있는 다른 주제를 의식적으로 생각하며 전환하며 연습 중인데, 생각보다 효과가 좋다. 괴로움이 덜하니 마음이 편해져서 행복해진다. 시간도 여전히 느리고, 빠르고, 느렸다가 빠르게 느껴진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 흐름에 그저 나를 내맡기는 게 삶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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