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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insight] 건강한 삶을 위한 잡기, 놓기

가진 것과 가지지 못한 것

by 김혜원 에디터
2026.02.07 20:19

 

 

나는 항상 또래보다 건강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어렸을 때부터 스포츠를 좋아했고, 나나 주변에 자잘한 질환들이 많아서 자연스레 그렇게 되었을 수도. 건강이나 웰빙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게 재미있었고, 차를 타기보단 몇 시간씩 일부러 걸으며 산책을 즐기는 것도 좋아했으며, 먹을거리를 살 때면 거의 항상 뒷면의 성분표를 확인한 다음 살지 말지를 결정했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게 건강한 생활이다, 라고 종종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과연 ‘건강한 생활’이 ‘건강한 삶’까지 보장해 주는 개념일까? 이번 주제를 받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건강한 생활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알겠는데, 건강한 ‘삶’이란 뭘까? 그냥 이렇게 매일매일을 살다 보면 좋은 버릇이 누적되어서 그대로 건강한 삶까지 완성이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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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에 한 사람이 근본적으로 건강하기 위해선 충족되어야 할 필수 조건이 두 가지 있다. 흔히 심신(心身)이라고 하는 몸과 마음. 다른 부가적인 요소들은 결국 이 둘로 향하는 창구일 뿐이다. 아프지 말기나 다치지 말기는 몸에 관한 이야기고, 만병의 근원이라는 스트레스는 마음에 관한 것이다. 마음의 병이 몸의 병으로, 몸의 아픔이 마음의 아픔으로 전이되기도 하니 이 둘은 개별적으로 분명히 존재하기는 하나 명확히 나누기는 어려운 개념이기도 하다.

 

그 말은 우리는 우리 자신의 몸과 마음을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 된다. 사람들은 항상 무언가를 갖고 싶어 하지만, 그것은 부가적으로 얻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어렵게 얻어도 그중 많은 수가 덧없이 사라지고 만다. 우리가 처음부터 가지고 태어나는 것은 나의 몸과 나의 마음 두 가지뿐이다. 그것만이 한 사람의 진정한 소유물이다. 그 말인즉 건강한 삶을 산다는 것은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잘 관리한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덧붙여, 그렇지 않은 것들은 흘러가게 둘 줄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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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전제가 먼저 바로 세워져야 여기에서부터 작은 행동 목표들이 파생되는 것 같다. 가령 운동하기, 건강한 음식 먹기, 몸 망치는 나쁜 버릇 들이지 않기 같은 것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몸을 관리하는 것은 비교적 쉽다.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은 우리 마음대로 조절되지 않는 마음의 건강이다.

 

채소를 먹으면 피가 맑아지고 칼로리를 태우면 살이 빠지는 식으로 마음도 당연한 매커니즘으로 관리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령 이런 식으로 말이다. 좋은 글귀를 보면 스트레스 지수가 낮아지고, 평화로운 그림을 같이 보면 두 배로 낮아지고. 그래서 매일 좋은 글귀를 한 줄씩 읽는 훈련을 하는 거지. 그러면 매일매일 어떤 피로도 느끼지 못하면서 기분은 하늘을 날 듯하고 그렇게 일도 술술 풀리고 성공한 인생이 되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마음이 어지러워도 달리며 땀을 빼면 살은 여전히 빠지지만, 마음이 어지러우면 좋은 글귀를 봐도 도무지 머리에 들어오지를 않는다. 오히려 제대로 쉬지도 못한다는 그 상황마저 스트레스로 다가와 더 열이 뻗치지만 않아도 다행이다.

 

잘 관리해야 건강할 수 있다고 해서 그러려고 했는데, 내 의지와 관계없이 그러기가 어려운 상황. 솔직히 말하면 어떤 사람이든, 설령 전문가라고 해도 마음 문제에 대해 명쾌한 만병통치약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내 개인적인 의견으로 이럴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것은, ‘놓아주는 것’이다. 앞에서 ‘건강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일부러 말을 덧붙였던 이유기도 하다. 흘러가게 두어야 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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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관련 서적 중에 일반인들에게도 유명한 책이 있는데, 법정 스님의 대표작인 <무소유>다. 2010년에 스님이 돌아가시면서 유언으로 자신의 모든 서적을 절판시켜 달라고 하셔서, 그때부터 더는 출간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가치가 치솟은 책이기도 하다. 우리 집에선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기도 한데, 젊었을 적에 가지고 있던 책을 잃어버린 뒤로는 절판되어 구할 수가 없었다가, 얼마 전에 운 좋게 중고 거래로 다시 얻었다. <무소유>를 소유하려고 이렇게 열심인 게 모순적인 말장난 같아서 웃기긴 하지만, 엄마의 말로는 ‘소유’와 ‘무소유’에 대한 시야를 트면서 놀라울 정도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경험을 안겨준 책이라고 한다.

 

 
우리들이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게 되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적잖이 마음이 쓰이게 된다. 그러니까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다. 필요에 의해 가졌던 것이 도리어 우리를 부자유스럽게 얽어맨다고 할 때 주객이 전도되어 우리는 가짐을 당하게 된다.

 

- <무소유> 中

     

 

사람들이 비유로 흔히 꺼내 들곤 하는 원효대사의 해골물 일화도 같은 맥락이다. 어떤 물건은 항상 이 세상에 존재했었고 나도 아무 불편함 없이 잘만 살고 있었는데, 왜 그 존재를 알게 되는 순간 갑자기 그것을 가지고 싶은 물욕이 솟아오르는 것일까? 그리고, 내 앞에 놓인 현실의 모양은 변함없이 똑같은데도, 왜 내가 바라보는 대로 내 마음이 변화하는 것일까?

   

‘건강’이라는 키워드만 보고 재미있을 것 같아 받아들인 주제였는데, 막상 글을 쓰려고 두고 보니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어려운 말이었다. 하지만 오래 생각해본 결과 내 결론은 이렇다. 건강한 삶이란, 자연스레 나에게 오는 것들에게는 후회 없이 잘해주고, 떠나가는 것들은 부자연스럽게 붙잡지 않는 것이다. 내가 진정으로 소유할 수 있는 것은 결국 건강한 삶을 살고자 하는 나 자신 하나일 뿐이고, 실천은 소유가 아닌 무소유를 행해야 하니까.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을 수 있다면 건강한 삶을 이루어내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세상은 내가 바라보는 대로 움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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