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이 봄날에 돌아온다.
방탄소년단은 다가오는 3월 20일 컴백을 확정짓고, 2026년부터 2027년에 걸쳐 문자 그대로 세계 각국을 누비는 압도적인 규모의 월드투어 일정을 공개했다.
3월 20일은 춘분, 낮과 밤의 경계가 비로소 같아지며 ‘봄날’의 복판에 발을 들이는 절기다. 추운 겨울 끝을 지나 봄날에 다시 돌아오겠다던 약속을 지키는 셈이다. 비록 시차는 있을지언정 그들의 봄날은 전 세계에 차례차례 꽃물이 들듯 퍼져 나갈 예정이다.
봄날에 돌아올 그들을 기다리며, 지금의 방탄소년단을 있게 한 그간의 음반들 몇 가지를 차례로 돌이켜본다.
화양연화 : pt.1, pt.2, Young Forever
단순히 ‘유명하다’라는 수식어를 넘어 어느덧 아이돌 대중음악계의 독자적인 고유명사처럼 여겨지기까지 하는 앨범 시리즈. 십여 년이 지난 이후에도 여전히 감각적이고 미적이라는 평을 들으며 기념비적인 장르로서의 입지를 자랑하는 컨셉과 미감은 화양연화 신드롬, 이른바 ‘화양연화병’을 낳는 데 일조한 큰 축이다. 그러나 앨범이 세상에 공개된 직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팬들이 그 시절을 끝없이 회고하게 만드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면 바로 화양연화 앨범 전반에 걸쳐 치밀하게 설계된 서사일 것이다.
화양연화 시리즈는 하나의 거대한 ‘세계관’으로 묶여 있다. 앨범의 컨셉 포토, 뮤직비디오와 컨셉 필름, 그리고 앨범에 수록된 ‘노트’ 들을 종합하면 마침내 큰 이야기의 줄기가 완성되는 식이다. 이 이야기는 위태롭고 아름다우며 쓰라린 청춘에 관한 이야기이다.
불우하고 불운하여 기댈 곳이라고는 오직 서로뿐이었던, 그러나 서로와 함께 있을 때만큼은 불우하지도 불운하지도 않았던 청춘들. 찰나의 행복은 눈 감았다 뜨니 사라져 있고, 뿔뿔이 흩어진 채 저마다의 기막힌 사연에 휩쓸려 삶이 진창으로 치닫는 소년들. 시간을 되돌려 하나를 구해내면 다른 한쪽이 어그러지고, 다시 시간을 되돌려 다른 하나를 구해내면 또 다른 한쪽이 어긋나는, 그리하여 아무리 시간을 돌린대도 두 번 다시 온전히 돌아오지는 못하게 되어 버린 시절들.
화양연화 시리즈 속 마음 저릿한 이야기는 청춘을 그려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화양연화 시리즈가 세상에 나왔을 때 현실의 방탄소년단이 지나온 시절은 이미 그 자체만으로도 청춘의 이야기가 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깜깜한 터널 같았던 구간을 지나 처음으로 음악방송 1위를 달성하고는 오래도록 눈물을 흘렸던, 완숙한 것 같으면서도 채 여물지 않았던 그들의 어렸던 시절. 오직 그 때만 느껴 볼 수 있었던 그들의 성장통을 함께한 팬들의 어렸던 시절. 앨범의 안과 밖을 둘러싼 모든 이야기가 ‘청춘’의 동의어이기 때문에 팬들은 아직까지도 그 시절의 여운을 마음 한구석에 간직하고 살아간다.
화양연화 pt.1과 pt.2 시리즈의 모든 곡은 다분한 의도 아래 유기적 순서로 배치되어 있다. 앨범에 수록된 순서대로 곡을 감상한다면 Intro로 시작해 Outro로 마무리되는 특정한 흐름을 느낄 수 있다. 특히 화양연화 pt.2의 경우 타이틀 'Run'
화양연화 시리즈를 마무리짓는 스페셜 앨범 ‘화양연화 Young Forever’에는 타이틀 '불타오르네', 그리고 수록곡 'EPILOGUE: YOUNG FOREVER'
WINGS & YOU NEVER WALK ALONE
WINGS는 아이돌 대중음악계의 또 다른 기념비적인 컨셉으로 지평을 넓혔던 타이틀 <피, 땀, 눈물>이 수록된 앨범이다. 앨범 발매에 앞서 멤버들의 개인 수록곡을 담아낸 일곱 편의 WINGS short film이 공개되었으며, 화양연화의 세계관에서 드러났던 일곱 소년의 서사가 이 일곱 단편으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각 소년이 숨겨 두었던 사연, 내면의 트라우마 등을 상징적으로 조명하는 필름이 멤버들 개인의 특색을 살린 개인 수록곡들과 어우러져 정교히 설계된 영상예술의 일종을 감상하는 느낌을 준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피, 땀, 눈물'에 더해, 이와는 사뭇 다른 밝고 강렬한 결의 '21세기 소녀', 'Am I Wrong'
정규 2집 WINGS의 발매 약 4개월 이후 WINGS의 외전 앨범인 YOU NEVER WALK ALONE이 발매되었다. 타이틀 '봄날'은 발매 이후 9년이 지난 지금까지 음원 차트에 굳건히 자리하는 기록을 세우며 길게 사랑받고 있다.
앨범 발매 직후 방탄소년단은 '봄날'과 'Not Today'
WINGS와 YNWA 시리즈는 문학 작품과의 연결고리로도 잘 알려져 있다. 전례 없던 고전적인 컨셉과 강렬한 퍼포먼스를 내세운 WINGS의 타이틀 ‘피, 땀, 눈물’의 뮤직비디오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밝혀졌으며, 뮤직비디오 공개 및 앨범 발매를 전후로 <데미안>의 판매 부수가 급증하여 베스트셀러 집계 순위를 거슬러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더불어 YNWA의 타이틀 ‘봄날’ 뮤직비디오에는 어슐러 K. 르 귄의 SF 단편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로부터 차용한 상징이 등장해, 해당 작품을 향한 관심이 덩달아 높아지며 화제를 낳은 바 있다.
화양연화 시리즈와 윙즈 시리즈로 ‘오직 그들만이 낼 수 있는’ 뚜렷한 색채를 각인시킨 방탄소년단. 이들의 독보적인 색은 이후의 앨범에서 한층 더 정교해지고 세련된 형태로 집약되어 나타난다.
- 후속편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