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변환]KakaoTalk_20260114_234909494.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601/20260114235104_wtlttgwu.jpg)
일주일의 시작을 알리는 월요일에는 다수의 미술관이나 화랑, 갤러리들이 휴무를 맞는다.
그러나 월요일이 아니면 미술관에 갈 시간을 좀처럼 내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예를 들면 나같은.
이럴 때마다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모처럼 여유로운 시간에 전시 한편 보고 싶은데 휴무라니.
그럴 때 풀죽은 마음을 위안이라도 하듯 ‘월요일 운영 중‘이라는 문구를 발견하면 그렇게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월요일에도 운영을 하는 한줄기 빛 같은 미술관, 송은미술관이 그렇다.
![[크기변환]KakaoTalk_20260115_004109548.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601/20260115004308_qefqbmop.jpg)
@songeun_official
압구정로데오역에서 내려 10분만 걸으면 도착하는 송은미술관.
매해 열리는 송은미술대상전이 올해로 25회를 맞이했다. 이번 25회차는 고영찬, 고요손, 권현빈, 김무영, 김민정, 김주원, 김한샘, 봄로야, 비고, 신민, 요이, 우정수, 윤미류, 윤정의, 이수지, 이승재, 이아람, 이진형, 정가희, 최태훈 총 20명의 작가가 자신만의 시선을 담은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오늘은 에디터 픽 송은미술대상전에서 특히 좋았던 세 작품을 뽑아봤다.
1. 신민 : serv-ice
제빙기 형태의 나무 모형 아래로 얼음조각들이 흩트러져있다.
![[크기변환]KakaoTalk_20260114_234909494_01.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601/20260114235115_ysacgvbm.jpg)
필자는 일주일에 두 번, 하루 여덟 시간씩 레스토랑 안에 있는 바에서 커피를 내린다.
카페 일을 하다보면 다양한 기계들을 만지게 된다. 커피머신과 스팀기, 스무디 믹서, 제빙기 등등. 여느 카페가 그렇듯 그곳에도 제빙기가 있다. 제빙기의 ON/OFF 버튼을 올리고 내릴 때면 종종 버튼을 끄지 않아서 이곳이 얼음으로 가득 차는 상상을 한다. 물론 그런 일이 발생하기 전에 센서가 있어서 알아서 작동을 멈추거나 기계 과부하로 고장나는 것이 빠르겠지만.
제빙기 즉 기계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일은 인간의 몫이다. 만약 부주의로 인해 기계가 고장 난다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나’의 몫이 된다. 제빙기 값을 변제하기 위해 나는 “디카페인은 콜드브루만 가능합니다”라는 말을 수십 번 반복하며 당장 그만두고 싶어도 일터에 묶여 있어야 할지 모른다. 기계를 통제해야 할 인간이 기계 값을 치르기 위해 자신의 노동력을 저당 잡히는 이 주객전도의 상황은 자본주의 구조 안에서 결코 낯선 풍경이 아니다.
![[크기변환]algorithm-3859537_1280.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601/20260115012535_iouoafvd.jpg)
신민 작가는 작품 ‘serv-ice’를 통해 기계를 컨트롤하는 것은 인간이지만 생산성의 메커니즘 아래에서 기계가 인간보다 더 높은 가치를 부여받는 현실을 꼬집는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은 그 자체로 존엄하다’는 명제가 기술이 인간의 존재감을 압도하는 미래에도 여전히 유효한 진리로 남을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을 제시한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단순히 기술과 인간의 대립 구도나 가치의 우열을 가리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최근 폭발적으로 진화한 AI 산업이 보여주듯 이제 기술은 인간의 통제 대상을 넘어 시대적 파트너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미래의 존엄성은 기술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어떻게 공존하며 인간다움을 유지할 것인가라는 실천적 고민에서 찾아야 한다.
결국 기계에 종속되지 않으면서도 기술의 동력을 빌려 인간의 외연을 확장하는 것, 그 유연한 파트너십이야말로 우리가 맞이할 새로운 시대의 존엄성이 될 것이다.
2. 윤정의 : 누운 흉상, 기울어진 흉상
인간 몸에 대한 재해석
![[크기변환]KakaoTalk_20260114_234909494_02.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601/20260114235125_zprvhfnz.jpg)
인간의 몸은 정말이지 귀찮다고 생각한다.
때가 되면 음식이라는 연료를 주입해야 하고, 소모한 에너지를 재충전하기 위해 밤에는 잠을 청해야 하며, 의지와 상관없이 자라나는 머리카락과 손발톱을 주기적으로 다듬는 수고로움은 덤이다. 그뿐인가. 단순히 생존하는 것을 넘어 건강한 삶을 유지하려면 균형 잡힌 식단과 운동은 필수이며 비타민, 마그네슘, 오메가3 등 각종 영양제까지 챙겨 먹어야 하는 복잡한 공정이 뒤따른다. 육체적 관리만큼이나 정신적 관리도 까다롭다. 고립되지 않기 위해 어두운 방을 나서 햇빛을 쬐고, 타인과 교류하며 사회적 소속감과 자기 효능감을 끊임없이 재확인해야만 한다.
몸이란 외적 내적의 구분을 떠나 내밀한 어느 한 구석까지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으며 관리하지 않으면 쉽게 부패되고 상해버리는 여름철 음식물 같다.
인간의 몸이라는 건 왜 이토록 피로한 걸까.
![[크기변환]The_Substance_poster.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601/20260115011657_ttbkxtcb.jpg)
윤정의 작가의 작품은 이러한 시각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인간의 몸을 재해석한다.
흘러내리고 뭉개진 형태의 조각들은 마치 견고한 줄로만 알았던 신체의 형상을 마모시켜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불안정한 형태의 신체를 마주하다 보면 인간의 몸이 과연 아름다운 것인지 의문이 든다.
사실 오늘날의 신체는 어떤 부분에 있어서 집착과 고통의 대상이 되었다. 2024년 개봉한 영화 <서브스턴스 The Substance>의 큰 골자인 이른바 ‘외모정병’이 이를 방증한다. 외모정병이란 자신의 특정 부위에 과도하게 몰입하며 성형과 시술을 반복하는 심리적 상태를 뜻한다. 오늘날의 시대상황을 미루어 봤을 때 이는 단순히 개인의 유약한 자존감 문제로 치부하기엔 무리가 있다.
![[크기변환]스크린샷 2026-01-15 012930.pn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601/20260115013115_dwfitpue.png)
‘외모정병’이라는 난폭한 단어의 뿌리에는 미디어가 생산해낸 단일한 미의 기준이 자리 잡고 있다. 다양성의 가치가 수면 위로 떠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우리 사회는 여전히 규격화된 이상향을 집요하게 추앙한다.
예컨대 유명 아이돌의 직캠 영상에 달리는 외모 찬양이나 신격화된 댓글들은 대개 가벼운 유희나 밈처럼 소비된다. 그러나 아직 자아가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청소년기의 10대들에게 이러한 언어들이 반복적으로 학습될 시 그 과정에서 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러한 눈, 이러한 코, 이러한 얼굴형과 체형을 가져야만 인정받고 사랑받을 수 있다’는 규정된 미의 기준을 내면화하게 된다.
결국 ‘외모정병’은 개인의 자존감 문제가 아니라 특정한 미의 기준을 끊임없이 재생산해온 사회적 환경이 만들어낸 결과물에 가깝다. 이 단어가 유행어처럼 소모되는 동안 우리는 누군가의 불안을 조롱하고 배제하는 동시에 또 다른 기준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크기변환]KakaoTalk_20260115_014212521.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601/20260115014329_cpcpemtc.jpg)
작가는 뒤틀린 육체를 통해 묻는다. 우리가 그토록 갈구해온 완벽한 몸이란 과연 실재하는 것인지, 아니면 끝없는 관리와 비교 속에서 상정된 허구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말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다듬고, 깎아내고, 보완해온 몸은 결국 이 기울어진 흉상처럼 제 형태를 잃고 있지는 않은가.
처음 문단에서 말했듯 인간의 몸은 관리하지 않으면 쉽게 상해버리는 여름철 음식물과 같아서 필연적으로 손길이 수반되어야만 하는 존재다. 그러나 오늘날의 문제는 그 관리가 과잉과 강박으로 흘렀을 때 발생한다. 더 나은 몸을 만들기 위해 가해진 수많은 손길 끝에서, 몸은 더 이상 건강하거나 아름다운 대상이 아니라 소진되고 왜곡된 결과물로 남는다.
이 불편한 형상은 묻는다. 우리는 몸을 돌보고 있는가, 아니면 사회가 부여한 기준에 맞추기 위해 몸을 끝없이 소모하고 있는가.
3. 고요손 : 카빙된 축하
상업성만이 비대해진 결혼시장에서 내 누나의 축하는 어떤 방식으로 결정할 것인가
![[크기변환]KakaoTalk_20260115_013900337.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601/20260115014018_sziuxcyo.jpg)
고요손 작가의 <카빙된 축하>는 곧 다가올 작가님 친누나분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탄생한 작업이다.
작가는 이제 '허례허식'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만큼 본질적 의미는 퇴색되고 상업성만이 비대해진 현대의 결혼 시장을 응시한다. 그리고 그러한 시스템 안에서 조각가로서 어떻게 하면 가장 의미 있는 축사를 건넬 수 있을지 고민했다.
작가가 내놓은 답은 바로 이전에 시도해 본 적 없는 새로운 조각의 영역을 배워 누나에게 선물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푸드 카빙(Food Carving)’이라는 생소한 기술을 익혔고, 차가운 돌이나 나무 대신 생명력이 깃든 식재료 위에 축복의 형상을 새겨 넣었다. (다만 전시장 안이 건조한 터라 식재료를 오래 놔둘 수 없어 아침마다 작가님께서 직접 방문하여 다른 식재료로 교체한다고 한다.)
![[크기변환]KakaoTalk_20260115_013900673.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601/20260115014028_bpyynqlv.jpg)
고요손 작가의 전시 공간은 이외에도 로즈마리 향을 머금은 피라미드 형태의 청첩장 더미, 행복한 순간을 박제한 누나의 웨딩 사진, 그리고 두 가문의 결합을 상징하는 순백색의 병풍이 배치되어 있다.
화려한 예식장과 고가의 패키지가 즐비한 상업화된 결혼 시장의 소음 속에서, 고요손 작가가 정성껏 작업한 작품들은 고요하지만 힘 있게 순백색의 순수함을 안착시킨다.
이곳을 채운 것은 자본의 화려함이 아니라 소중한 사람의 앞날을 축복하고자 하는 한 예술가의 지극히 사적이고도 순수한 진심이니까.
![[크기변환]KakaoTalk_20260115_014926241.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601/20260115015110_dvlxynyl.jpg)
![[크기변환]KakaoTalk_20260114_234909494_04.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601/20260115015125_bpeqtukv.jpg)
![[크기변환]5001_8667_4421.pn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601/20260115015224_dygueetw.png)
이외에도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제 25회 송은 미술대상전은 2월 14일까지 송은 미술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
대부분의 미술관이 문을 닫는 월요일, 송은미술관의 '운영 중'이라는 문구는 그 자체로 든든한 선택지가 된다. 갈 곳이 마땅치 않아 월요일을 무료하게 보내고 있었다면 송은미술관을 방문해보는 건 어떨까?
스무 명의 작가가 보여주는 각기 다른 시선과 이야기를 따라 걷다 보면, 막막했던 월요일의 빈칸은 어느새 선명한 영감들로 채워져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