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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지역을 넘나드는 성장 서사 - 연극 '청송' [공연]

지방 퀴어의 성장서사

by 노미란 에디터
2026.01.11 05:09



연극 <청송>에서는 두 장소, 그리고 두 공간 사이의 이동이 중요하게 등장한다.

    

주인공 가윤이 태어나 자란 경상북도 청송, 그리고 성인이 된 가윤이 새로운 삶을 시작한 서울, 특히 이태원. 퀴어인 가윤은 계속해서 이동하고, 그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의 변화를 겪고, 자신을 거쳐 간 모든 것으로부터 천천히 자신을 정의해간다.


가윤은 경상북도 청송에서 태어났다. 가윤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연상의 언니 영주와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고, 무릎을 베고 누워 영주의 이름을 곱씹어보는 시간이 좋다. 가윤은 자신이 영주를 사랑한다는 걸 깨닫는다. 가윤은 영주가 좋아하는 티브이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고, 혼자서 열심히 공부해 보기도 한다. 마침내 영주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그러나 분명히 영주도 가윤을 좋아하고 있으나, 고백을 거절한다.

 

그렇게 두 사람의 관계는 더 진전되지 못하고 애매하게 끊겨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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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성인이 되어 서울로 옮겨온 가윤은 퀴어바에서 바텐더 일을 한다. 그러다 친해진 은하와 연인으로 발전하고, 동거한다.

 

은하와 함께하는 서울에서의 삶은 청송에서의 삶과 다르다. 퀴어가 없었고, 애초에 퀴어라는 단어조차 알기 힘들었던 청송과 달리 서울 이태원에는 자신을 퀴어로 칭하는 친구들이 곁에 함께하고 있으며, 애인인 은하가 곁에 있다. 자신이 꿈꾸던 삶을 어느 정도 찾았으나 가윤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영주와의 기억이 있으며, 청송이 있다. 청송이 끔찍할 만큼 싫지만 청송이 자신을 설명하는 데 빠져서는 안 되는 장소임을 알고 있다.


은하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며 점차 이태원에 함께 있었던 친구들은 각자 또 다른 곳으로 떠나고, 은하 역시도 직장에 취직하며 이태원과는 멀어진 삶을 보낸다. 여전히 퀴어들이 살고 있으나 알던 이들이 떠난 이태원은 가윤에게 더 이상 고향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자신이 나고 자란 청송에서도, 자신이 처음으로 해방감을 느꼈던 이태원에서도 더 이상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다.


고향은 흔히 자신이 어떤 환경에서 자라왔으며,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하나의 요소이다. 사람은 자신이 자라온 환경에 영향받고, 물론 앞으로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인간은 한자리에 멈춰만 있는 사람은 아니며, 정체되어 있는 듯 보이더라도, 한 장소를 묵묵히 지키고 있더라도 그 인물이 변화하며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이들과 다른 것은 아니다. 시간이 흘러 퀴어라는 말이 흘러흘러 청송에 도착했을 때도, 영주는 자기 나름의 삶을 위해 선택하여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은하 역시도 이제는 이태원에 가진 않을지라도 자신의 삶을 꾸려나갈 것이다.

 

장소는 그 사람의 일부분이 될 수 있을지라도, 그 사람이 가진 모든 것을 설명해 주진 않는다. 가윤이라는 인물 역시도 청송에서의 모습만으로, 이태원에서의 모습만으로 가윤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듯이 말이다.


그렇기에 <청송>은 성장 서사이다. 가윤도, 영주도, 은하도 앞으로의 삶에서 끊임없는 이동을 겪을 것이며 그렇게 경험과 생각들을 쌓아 자신이라는 삶을 만들어갈 것이다.

 

청송을, 이태원이라는 장소를 통과해 현재에 도달한 가윤의 앞에는 ‘나’가 있다. 그리고 가윤은 자신을 청송에서 태어났다는 말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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