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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우리, 세상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까, 숨을까?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이 보여주는 다르고 또 같은 이들의 인연

by 임가은 에디터
2026.01.09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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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은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를 배경으로,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로이 사는 여자와 욕망을 억누르며 사는 남자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여자주인공은 감정에 쉽게 기대지 않는 삶을 선택한 인물이다. 관계는 가볍고, 이별은 담담하며, 사랑이라는 단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반면 남자주인공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늘 조심스럽고, 자신의 다른 성 정체성을 철저히 숨기고자 하는 인물이다.

 

두 사람은 같은 대학교, 밤이라는 뒷면의 세계에서 우연처럼 만나 비밀을 공유하게 되고, 각자의 방식으로 상대를 돕는다. 영화는 이 관계를 극적인 사건보다 일상, 침묵, 반복되는 밤 속에서 천천히 쌓아간다. 그렇기에 관객은 이들의 '사랑'이라는 감정을 사건이 아닌 분위기로 알아차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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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주인공은 흔히 말하는 ‘자유로운 연애관’을 가진 인물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자유는 낭만보다는 철없음에 가깝다. 그녀는 자신의 매력을 잘 알기에, 다가오는 매력적인 이성을 거부하지 않는다. 어쩌면 즐기며 '이건 사랑일거야'라며 풋풋한 사랑을 하는 듯이 행동한다. 결국 그 사랑도 언제나 남들과 다른 그녀의 모습에 대한 비난으로 끝을 맺지만 말이다.

 

그녀의 생활방식은 대도시의 리듬과 닮아 있다. 바쁘고, 개인주의적이며, 감정을 오래 붙잡지 않는다. 사랑 또한 예외가 아니다. 그녀에게 사랑은 삶의 중심이 아니라, 삶의 주변에 놓인 선택지 중 하나다. 그래서 이 인물은 강해 보이지만, 동시에 늘 혼자인 외톨이다. 감정을 통제할 수는 있지만, 깊게 나눌 줄은 모르는 상태. 나는 이 점에서 그녀를 ‘현대적인 인물’이라기보다 '현대가 만들어낸 인물'이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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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주인공은 여자주인공과 비슷하지만 정반대의 결을 지닌다. 그는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고, 밤이 되면 삶의 뒷면에서 비로소 자유를 누린다. '사랑' 또한 시작하지 않는다. 그는 여주인공과 달리 세상의 시선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사람은 서로가 엄청나게 잘 맞는 사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본질은 엇나간 첫 만남인 것이다. 그러나 이 불균형이야말로 영화가 보여주고자 한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남자는 그녀를 바꾸려 하지 않는다. 그녀의 방식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그 '다름'마저 관계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그 태도는 순응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나는 그것을 존중의 형태로 읽었다. 반면 여자주인공은 그에게서 처음으로 ‘순수한 마음’을 경험한다. 쉽게 부서져 내릴 수 있다고 믿었던 관계가, 생각보다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녀를 설득했다. 이들의 서사는 누가 더 사랑했는지를 따지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사랑의 속도가 다를 때, 우리는 어떻게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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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사랑법〉이 말하는 사랑은 완성형이 아니다. 불완전하고, 불균형하며, 종종 엇갈린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 사랑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이 영화는 사랑이 삶을 구원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사랑이, 소중한 사람과의 인연이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는 있다고 조심스럽게 제안한다. 여자주인공은 사랑을 통해 배려하는 법을 배우고, 남자주인공은 사랑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법을 배운다. 그 변화는 극적이지 않지만, 그들에게는 세상이 변하는 기분일 것이다.

 

임시적이고 불확실한 사랑,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이해하려 애쓰는 순간, 우리는 잠시나마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을 얻는다. 이 영화가 남기는 여운은 바로 그 지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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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현실을 이기지 못하지만, 찬 도시 속에서 '나'를 숨겨줄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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