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28일 뮤지컬 <한복을 입은 남자>을 관람하고 왔다. 극에 관한 호불호가 꽤 있다고 들어 후기를 작성해 보고자 한다.
한복을 입은 남자
뮤지컬 <한복을 입은 남자>는 뮤지컬 제작사 EMK의 10번째 창작 뮤지컬로 이번에 첫 공을 올렸다. 2025.12.02부터 2026.03.08까지 충무아트센터에서 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상훈 작가의 동명 소설 “한복을 입은 남자”를 원작으로 한다.

루벤스의 '한복 입은 남자'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인 방송국 PD 진석은 자료 조사를 하던 중 이탈리아 유학생 엘레나에게 오래된 비망록 한 권을 건네받는다.
그 안에서 진석은 다빈치의 비행기 도면과 닮은, 조선 시대의 하늘을 나는 장치 '비차'의 설계 흔적과 루벤스의 '한복 입은 남자'와 거의 동일한 스케치를 발견한다.
진석은 옛 한글과 고서를 연구하는 친구 강배에게 비망록 번역을 의뢰하고, 강배는 곧 비망록의 주인이 조선 최고의 과학자 장영실임을 밝혀낸다.
두 사람은 루벤스의 그림과 장영실, 그리고 비차와 다빈치의 비행기 설계도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아 나서고, 그들이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또렷해지는 영실의 삶에 반하여, 그들의 삶은 무거운 진실 앞에 흔들리기 시작한다.

동서양을 오가며 진행되는 이야기인 만큼 1막은 조선, 2막은 유럽이 주 배경으로 이뤄져 있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한 그림에서 시작된다. 17세기 벨기에 화가인 루벤스가 그린 동양풍의 그림 속 의상이 한복이 아니냐는 주장이었으나 당시 조선과 유럽은 교류가 없었을 시기였기에 루벤스가 어떻게 조선인을 모델로 그렸겠느냐라는 의문에서 시작된다.
장영실은 천민 출신이었지만 여러 발명품을 만들어 세종에게 인정받았고 종3품 대호군까지 올라갔지만, 후년의 기록이 없다. 루벤스가 그린 한복을 입은 남자는 1600년 네덜란드를 방문했던 명나라 상인이라는 것이 정설이긴 하지만 만약 장영실이 서양으로 넘어가 동양의 과학기술을 전파할 수 있었다면? 에 대한 상상을 픽션으로 제작한 이야기이다.
너무 많은 메시지
이야기 자체가 픽션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무리가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그 이야기가 이해되도록 주인공들이 관객을 천천히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극 자체가 장면 전환이 빨라서 관객이 공감하기 어려운 포인트가 있다.
기본적으로 과거와 현대가 섞여 진행되기 때문에 주연배우들이 1인 2역을 맡았다. 장영실/강배, 세종/진석인데 강배의 경우에 장영실과 연결될 포인트가 있는데 진석과 세종은 연결고리가 없어서 1인 2역을 하기 위해 만든 캐릭터라는 느낌이 강했다. 과거와 현대, 동양과 서양을 모두 연결하려다 보니 극 전환이 빨라지고 극 중 인물에 대한 이해도는 떨어지는 느낌이라 아쉬웠다.
장영실의 삶도, 장영실과 세종의 관계도, 현대에서 장영실의 기록을 찾는 이야기도, 독재자에 관한 이야기도, 역사의 기반이 흔들리는 것을 두려워하는 학계의 이야기도 넣고 싶다 보니 부수적인 스토리가 너무 많아 정작 메인 서사가 뭔지 갈피를 잡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단순하게 장영실이 천민으로서 지내온 삶과 성장하면서 만나는 세종과의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넣었다면 더 인물의 매력도가 높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다.

희망을 주는 마음
그럼에도 좋았던 부분은 <한복을 입는 남자>가 주고자 하는 희망은 뚜렷하다는 점이다.
한복남의 연출을 맡은 권은아 연출은 "작품 속 진석도, 또 유럽까지 건너간 영실도 어떤 '대단한 승리'를 거두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흔히 사회가 정해놓은 성공의 기준을 따라가며 살지만, 그 기준을 충족하는 사람은 극소수이고 그렇다고 그들이 반드시 행복한 것도 아니다"라며 "영실처럼 삶 속에서 마음의 평안을 찾는 것이야말로 중요한 가치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비차 리프라이즈 中
삶을 뺏는 꿈은 내려놓아
죽을 만큼 힘들면 포기해라
숨이 막히게 참느라
아파하지 마라
공연 마지막에 영실과 진석이 비차를 부르는데, 무대에 별이 뜨고 후반부에는 무대를 넘어 공연장 천장에도 별을 띄워준다. 별을 보면서 노래를 듣다 보면 괜히 위로받는다는 느낌이 든다. 공연장 전체에 별을 띄움으로써 관객들에게 자신만의 별을 찾으라는 메시지를 전달해 주었다.
권은아 연출가는 이야기했다. "작품에는 '별'이 많이 언급됩니다. 별은 삶이기도 하고, 꿈이기도 하고, 그리움이기도 합니다. 관객분들이 '내가 쫓고 있는 별'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무조건 대극장에서 공연하려고 만들었구나”
1막을 보고 난 후기였다. 무대 연출도 화려하고 장치들이 많아서 보는 눈이 즐거웠다.
서사를 이끄는 힘은 부족했지만, 대극장의 크고 웅장한 느낌을 좋아한다면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