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새해 첫 곡으로 무슨 음악을 들을지 고민하던 2025년 12월 31일 저녁 8시, 나는 한 해의 마지막 곡으로 재즈를 듣기 위해 성수아트홀을 찾았다.
국내 정상급 재즈 뮤지션 11인으로 구성된 최정수 타이니 오케스터는 이번 공연에서 존 콜트레인을 비롯한 재즈 전설들의 곡을 재해석해 보였다. 오리지널 곡을 중심으로 즉흥연주를 주고받는 일방적인 재즈 앙상블이 아닌, 원곡을 완전히 해체하여 오케스트럴 재즈로 재결합하는 방식이다.
사실 재즈 오케스트라라는 콘셉트 자체가 나에게는 낯설었다. 무대에는 드럼이 한가운데 놓여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왼쪽엔 그랜드 피아노, 오른쪽엔 기타와 베이스였다. 맨 앞줄에는 지휘자의 보면대가 우뚝 서서 악보를 펼쳐놓고 있었고, 맨 뒤에는 관악기들이 줄지었다.
이렇게 웅장한 재즈 연주라니!
클래식 공연과는 어떻게 다를까, 얼마나 어떻게 강력하거나 화려할까, 이런저런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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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아코디언
오케스트럴 재즈에 대한 나의 첫인상은 전체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아코디언 같다는 것이었다. 접혀있을 때는 한 두 개의 악기에서 선명한 소리가 나다가 펼치면 온갖 악기들이 튀어나와 함성을 지르는 느낌이다.
원곡의 간소하면서 유려한 트럼펫 독주보다는 훨씬 역동적인 구성으로 흘러갔다.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즉흥적인 수다나 분위기 그 자체에 가까운 재즈의 임의성보다 좀 더 기승전결이 있는 이야기로 다가왔다. 각자의 음악을 바삐 진행하면서도 서로 대화하기도 하고 종종 한 지점에 응축되고 폭발하기도 했기 때문에, 귀도 눈도 쉴 틈이 없었다.
공연 제목인 ‘Sheets of sound’는 원래 존 콜트레인의 앨범 Soultrane의 라이너 노트에서 처음 사용된 표현으로 이후 그만의 밀도 높은 연주 방식을 상징하는 용어로 쓰였다고 한다. 이 공연은 밀도뿐만 아니라, 악기들이 넘나드는 음역대나 장르적 색깔마저도 굉장히 다층적이었다.
나는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재즈의 향연을 즐기기를 넘어서, 거의 관찰하고 탐구하듯, 무수한 사건이 발생하는 현장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주인공
진부한 비유일진 몰라도, 악기 하나하나가 돋보이는 순간은 우리의 인생을 생각하게 했다.
때로는 가만히 기다리기도 하고, 때로는 내 할 일을 묵묵히 하며 살다 보면 가끔 주변 장막들이 걷어지고 모두가 나를 바라보는 순간이 온다. 묻혀있다 생각했을 때도 꾸준히 나를 듣고 있던 사람도 있었을 테다. 그러면 그때 잘 지내고 있었다고, 하던 대로 나의 소리를 뽐내면 된다.
모든 게 겹쳐서 뭐가 뭔지 분간할 수 없을 때가 많지만, 주인공이 되는 것은 타이밍이라는 사실이 왠지 인생을 더 잘 이해하게 했다. 하나하나의 집합인 전체를 넘어서 한 작품의 일체가 되는 동시에 독립체인 경험이다. 가끔은 모든 사람이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이 잘 와닿지 않을 때도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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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이사
재즈의 역사를 요약하듯 거장들의 음악을 훑어오던 최정수 타이니 오케스터는 마지막으로 최정수 작곡가의 자작곡을 선보였다. 그가 언젠가 칼 세이건의 책에서 ‘퀘이사’라는 가장 멀지만 가장 빛나는 천체에 관한 이야기를 읽고 영감을 받아 작곡한 곡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곡은 공상과학스러운 몽환적인 분위기로 시작했다. 특히 연주가 폭주할 때는, ‘광년’이라 하는 빛이 일정한 시간 동안 날아가는 이미지를 연상시켰다. 빛이 달리는 길 주위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일을 아주 빠르게 뚫고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가장 먼 것이 가장 빛난다면, 오늘이 있기에 죽음이 빛나는 것일까, 아니면 죽음의 빛이 오늘을 비추고 있기에 하루하루가 소중한 것일까.
2025년의 마지막 날은 그렇게 재즈의 혼란함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갔다.
![크기변경[회전]KakaoTalk_20260102_172607504_02.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601/20260102173236_dyfnzyih.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