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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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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토피아 2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토피아 2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개봉 30일 차였던 12월 25일, 700만 관객을 돌파하며 2025 한국 개봉 영화 최초 누적 7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전편보다 잘 된 속편은 없다지만, 이는 주토피아 시리즈에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었다.

 

그 인기에 힘입어 등장 캐릭터에 대한 관심도 상당하다. 주인공인 닉과 주디는 말 할 것도 없고, 기존 캐릭터인 보고 서장이나 클로하우저 및 시즌 2에서 새롭게 등장한 게리와 포버트의 인기도 상당하다. 시즌 1을 재미있게 봤던 관람객이라면 반가워할 만한 캐릭터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여 우리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기존 팬과 신규 팬들을 모두 잡은 잘 만든 속편이라 칭할 만한 영화이다.

 

우리가 주토피아에 열광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존재할 것이다. 잘 만든 캐릭터와 잘 짜여진 스토리, 빠르게 진행되는 이야기 속 놓치지 않는 교훈 등. 편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시즌 1과 다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시즌 2 모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훌륭하게 녹아내서 관객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완성시키는 빌런의 존재 또한 중요하다. 디즈니하면 빼놓을 수 없는 또다른 주인공, 주토피아 속 빌런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완전한 악역


 

주토피아 2에서는 시작부터 빌런이라고 티를 내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바로 링슬리 가문의 밀턴 링슬리이다. 링슬리 가문은 캐나다스라소니 종족으로, 초대 당주이자 밀턴 링슬리의 할아버지인 에버니저 링슬리의 업적으로 현재 주토피아 내 최상류층으로 대접받고 있다. 에버니저 링슬리는 다양한 동물이 공존하기 위해서 지역 별로 필수적인 기술인 '기후 장벽'의 개발자로, 이미 주토피아 건설의 후원자로 막대한 부를 누리던 링슬리 가문에게 명예를 안겨준 캐릭터이다. 링슬리 가문은 대대로 이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하며, 영화 내 그들의 모습은 상류층의 안 좋은 이미지를 죄다 가진 미디어 속 전형적인 부유층으로 보여진다.

 

현 당주인 밀턴 링슬리, 그리고 그의 쌍둥이 자녀인 캐트릭 링슬리와 키티 링슬리와는 달리 주토피아 2의 주요 캐릭터 중 하나로 등장하는 포버트 링슬리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인다. 시작부터 형과 누나에게 무시받는 모습을 보여주더니, 아버지에게는 완전히 소외당하며 링슬리 가문에서 제대로 된 입지가 없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부유층 가문에서 소외된 위치. 미디어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또 다른 유형의 캐릭터이다. 그리고 이러한 캐릭터가 으레 그러하듯, 포버트는 주디를 성심성의껏 도와주는 모습을 보여주며 가문의 몰락을 바라는 듯 그려진다.

 

포버트는 아예 집 밖에 자신만의 아지트를 만들어 둘 정도로 가문에 대한 애정이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난다. 그리고 아버지 역시 그런 포버트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는지, 영화 속 언급에 의하면 그의 주 업무는 우편물 관리라는 말단 직원의 일을 수행하고 있다. 형과 누나는 아버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일부러 포버트를 싫어하는 척 한다는 영화 감독의 오피셜로 결국 모든 사건의 원인, 주토피아 2의 주 원흉은 아버지인 밀턴 링슬리로 드러났다.

 

막내 아들은 물론 장남도 위험 앞에서는 밀턴에게 버려지는 듯한 연출이 등장한다. 이야기의 최후반부, 윈드댄서 시장에 의해 강압적으로 구타를 당할 위기에서 밀턴이 가장 먼저 밀친 건 캐트릭이었다. 자식에 대한 애정보다 본인의 안위가 우선인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사적으로는 자식들에게는 영 좋지 못한 아버지인 밀턴은 공적으로도 그닥 위인은 못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링슬리 가문과 게리의 첫 등장인 연회 장면은 주토피아 기후 장벽 건설 100주년을 기념한 연회이지만, 작은 소동이 아니었다면 링슬리는 이어서 한랭 지역의 확장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그리고 이 한랭 지역의 확장으로 파충류들이 살 곳을 잃었고, 습지 지역도 곧 눈으로 뒤덮일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오직 가문의 이익을 위해 다른 종들의 보금자리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다. 마피아 조직 보스인 미스터 빅조차도 링슬리 가문과 맞서는 것보다는 피하는 것이 좋다며 충고했을 정도이니 그 악행이 마냥 숨겨지지 않았을 정도로 악질적인 부분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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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 완전한 악역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는 밀턴 링슬리 뿐만이 아니다. 그의 할아버지이자 링슬리 가문의 초대 당주인 에버니저 링슬리 역시 이 모든 사건의 원흉으로 평가 받는다. 그가 개발했다고 알려진 기후 장벽은 실은 게리의 증조할머니인 아그네스가 개발한 것이었고, 후원자를 찾던 중 에버니저 링슬리와 손을 잡게 된 아그네스가 특허권을 빼앗기게 된 것이었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 모든 사실을 목격한 가정부를 살해했으며 이 일을 아그네스한테 누명을 씌우기까지 하며 뱀은 물론 파충류를 주토피아에서 완전히 몰아냈다. 지독한 파충류 혐오자였던 에버니저는 애당초 아그네스와 협업할 생각이 없던 것이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으로 특허권의 원본은 아직 남아있었으며, 이 특허권을 찾는 게 주디 측과 링슬리 측의 최종 목표이자 사건을 해결할 중요한 열쇠가 되었다.

 

주토피아 1에서도 완전한 악역이 여럿 등장한다. 다만 그들 뒤에 있는 최종 흑막의 존재감이 너무 커서 조명받지 못했을 뿐, 주토피아 2에 못지 않게 어두운 이면을 다뤘다. 그러나 세상은 완전한 악역과 완전한 선역으로만 돌아가지는 않는 법. 이는 주토피아에서도 적용되었다. 그저 입체적인 캐릭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주토피아 시리즈의 두 최종 빌런은 우리의 뒷통수를 얼얼하게 만들었던 반전형 빌런이었다.

 

 

 

최종 빌런은 늘 반전형 빌런?


 

주토피아 1을 재밌게 본 관객이라면 주토피아 2의 세 신규 캐릭터를 의심했을 것이다. 바로 게리와 니블스, 그리고 포버트이다. 시즌 1의 최종 빌런이었던 벨웨더의 여파로 어딘가 성격 좋아 보이고 닉과 주디에게 협력하는 캐릭터를 직감적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번 시리즈의 최종 빌런 역시 우리에게 반전을 선사하는 캐릭터였다.

 

시즌 1의 벨웨더는 약한 초식 동물이 빌런이었다는 충격을 주었다. 맹수화로 이성을 잃은 포식자들로 인한 피해와 이로 인한 동물들 간의 갈등을 주도한 게 약하다고 여겨지는 양이었다니! 벨웨더의 시작은 어쩌면 주디와 같았을 것이다. 마냥 약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자. 주디 역시 이 편견을 깨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결국 경찰이 되었다. 그러나 벨웨더의 신념은 잘못된 방향으로 적용했다.

 

주토피아 내에 존재하는 포식자들이 위험하다는 인식을 심어주어서 그들을 완전히 몰아낼 생각으로 모든 사건을 계획하게 되었던 것이다. 벨웨더의 진짜 정체가 드러나기 전까지 그녀의 행보는 딱할 정도였다. 제대로 된 사무실 하나 없이 가면뿐인 부시장 직책에 고생하지만 주디에게 여러가지 도움을 주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그녀의 종족이 순진한 이미지의 대표 주자인 양인것도 한 몫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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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 내내 편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최종 빌런의 정체마저도 우리의 편견을 제대로 겨냥했던 진실이었다. 양이니까 아니겠지. 우리도 같은 편견에 휩싸였던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편견을 타파하자는 메시지를 주면서 마지막 한 방 역시 편견에 대한 일격이었다.

 

시즌 2의 최종 빌런 역시 상당한 반전이었다. 물론 포버트의 행적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그가 최종 빌런인 것을 예측하기는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상류층 집안에서 외면받는 자식이 가문의 몰락을 바라며 주인공에게 협력한다'는 캐릭터 성에 충분한 반전이 있지만, 그걸 다시 한 번 비틀어서 되려 가문의 일원으로 인정받기를 원한다는 속셈을 가진 캐릭터일 것이라는 건 예측하기 상당히 까다로운 일이었다.

 

포버트의 이런 진심은 주디가 포버트와 게리에게 합류한 후로 더 자세히 드러난다. 이 시간선에서 게리는 가문의 진실과 특허권의 원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포버트는 링슬리임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알려 가문의 몰락을 원하기 때문에 게리와 협업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서 포버트는 내내 특허권의 원본에만 집중했다. 짧지 않은 시간동안 게리와 교류했다면, 뱀의 명예에 대해 더 마음을 썼을 수도 있는 부분이다. 굳이 말로 드러나지는 않아도, 관객들에게 끝까지 방심을 주기 위해서라면 영화 내에 집어넣었을 수도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포버트는 내내 특허권의 원본만을 원했다.

 

포버트도 결국 링슬리였다는 다소 편견 섞인 메시지로 그의 정체가 드러난다. 링슬리의 몰락이 아닌 링슬리의 일원으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포버트는 특허권의 원본을 불태우겠다고 생각했고, 게리와 협업하는 척을 하며 특허권을 찾았던 것이다. 어수룩한 모습으로 동정심을 이끌어냈던 모습은 거짓이 아니라는 공식 언급이 존재하지만, 이야기 최후반부에서 닉을 독이 든 주사기로 찌르러 했던 모습은 영락없는 링슬리였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대사 역시 포버트의 대사였다. 주디를 독이 든 주사기로 찌르며 자신의 진심을 밝히는 포버트에게 주디는 갱생의 여지를 준다. 너는 그들과 다를 수 있다고. 그러나 포버트는 단 한 문장으로 주디는 물론 관객의 희망을 짓밟았다.

 

 

... 나는 다르고 싶지 않아.

 

 

포버트가 주디의 말에 설득되었다면. 이런 가정을 안 해 볼 수가 없었다. 그 순간에 마음 속에 있던 일말의 양심이 소리쳤다면? 게리와 동행한 시간동안 가문의 잘못을 진실로 깨닫고 모든 것을 뉘우친 그가 진실로 갱생했다면? 하지만 포버트는 주디의 한마디가 아니었어도, 온전한 정신으로 주디와 게리에게 설득의 말을 들었더라도 마음을 바꾸지 않았을 거다. 만약 그가 진실로 가문의 몰락을 바랐더라면 게리와 함께 했던 그 모든 순간에 마음이 충분히 움직였을 것이다.

 

게리는 뱀 일족의 진실을 밝히는 데 필사적이었다. 독사라는 설정과는 달리, 게리는 자의적으로 자신의 독을 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다른 캐릭터를 위협한 것도 초반에 연구 일지를 훔치기 위해 밀턴 링슬리를 끌고 갔을 때와 포버트가 주디를 찔렀을 때, 단 두 번 뿐이었다. 그 순간에도 진실로 공격할 생각은 없었다. 이런 선한 마음씨와 가족을 향한 진심을 포버트가 몰랐을까. 오히려 그 누구보다도 깊이 알아차렸을 것이다. 포버트와 게리가 함께 한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을 거쳤음에도 포버트의 마음은 달라지지 않았다. 반전을 주는 빌런이지만, 그 누구보다도 가문을 위하며 반전이 없었던 최종 빌런으로 등극하게 된 이유이다.

 

가문에 대한 집착이 무서울 정도이다. 오히려 가장 링슬리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였다. 가정 환경으로 인해 그 인정 욕구가 심해진 것이지만, 가해자가 된 피해자로 동정의 여지가 존재했던 벨웨더와는 달리, 그 진실이 밝혀진 후 포버트의 살의 어린 안광은 그가 그 누구보다도 링슬리에 적합한 캐릭터임을 보여준다.

 

주토피아 2는 이 외에도 여러 요소들로 우리의 생각을 이끌어낸다. 닉과 주디 사이의 관계 변화, 우리가 다름을 받아들이는 방식, 게리와 그 일족들의 사정, 그리고 파충류의 위치. 빌런 외에도 정말 많은 요소들로 우리를 쉴 틈 없이 즐겁게 만들었던 주토피아 2는 전편과는 또 다른 재미로 관객들을 끌어들인 것이 아닐까? 물론 그 속에는 1을 좋아했던 관객의 반가움을 끌어내는 요소, 끊임없는 패러디, 그리고 속도감 넘치는 전개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여러 번 볼수록 각기 다른 점들이 눈에 들어오는 매력이 있는 영화, 푸른 뱀의 해인 을사년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한 영화. 주토피아 2의 빌런들에 대한 감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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