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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글을 잘 쓰기 위해 길잡이를 자처하는 책은 많다. 작가가 되기 위한 첫걸음 제공해 주는 책부터, 시나리오를 잘 짜는 방법, 단어를 많이 습득하는 방법, 과거의 고전들을 소개해 주는 책들까지. 저마다의 방법을 소개하는 책들은 저자만의 노하우가 녹아 들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은 어려움을 느끼기 쉽다. 특히 글에 대한 열정과 욕심에 비하여 글을 써본 경험이 부족한 경우에는 더욱 책과 벽을 느끼게 된다. 글에 다가가기 위해 읽었는데, 공감은 되지 않고 오히려 저자의 넘어볼 수 없는 천재성에 감탄만 느끼다 뭔가를 써볼 힘조차 잃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런 독자들에게 글의 세계로 입문하는 데 도와주는 가장 효과적인 이정표는 독자들의 위치에 서 있어 본 경험이 있는 저자이다. 현실과 이상향을 대칭시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 사람 말이다. 글을 쓰고자 하는 굴뚝과도 같은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글쓰기 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지 아는 사람을 마주하면 비록 활자 속에 존재하는 저자일지라도 내적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특히, 다른 전공이나 직업을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글이 좋아 책이라는 길을 선택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에서 학·석사를 취득한 후 직장 생활까지 했던 작가의 경우에는 어떨까. 글과는 접점이 없을 것 같은 사람임에도 핸들을 꺾어 인문 사회 분야의 전업 작가로 방향을 틀게 된 사람의 이야기에는 어딘가 흥미가 돋친다. 글을 쓰기에 너무 늦은 것 같다는 후회와 두려움이 들더라도, 세상의 한 구석에 존재하는 누군가가 이렇게 굽은 길을 천천히 가더라도 괜찮다고 다독이는 것 같다.


그렇다! 글을 쓰고 싶어 하는 대다수의 독자에게는 글이라는 목적지로 향하게끔 등을 떠밀어주는 힘이 필요하다. 그러한 원동력을 제공해 주는 책, 임승수 작가의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를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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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는 함축적으로 이렇게 소개할 수 있을 것 같다. 작가가 되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바치는 책. 누군가는 너무 입문서다운 내용이라 시시콜콜할 것 같다며 말을 줄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뒤집힌 단점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장점이 되기도 한다. 책의 저자 임승수 작가의 전작들은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다. 마르크스주의에서부터 국제 정치, 와인, 예술, 역사, 그리고 이 책을 비롯한 글쓰기에 대해서까지. 저서에서부터 짐작이 가듯 작가는 호기심을 밖으로 털어놓는 방법, 그리고 학구열을 통해 알아낸 무언가를 타인과 공유하는 법에 집중한다.

 

 

어쩌면 정보의 깊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이 누구에게, 어떤 순간에, 어떤 방식으로 닿느냐이다. 부족한 지식일지언정,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처음 와인을 시작할 용기를 주었고, 마르크스를 공부할 계기를 마련해주었고, 글쓰기를 다시 해보겠다는 다짐을 끌어냈다면, 그것은 이미 쓸모가 있는 글이다. (...)

 

쓸모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설계하고, 다듬고, 조율한 끝에 도달해야 하는 ‘관계의 성취’다. 책을 쓰는 일은 결국, ‘나의 무엇이 남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행위다.

 

- p.39

 

 

이 지점은 글쓰기를 희망하는 많은 사람의 고민에 통쾌한 해답을 제공한다. 쓰고 싶은 마음, 그리고 무언가를 털어놓고 싶은 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는 마음으로 글에 대한 열정은 쉽게 사그라든다.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는 누군가가 본다면 너무나 초라해 보일 것만 같은 느낌에 한 문장을 펼쳐내는 것조차 두려워지기도 한다. 글은 기본적으로 나만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남들에게 선보인다는 전제하에 써 내려가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마음은 쉽게 발목을 잡고 놓아 주지 않는다.

 

그러한 걱정에 대하여 임승수 작가는 책의 본문과도 같이 이야기한다. 책을 쓰는 일은 나의 무엇이 남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는 행위라고.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글을 쓰자는 작가는 누군가 자신의 글을 읽고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하거나, 위로를 받거나, 기분 좋게 웃었다면 그 글은 쓸모를 증명한 셈이라고 말한다. 이렇듯 글에 대한 무게를 한결 가볍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글쓰기의 문턱을 훨씬 낮추는 효과를 낸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글쓰기, 생각의 틀로만 가두고 있었던 글을 쉽게 풀어내려는 의지를 가지는 것에서부터 책은 시작된다.


작가가 된다는 것, 책이 되는 글쓰기, 그리고 현실적으로 책이 세상에 나오려면 거쳐야만 하는 관문들에 대해 읽기 쉽게 써 내려간 책에서 가장 와닿는 구절이 하나 있다. 바로 글은 ‘살아지는’ 삶이 아니라 ‘살아내는’ 삶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글에 대한 어려움을 느끼던 과거 대학생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이 자문자답하는 해당 장에서는 글의 재료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막상 글로 옮기면 분량이 너무 적어 걱정이라는 과거 대학생 신분의 작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경험이었다. 결국 좋은 글을 쓰려면 경험이 뒤받쳐 줘야만 한다고. 한 가지 분야에만 매몰되지 않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아예 도서관에서 고전 속으로 푹 빠져들어 보기도 하고. 풍부하고 입체감 있는 글을 위해서는 작가의 경험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그런 경험을 위해서 우리는 능동적으로 “살아내는” 삶을 살아야만 한다.


가끔은 나도 글에 대한 길을 잃을 때가 많다. 자유롭게 글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적어지면서 여유롭게 여러 분야를 탐미하고 호기롭게 바라보던 과거와 달리 효율을 중시할 때가 많아졌다. 그런 순간이 찾아올 때면 어떤 마음으로 글을 대해야 하는가, 라는 원초적인 질문이 들 곤 했다. 아마 글에 애정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거쳐 가는 시기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생각이 잦아들 때,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는 책에 대한 열정이 가득 찬 초심자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내가 왜 글을 쓰고 싶은가를 돌이켜보기 위해서는 글이라는 목적지로 힘차게 발돋움한 선배들의 발자취를 보면 된다. 나는 왜 쓰는가. 그는 왜 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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