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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연말에 더욱 생각나는 영화 [영화]

하마구치 류스케의 세계

by 이예진 에디터
2025.12.11 10:59

 

 

연말이 되면 아직 한 해를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했는데, 벌써 새로운 해가 다가온다는 사실에 괜스레 마음이 조급해지고 복잡해진다.

   

그래서일까, 연말이면 하마구치 류스케의 영화가 맴돌고, 어느새 연말 루틴처럼 그의 작품을 꺼내본다. 인물의 심연을 들여다보고 관계를 중점으로 풀어나가는 그의 시선이 다시금 나 자신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 - ’우연과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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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연과 상상’은 세 개의 짧은 이야기를 통해, 아주 사소해 보이는 순간이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크게 흔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옴니버스 영화다. 각 에피소드는 특별한 사건이나 큰 갈등 대신, 우연히 마주친 장면이나 한 문장, 잠깐의 오해 같은 작고 미묘한 순간에 초점을 맞춘다.

 

하마구치 류스케는 세계가 개개인의 삶에 개입하고자 할 때, 그 방식이 ‘우연’이라고 보며 수많은 우연들이 쌓여 사건이 되고, 개인은 그걸 ‘상상’으로 대응한다고 해석한다. 그래서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어딘가에서 흘러들어온 작은 사건을 계기로 감정의 방향이 미묘하게 달라진다. 그 변화는 거창하지 않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 현실적이고 더 깊다. 우리도 일상에서 이유 없이 갑자기 마음이 흔들릴 때가 있다. 영화는 그 흔들림의 순간을 잡아내어, 관객이 자신의 경험을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무심코 스쳐 지나갔던 말, 누군가의 눈빛과 행동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음을, 그리고 수많은 우연이 포개져 하나의 사건이 되었을 때 그 사건을 어떤 상상으로 받아들이고 대응할지는 결국 나 자신의 몫임을 일깨운다.

 

 

 

말하지 못한 감정 마주하기 - ’드라이브 마이 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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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는 배우이자 연출가인 가후쿠 유스케가 아내를 떠난 뒤 마주하게 되는 삶의 균열을 따라간다.

 

생전에 아내의 비밀을 알게 되었지만 끝내 그 사실을 묻지 못한 채 남겨진 그는, 채워지지 않는 질문들과 응어리진 감정 속에서 방황한다. 그러던 중 히로시마 연극제에서 체홉의 ‘바냐 아저씨’를 연출해 달라는 제안을 받으며 새로운 일상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그곳에서 아내와 연관된 배우를 다시 만나자 눌러두었던 감정은 조금씩 흔들리고, 그의 내면 역시 균열을 드러낸다.

 

이때 가후쿠 곁을 지키는 인물이 운전기사 미사키이다. 연극 작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고용된 그녀는 말수가 적고 신중한 사람이지만, 매일 같은 차 안에서 가후쿠와 시간을 나누며 그의 삶에 조용히 스며든다. 두 사람은 길 위에서 대부분을 침묵으로 채우지만, 바로 그 고요한 순간들 속에서 서로의 상처와 결핍, 말로는 전하기 어려웠던 내면의 진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가후쿠와 미사키는 상처를 치유한다기보다 그것을 피하지 않고 바라볼 수 있는 힘을 함께 만들어낸다.

 

영화는 삶에 쉽게 해결되지 않은 감정과 관계의 무게를 마주하게 하고, 다시 앞을 내다볼 수 있는 용기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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