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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취업난이라는 재난 속에서 달리는 우리에게 [영화]

재난 속 <엑시트>를 향해서

by 임혜인 에디터
2025.12.05 16:35


 
사람 살려주세요! 따따따 따따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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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다 보면 한 번쯤 이렇게 외치고 싶은 순간이 있다.


죽을 만큼 위험한 상황이 아니어도 부끄러움이나 곤란함, 막막함 때문에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다. 나도 그렇고 요즘의 청년들 대부분이 그렇지 않을까 싶다.


'재난'이라고 하면 거대한 지진이나 쓰나미를 떠올리지만, 우리에게는 다른 형태의 재난이 있다. 바로 '취업난'. 이 재난 속에 놓여있는 것 같다. 반복되는 불합격 문자, 줄어드는 채용, 경력 없는 신입은 존재할 수 없는 현실. 노력해도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고 불안은 점점 더 짙어진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너 지금 재난 속에 있어.

지진, 쓰나미만이 재난이 아니라

우리의 지금 상황이 재난 그 자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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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엑시트>는 유독가스라는 거대한 재난을 다루는데도 유난히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취업난에 빠져있는 '용남'을 보는 순간, 그의 불합격 문자들이 곧 나에게 온 문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용남에게 그 이상의 진짜 재난이 닥쳐온 것이다.

 

 

 

재난은 늘 갑자기, 그리고 너무 익숙하게 온다


 

영화 <엑시트>에서의 재난은 지진도 폭발도 아닌 도심 속 유독 가스다. 하늘로 뿜어져 올라가며 순식간에 도시를 덮어 버리는 이 가스는 사람들을 그대로 집어삼킨다. 멈추거나 넘어지면 바로 가스에 노출되게 된다.

 

이날은 마침 용남의 가족들이 '구름정원'에서 칠순 잔치를 하는 날이다. 그곳에서 용남은 우연을 가장해 대학 시절 산악 동아리 후배이며 자신의 고백을 거절한 '의주'를 다시 만난다. 어색하지만 서로를 의식하고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남아 있는 사이. 하지만 둘의 합은 최고였고 손발이 척척 맞는 모습을 보여준다.

 

재난이 시작되고 용남은 "옥상으로 대피하세요!"라고 외치지만 가족들은 그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그러나 재난 문자가 울리자마자 모든 가족이 갑자기 바빠진다.


하지만 옥상 문은 잠겨 있다. 그때, 용남의 진짜 능력이 드러난다.


대학 시절 산악 동아리 에이스였던 그는 말 그대로 맨손으로 건물 벽을 기어오르며 옥상 문을 열어준다. 이 장면은 정말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볼 정도로 긴장감이 있었고 "나라면 절대 못 할 거야…"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옥상에 오른 뒤에도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구조 헬기는 신고했다고 자동으로 오지 않는다. '보여야만' 구조될 수 있다. 아무리 위험해도 눈에 띄지 않으면 도와주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 현실적인 느낌이 든다.


그래서 의주가 알려준 구조 신호를 다 함께 마이크로 외치고, 기지를 발휘해 건물 조명을 깜빡이며 헬기의 눈에 띄도록 한다. 그 덕에 헬기가 오지만, 정원 초과로 용남과 의주는 타지 못한다.


용남은 가족을 먼저 태우고, 의주는 우는 얼굴을 숨기며 "나 구름정원 부점장이야… 손님부터 태워야지."라고, 씩씩하게 말한다. 정말 멋있다고 느껴졌다.


결국 두 사람은 더 높은 곳을 향해 스스로 움직여야 한다.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계속 위로 올라가야만 한다. 그 모습이 꼭 지금 청년들의 현실 같았다. 계속해서 더 높은 곳, 더 안전한 곳, 더 나은 위치를 향해 올라가지 않으면 언제든 가스처럼 불안이 발목을 잡는 현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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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속을 달리는 두 사람의 생존기


 

높은 곳을 향해 달리는 과정에서 둘의 모습은 더욱 인상 깊어진다. 연기 속을 뛰고 사다리를 오르고 서로를 의지하며 손을 잡고 달리기도 한다. 이 과정은 재난영화이지만 곧 청년들 현실의 은유처럼 보였다. 불안이라는 연기 속에서 목표를 향해 뛰어가는 모습이 말이다.


그러다 둘은 옆 건물 학원에서 갇힌 학생들을 발견한다. 구조 헬기가 이미 오고 있었지만 의주는 말한다.


"쟤네들은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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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둘은 자신들이 구조받을 기회를 뒤로하고 마네킹, 입간판을 동원해 화살표를 만들어 학생들을 눈에 띄게 만든다. 자신의 생존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할 줄 아는 용기. 이 장면이 특히 마음에 남는 장면이다.


한편, 재난 속에서 이 둘이 찍힌 드론 영상으로 방송국 PD와 거래하는 사람의 모습도 나온다. 같은 재난인데 누군가는 죽을힘을 다해 달리면서도 사람을 도와주고 누군가는 그것을 콘텐츠로 소비한다. 재난 속 인간의 양면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듯했다.


하지만 도움의 손길도 존재한다. 둘이 구조받지 못하고 다시 달릴 때 시민들이 드론으로 연기를 밀어내주고 밧줄을 건물 사이에 연결해 준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누군가의 포기하지 않고 용기 있는 행동이 또 다른 도움을 끌어낸 것이다.


용남과 의주가 밧줄을 타고 건물을 건너던 중 멈춰 버렸을 때 의주는 결국 밧줄을 끊어낸다. 위험했지만 멈춰 서 있으면 더 큰 위험이 닥칠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 모습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어떤 순간에는 손에 쥔 걸 놓아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

 

 

 

언젠가 우리에게도 '엑시트'가 열릴 것이다.


 

둘은 결국 구조된다.


용남은 가족들과 재회하고 의주는 마침내 가족과 연락이 닿는다. 둘은 다음에 또 만날 것을 약속하며 웃는다.


그리고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도시를 가득 메우던 연기는 조금씩 흩어지고 마침내 사라진다. 연기가 비가 내려 사라지듯이 우리의 재난 같은 현실도 언젠가는 걷힐 거라는 작은 희망을 품게 한다. 


<엑시트>는 무겁지 않고 오히려 유쾌하고 가볍게 보이는 영화다. 하지만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재난 속을 달리는 두 사람의 모습이 우리가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달리고 있는 모습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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