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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살아가며 고전 소설을 오랜 시간 깊이 들여다보고 몰입할 일은 많이 없을 것이다. 기껏해야 중고등학교 때 교과서에 나오는 몇몇 고전 소설을 시험 준비를 위해 열심히 외우고 공부한 일 정도가 있을 것이다. 그것도 마음 깊이 몰입하기보다는 공부를 위해 억지로 이해를 한 것에 가까운 이들이 많을 거로 생각한다. 지금은 쓰지 않는 한자 어휘가 가득한 가운데, 자신이 살아보지도 않은 시대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연극 <퉁소소리>는 고전소설 중 <최척전>을 연극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최척전>의 내용을 요약하면 최척과 옥영 부부가 정유재란으로 생이별을 하나 극적으로 이국땅에서 만나 가족을 되찾고 행복하게 산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연극 <퉁소소리>에서는 원소설의 줄거리를 거의 각색 없이 따르고 있다.


연극을 보며 나는 궁금증이 들었다. 고전소설을 지금 2025년에 연극으로 올리는 까닭은 무엇인가? 굳이 <최척전>을 무대에 올려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가? 1막에 들었던 궁금증은 2막에서 다르게 변했다. 최척과 옥영, 그리고 아들이 재회하는 장면에서 주변 관객들이 전부 울고 있었다. 손수건을 들어 눈물을 닦는 관객들이 있었고, 공연이 끝나고 로비에서도 울었다고 이야기를 나누는 관객들이 많았다.  이 리뷰에서는 왜 고전 소설의 내용이 지금 시대에도 유효한 이야기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내 생각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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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퉁소소리>의 특별한 스토리텔링 방법에 관해 이야기해야 한다. 연극의 형식은 늙은 노최척이 등장해 자신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이다. 노최척은 계속 등장해 무슨 일이 있었음을 관객들에게 알려주며, 막의 시작과 끝을 맡으며 자신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음을 관객에게 계속 상기시킨다. 덕분에 이야기는 빠르게 진행되며, 동시에 관객이 장면을 빠르게 이해하게 만들어 관객이 이야기에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동시에 중간에 들어가는 가벼운 유머들은 이야기의 진지함을 적당히 덜어내 준다.


그렇다면 노최척이 들려주는 <최척전>의 이야기는 어떠한가. 이야기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는 우선 조선 후기 고전 소설이 흥했던 이유에 관해 이야기를 해보아야 할 것 같다. 한반도 최초의 소설이라고 불리는 김시습의 <금오신화>가 등장한 이후 오랜 시간 동안 조선에서 소설은 부정적인 존재였다. 소설이 사회를 어지럽게 한다는 생각은 양반들이 소설을 무시하게 했다. 그러나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 일어나며 조선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고, 자리 잡고 있던 유교 규범이 뒤집어지고 현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자연스레 소설은 전보다 더 대중에게 가까워졌다. 게다가 국문이 보급되며 더 많은 독자가 소설을 읽었고, 이에 세책이 등장하고, 많은 이들이 소설을 필사할 만큼 소설은 일상에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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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대중에게 소설이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그 자체 이야기의 재미도 있을 것이지만, 동시에 당시 사람들의 발전된 사회 인식을 소설에서 잘 담고 있으며, 동시에 이에 대한 위로를 전해주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진 <박씨전> 역시 당시 병자호란으로 다친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함이었으며, <홍길동전> 역시 신분 차이로 인한 차별의 부당함을 말하는 작품이지 않았는가. 사람들의 마음과 고난을 알아주는 소설이었기에 사람들이 마음속에 오래 남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퉁소소리> 연극으로 이야기를 접하는 현대 사람들의 소망은 무엇일까? 다양화된 사회인 만큼 개인들의 고민은 이제 과거와는 달리 다양할 것이다. 그럼에도 사랑하는 이들과 잘 살고 싶고, 고난이 있더라도 끝에는 행복이 있을 것이라는 마음은 여전히 보편적으로 유효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우리가 열심히 살아남고 있는 게 아닐까. 어느 시대나 각자의 고난이 있고, 모두가 살아남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 이들에게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느 세대, 공간을 막론하고 충분히 감동을 주고 삶을 바꿔놓을 수 있지 않을까.


연극의 마지막에 가서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려주던 노최척은 사실 정말 최척이 아닌, 최척과 옥영의 부탁으로 두 사람의 이야기를 글로 남긴 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가족 모두가 재회한 이후 최척과 옥영은 자신들의 이야기가 후대에도 남아 전해지기를 바랐기에 이야기로 기록했다고 한다. 아마 최척과 옥영도 미래에도 분명 자신과 비슷한 고통을 겪는 이들이 있으며, 자신의 이야기가 힘이 되어줄 것이라 믿었던 것이 아닐까. <퉁소소리>를 통해 멀게만 느껴졌던 <최척전>의 이야기를 곱씹어보며, 이야기가 사람의 삶을 바꾸는 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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