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에서 주는 영화 6천원 할인 쿠폰, 독립 영화관에서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할인 쿠폰을 받았지만, 막상 영화관에 가서 볼 영화가 없을 때, 주변 독립 예술 영화관을 찾아 보시라. 나는 이번 기회에 처음으로 독립 영화관에 가서 4천원으로 영화를 보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좋았다. 상업 영화에 질렸거나, 예술적인 영감을 얻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복합문화공간, 더숲 시네마를 소개합니다
7월 넷째주 상영시간표
이번에 내가 방문한 곳은 ‘더숲 시네마’라는 곳이었다. 사실 독립 영화관에 가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에무 시네마‘였지만 위치가 멀어 다른 독립 영화관들을 찾아보다 이 곳으로 결정했다. 이 곳은 카페, 서점, 독립 영화관이 함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서 노원역에서 1분 거리에 위치해있다.
좋은 음악이 나오고, 커피 향기와 책 내음, 그리고 시네마가 같이 있는 공간이 낭만있는 분위기를 선사한다.
나는 ‘시네마 천국‘을 예매했다. 재개봉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주변 극장에서 보고 싶었는데 마땅한 상영관을 못 찾아 속상했었다. 그런데 독립 영화관 상영 일정에 있는 걸 보고 얼마나 기뻤는지! 이 외에도 영화 상영표를 쭉 둘러보면 내 취향인 흥미롭고 작품성이 좋아 보이는 영화들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나는 오히려 앞으로 메가박스나 롯데시네마 같은 대형 영화관에 가기보다, 독립 예술 영화관에 방문할 일이 많겠다는 확신이 들었던 것 같다.
'더숲 시네마' 내 도서 큐레이팅 존
'더숲 시네마' 옆 전시회
'더숲 시네마' 앞에는 앉아 쉴 수 있는 카페와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서재가 있었다. 마치 독립서점 처럼, 여러 책들을 큐레이팅 해놓은 것도 흥미로웠다. 책과 영화, 그리고 먹을 것이 함께 있는 공간이라니. 정말 자주 오고 싶다고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많은 날, 혹은 어디라도 혼자 놀러가서 바람 쐐고 싶은 날, 혼자 생각에 잠기고 싶은 날에 이 곳에 오고싶다고 생각했다. 또한, 시네마 옆에서 상설 전시회도 열려서 매번 구경하는 맛도 있을 듯 했다.
사람 간의 온기가 더욱 느껴지는 독립 영화관의 매력
앞 타임 영화가 끝나고, 일제히 영화관으로 들어갔다. 보이는대로 굉장히 아담하고, 다른 이들의 온기가 잘 느껴지는 영화관. 그리고 가끔 나오는 2020년 영화 예고편 덕분에 타임 머신을 탄 것 같이도 느껴지는 영화관.
물론 독립 영화관이기에 대형 영화관과 같은 퀄리티일 순 없다. 소규모의 좌석 수이고, 예민한 이들에게는 음향이나 화질이 조금 아쉬울 수 있다. 그러나 오히려 그러한 점이 그 장소와 경험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영화를 보는 듯 편안하고 정감 있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독립 영화들을 상영하기 때문에, 일반 영화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게 오히려 더 흥미롭다. 그리고 독립 예술 영화 향유를 증진하기 위한 공익 광고도 나오던데, 앞으로 이러한 영화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싶다고 느꼈다.
독립 영화관에서 봐서 더 의미있었던 ’시네마 천국’
이 이야기는 영화를 유독 좋아하는 토토의 어린 시절, 청년 시절, 그리고 중년 시절까지 다룬다. 영화를 정말 사랑했던 말썽 꾸러기 아이가 시네마에서 알프레도 아저씨를 만나 꿈을 쫒던 어린 모습부터, 무너진 시네마를 보며 예전 추억을 그리워하는 중년의 모습까지 긴 호흡으로 따라갈 수 있다. 또한 영화관이라는 공간이 한 시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중간중간 삽입 되는 '엔니오 모리꼬네'의 사운드트랙도 낭만적인 분위기를 더해주고 말이다.
후반부에는 영화관이 무너지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속 인물은 이렇게 말한다. "텔레비전이 있으니까 더 이상 사람들이 영화관을 찾지 않아" 라고. 마치 현재 OTT가 발전해서 영화관에 발을 들이지 않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그러나 이 영화가 내게 보여준 것처럼, 영화관은 단순 영화를 상영하는 공간이 아니라 공동체가 모이는 공간이었다. 웃고 떠들고, 얘기하고, 감동받고, 서로가 소통하는 커뮤니티 말이다. 그렇기에 영화관의 소멸은 한 공동체의 소멸과 같았다.
나는 이탈리아에 반년동안 산 경험이 있는데, 영화관 장면들을 보며 그 때 느꼈던 이탈리아인의 정이 다시금 떠오르기도 했다. 이탈리아 기숙사에서 이탈리아 친구들과 같이 살면서 느꼈던 건, 그들은 오프라인 커뮤니티에 강하다는 것이었다. 한국보다 정이 가득할 수도 있겠다고 느꼈다. 살을 부대끼며 사는, 서로 가까이서 소통하는 커뮤니티가 잘 되있다고 수십번 느꼈었다. 그런데 '시네마 천국'에서도 영화관이 그러한 역할을 해주는 듯 하여 더욱 몰입이 되었다.
사실 독립 영화관은 좌석 수가 적기 때문에, 사람들이 붙어 앉아야 한다. 처음에는 사실 그게 익숙치 않아 불편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 볼수록, 오히려 "시네마 천국 영화관이 지향했던 바가 이러한 것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됐다. 이런 작은 영화관에서 '시네마 천국'이라는 영화를 본 것이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스크린 속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영화를 보는 것이, 마치 우리들이 독립 영화관에 모여 영화를 보는 장면과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토토와 알프레도의 관계성도 감동적이었다. 죽어가는 알프레도의 생명의 은인이었던, 그리고 그를 보면서 꿈을 키웠던 어린 토토. 그리고 토토에게 더 넓은 곳에서 꿈을 펼치길 바라서 "이 곳에서의 추억은 잊고 살아가라"고 얘기를 해주는 알프레도. 그들의 대화는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이 곳을 너무 생각하지 마. 과거는 과거일 뿐이야. 추억은 추억으로 간직해.
넌 아직 젊으니까 앞으로 나아가야 해."
전반적으로 '시네마 천국'이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추억 같았다. 노스탤지어와 꿈에 대한 이야기. 이탈리아인의 추억을 중요시 여기는 정서때문인지, '인생은 아름다워'도 그렇고 이 작품 또한 추억을 아름답게 풀어내는 데에 강한 듯 했다. 작은 영화관에서 만난 <시네마 천국>은 단지 스크린 속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 공간 안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다시금, 극장이라는 공간의 따뜻함을 믿고 싶어졌다.
"토토야. 네가 영사실 일을 사랑했던 것처럼,
무슨 일을 하든 네 일을 사랑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