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리뷰 범위에 대한 고백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솔직히 밝힌다. 시간상의 제약으로 인해 이 리뷰는 18권 《반란의 여름》과 19권 《성스러운 도둑》을 읽지 않은 채 작성되었다. 특히 18권에는, 필자가 주인공을 제외하고 가장 애정하는 인물인 마크 수사가 등장하기 때문에, 이 두 권을 건너뛰었다는 사실은 개인적으로도 매우 아쉽다.
캐드펠 시리즈는 전체적으로 일정한 연속성을 가지지만, 각 권은 독립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 중간 권을 생략하고도 이해에 큰 지장이 없다. 실제로 결말에 해당하는 20권과 21권으로 바로 이어졌을 때, 일부 캐릭터의 변화는 있었지만, 핵심 서사에 치명적인 단절은 없었다.
따라서 이 리뷰는 시리즈 전체를 핵심적 매력을 파악하기에 충분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지만, 18권과 19권은 분석 대상에 포함되지 않음을 미리 밝혀둔다. 이 글이 캐드펠이라는 멋진 수사를 만나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2. 캐드펠이라는 인물, 그리고 시리즈의 분위기
비록 중간 권 몇 권을 건너뛰었지만, 1권부터 21권까지 캐드펠 수사의 여정을 따라온 지금, 이 시리즈를 정리하려니 말로 다 담기 어려운 감정이 밀려온다.
첫 권을 읽을 때만 해도 캐드펠이라는 인물에 이렇게 깊이 빠져들 줄은 몰랐다. 첫 작품에서 ‘성녀’를 처음 만나는 장면은 캐드펠이라는 인물의 매력을 드러내지만, 그 자체로는 큰 흡입력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캐드펠 시리즈의 세계관은 서서히 스며드는 매력이 있다. 캐드펠은 매우 특별하거나 괴짜인 탐정이 아니다. 그는 현실적이고 유능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가 지닌 특별함은, 죄를 파헤치기보다 용서와 자비를 중심에 두는 시선에서 비롯된다. 그는 젊은 시절 여러 여인을 사랑했고, 전쟁과 폭력의 세계 속에서 살아남은 과거를 지녔다. 그런 삶을 돌아보며, 그는 인간사를 체념과 애정이 섞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 결과, 그는 놀라운 관용을 보여준다.
이 시리즈는 전체적으로 낙관적이고 온화한 세계관을 품고 있다. 캐드펠 역시 단죄보다는 이해에 가까운 시선을 지니고 있으며, 그와 관계 맺는 인물들 역시 어떤 세력의 일원이나 죄인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 묘사된다.
흥미로운 점은, 내전의 피비린내 나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도 캐드펠은 종종 서로 다른 정치 세력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이 작품에서는 전형적인 '악당'이 드물며, 등장하는 인물들의 '악의'는 대부분 욕망, 감정, 현실적인 이해관계에서 비롯된다. 가해자, 피해자, 수사자 모두가 다소 더 인간적이고 관대한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는 세계다. 때로는 실제로 ‘성녀’가 개입하는 듯한 묘사도 존재하며, 이는 작가 엘리스 피터스의 낙관주의적 세계관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세계가 순진하게 느껴지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 시리즈는 현실보다 조금 더 따뜻하고 인도적인 시선으로 사건을 풀어내는 ‘인간적인 미스터리’라는 점에서 깊은 매력을 지닌다.
3. '미스터리'의 새로운 방향: 따뜻하고 정서적인 수사극
이 시리즈는 ‘범죄의 구체적인 과정’을 파헤치기보다는, 중세라는 배경 속에서 사건과 감정을 엮는다. 복잡한 트릭이나 음모보다는, 증오와 관용을 동시에 품은 인물들이 생생한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캐드펠은 당시 시대 상황에 걸맞은 방식으로 살인을 수사하고, 그의 논리적인 사고 과정은 과도한 비약 없이 현실적인 추리를 가능하게 한다. 이 점이 이 시리즈를 지적이면서도 감성적으로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든다.
이러한 작품군을 ‘코지 미스터리(Cozy Mystery)’라 부른다. 코지 미스터리는 잔혹한 묘사 없이, 인간 심리에 집중하는 미스터리 장르를 말한다. 실제로 캐드펠 시리즈 중에는 살인조차 등장하지 않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코지’라는 단어 때문에 이 시리즈를 따뜻하지만 지루한 이야기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엘리스 피터스의 뛰어난 이야기 구성력은 어느 순간 독자를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4. 인상적인 작품들
10권 이후, 특히 11권 《위대한 미스터리》와 20권 《캐드펠 수사의 참회》는 감정 표현이 강렬하게 인상에 남았다. 현대의 독자라면 두 권 모두 전개가 다소 예측 가능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인물의 감정과 행동이 절제된 언어로 깊이 있게 묘사되고, 특정 장면에서는 생생한 감정의 폭발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두 작품 모두 후반부 장면에서 가슴을 울리는 힘을 지닌다.
두 작품은 미스터리보다는 인간 드라마에 가까우며, 사랑과 용서라는 주제를 중심에 둔다. ‘위대한 미스터리’의 폭우 속 고백 장면, ‘캐드펠 수사의 참회’에서 수도원을 떠나는 캐드펠과 라둘푸스 원장과의 작별 장면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이 두 작품은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하나의 구조로 묶는 연출력이 탁월하며, 같은 구조는 《할루인 수사의 고백》에서도 빛을 발한다. 특히 《참회》에서는 캐드펠이 오랜 관찰자의 위치를 떠나 다시 주체로서 이야기를 이끈다는 점에서, 시리즈의 완결로서도 훌륭한 인상을 남긴다.
《장미나무 아래의 죽음》과 《할루인 수사의 고백》은 인물 간의 관계와 감정선을 치밀하게 연결하는 작품이다. 특히 후자는 시리즈 전체에서 손꼽을 만한 완성도를 자랑한다. 죄의식, 양심, 신분의 비밀이 얽히며, '과거의 죄, 새로운 삶'이라는 주제를 통해 깊은 공감과 여운을 남긴다. 서사의 감정선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으며, 감정의 쾌감과 서사의 마무리가 동시에 이루어진다.
상대적으로 《에이튼 숲의 은둔자》, 《이단자의 상속녀》, 《욕망의 땅》은 앞선 작품들보다는 덜 인상적이었다. 이 작품들이 분명한 메시지를 지니고 서사적 초점이 분명하지만, 강렬한 서사는 부족해 상대적으로 임팩트가 적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작품이 남긴 장면과 인물은 여전히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다.
예를 들어, 《에이튼 숲의 은둔자》에서는 음산하게 망토를 펄럭이는 신부가, 《이단자의 상속녀》에서는 젊은이에게 사랑을 전하는 늙은 기사의 모습이, 《욕망의 땅》에서는 복잡한 얼굴을 한 아름다운 여인이 떠오른다.
개인적으로 즐겼던 중세 배경의 게임 《펜디먼트》에서도 캐드펠이 약초 서적의 저자로 패러디되어 등장하는데, 게임 후반부의 종교 대립이라는 주제가 《이단자의 상속녀》와도 맞닿아 있어 흥미로웠다. 이 세 권은 심리적 긴장감보다 역사적 고증과 사회적 구조에 집중한 작품이라, 취향에 따라 최고의 작품으로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5. 마무리 – 캐드펠의 시선, 시리즈의 온기
이렇듯 캐드펠 시리즈는 단순한 미스터리의 틀을 넘어선다. 시리즈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는 ‘진실의 발견’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이해’다. 그 중심에는 죄를 단죄하기보다 이해하려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인물 캐드펠이 있다.
그의 눈을 통해 우리는 중세라는 낯선 시대를 인간적인 온기로 채운 사람들을 만난다. 때로는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기도 하지만, 이야기는 늘 따뜻한 여운을 남긴다.
이 시리즈를 읽는다는 것은 누군가의 죄를 추적하는 일이 아니라, 사람들의 감정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일이다. 사건을 해명하기보다는, 인물들의 삶을 정돈하고 기억하는 과정에 가깝다.
나는 이 시리즈를 통해, 추리소설이 반드시 정교한 트릭이나 놀라운 반전으로만 완성되는 장르가 아님을 확신하게 되었다. 캐드펠 시리즈는 미스터리를 구성하는 방식에서 ‘용서’와 ‘고백’, ‘기억의 윤리’를 핵심으로 삼는다.
이 작품을 끝까지 읽고 나면, 진실을 파헤쳐 누군가를 처벌하는 것이 아닌, 누군가를 이해하고 그 시간을 함께 견뎌낸다는 감정이 남는다. 나는 이 조용한 용서의 세계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캐드펠 시리즈는 읽을수록 마음이 평온해지고, 시간이 흘러도 다시 꺼내보고 싶은 책으로 남는다. 이 리뷰가 누군가에게 캐드펠을 만나는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 빠뜨린 18권과 19권을 읽고 다시 이 세계의 마지막 장을 천천히 음미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