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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지상판 탑건: 매버릭? [영화]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F1 더 무비>

by 신민정 에디터
2025.07.04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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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전에 톰 크루즈와 함께 대본 리딩까지 갔었던 <고 라이크 헬>이라는 에프원 영화는 무산됐지만 브래드 피트 단독 주연으로 한 에프원 영화는 제작에 성공한 모양이다. 두 명이 같이 나왔다면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이후 몇십 년 만에 한 작품에서 다시 만나는 거라 더 화제가 됐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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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커뮤니티 후기에서 백인 중년 남성의 판타지 같다는 말을 봤는데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어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젊을 때 비운의 사고를 당해 F1에서는 은퇴했지만 다른 리그 팀에서 에이스를 담당하고 있는 백인 중년 남자 주인공은 전 동료로부터 자신의 F1 팀으로 들어오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고 F1 드라이버로 복귀한다.


60대가 현역 드라이버로 그것도 20대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실력을 갖춰 최하위 팀을 일으킬 에이스라는 설정부터가 판타지였다. 아무리 실력이 좋고 연륜이 있다 해도 F1은 빠른 반응 속도를 요구하는데 그런 스포츠에 60대 드라이버라니. 거기에 과거의 사고로 척추 수술까지 받았다는 사실을 숨기고 레이싱을 하다가 또 일어난 사고로 인해 척추 수술을 받았다는 게 드러나는 것까지, 멋있는 설정이란 설정은 다 붙여줬다. 하지만 레전드 선수라더니 아슬아슬하게 위반되지 않을 정도로 룰을 가지고 놀면서 레이싱을 하는 게 잔꾀로 느껴져 이거저거 멋있으라고 붙여준 설정들에 비해 우습게 느껴졌다.


팀 메이트이자 라이벌인 조슈아의 엄마가 소니의 프로필 사진을 보더니 네가 말한 것처럼 늙어 보이지는 않고 잘생겼다고 하는 것부터 소니가 소년처럼 해맑게 웃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오는 것도 그 나이대 중년 남성들에게 어 너네 아직 젊고 어딜 가도 먹히니까 자신감 가져라고 노골적으로 말하는 것 같아서 좀 촌스러웠다.


<탑건: 매버릭> 감독 조셉 코신스키가 제작한 F1 더 무비는 배경만 하늘에서 땅으로 바뀐 <탑건: 매버릭> 같았다. 한때 잘 나갔던 중년 백인 남성 캐릭터가 연륜과 실력으로 젊은 유색 인종들에게 팀워크라는 걸 가르치면서 중간중간 연애도 하고 일과 사랑, 명예 다 얻는 전개.


<탑건: 매버릭>에서도 캐스팅된 아시안 배우들에게 주조연 배우들과 똑같은 트레이닝을 받게 해놓고 막상 완성본에는 1초 수준의 짧은 분량으로 나와 아시안 배우들이 비판한 인터뷰를 본 기억이 있는데 이번 영화에서도 똑같은 일이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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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슈아의 여자친구로 캐스팅된 시몬 애슐리의 분량이 통으로 편집됐다는 기사를 봤다. 편집을 거치다 보면 통편집 되는 사례도 종종 보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시몬 애슐리도 아시안계 배우고, 이미 지난번에도 아시안 배우들의 분량만 통편집 했던 전적이 있었던 감독이라 일부러 이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작 때는 주변 눈치를 보면서 아시안 배우들을 캐스팅해 촬영까지 다 해놓고 정작 본 영화에서는 통편집 시킨 건 매너가 없다고 느껴졌다.


에이펙스 기술 총괄 케이트는 F1 최초 여성 기술 총괄이라는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타이틀에 걸맞은 장면보다는 소니와 썸 타는 장면이 대부분이었다. 어차피 주인공 여자친구가 될 텐데 최초 여성 기술 총괄이라는 직위를 붙여주고 됐지? 하는 것 같아서 떨떠름했다. 어차피 남자 주인공의 고집에 꼼짝도 못 하고 어쨌든 남자 주인공 여자친구 시킬 거면서 굳이?


지위가 높은 여성 캐릭터라도 어떻게든 주인공의 여자친구로 만들려는 게 이해가 안 됐다. 플러팅 하는 남자 주인공을 밀어내고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더니 결국은 베드인을 하게 되고 하룻밤을 보내고 나니 엉겨 붙는 쪽은 여자고 남자는 무심 덤덤한 것도 짜증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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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중간에 케이트가 루벤에게 제의를 받고 남편과 싸우게 되고 그 일로 전 남편이 됐다는 둥 맥주를 마시면서 일 얘기를 하겠다는 건지 플러팅을 하겠다는 건지 싶었던, 없어도 그다지 스토리에 지장이 없을 것 같은 장면들이 꽤 있었다.


계속 조슈아를 위해 희생하는 드라이브를 하다가 마지막 그랑프리에서 조슈아가 다른 팀 차와 부딪혀 소니가 1위로 통과하게 되면서 더더욱 백인 중년 남성 판타지를 위한 영화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특히 팀 동료가 젊은 흑인 남성이었다는 점에서. 레이스가 끝나고 조슈아가 소니에게 나는 앞으로 1위 할 기회가 많으니 양보해 준 거다 장난 식으로 얘기한 것도 의문스러웠다. 스포츠 선수들이 얼마나 승부욕이 강한데 저런 말을 할 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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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트랙과 배우들의 얼굴을 동시에 보여줘서 더 실감 나게 느껴졌던 레이싱 파트만큼은 최고였다. 어쨌든 이런 류의 영화는 오락성만으로 그 역할을 다 하는 거니까. 넷플릭스에 있는 에프원 다큐멘터리 <본능의 질주>에서 봤던 감독과 선수들이 잠깐씩 나올 때 뭔가 신기했다. 실제 선수들, 감독들과 함께 소니와 조슈아, 그들이 소속된 에이펙스 팀도 실제로 존재하는 것 같아 실감 나게 볼 수 있었다.


설정과 스토리에 좀 당황스러운 부분이 있었지만 레이싱 영화는 오랜만이라 나름 재밌게 봤다. F1 팬이 본다면 말도 안 되는 영화 설정에 코웃음 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중간중간 나오던 F1 선수들과 감독 이름에 다시 넷플릭스 F1 다큐멘터리 <본능의 질주>를 보고 싶게 만드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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