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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생성의 표면, 부유하는 세계 - 리미널 [미술/전시]

피에르 위그 개인전 “리미널” 관람 후기

by 정충연 에디터
2025.06.30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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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얼굴을 본뜬 마스크를 쓴 원숭이, 두상 조각을 집처럼 이고 다니는 소라게, 얼굴을 잃어버린 채 갈 곳을 잃은 듯 방황하는 사람까지.

 

조금은 공포스럽고 불쾌하기도 한 이 대상들은 피에르 위그가 전시 《리미널》에서 제시하는 형상들이다. 일상에서 통용되고 마주할 수 있는 기호나 이미지에서 변주된 형상들은 관습적으로 작동하는 우리의 인지 시스템을 흔들어놓는다.

 

블랙박스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에스텔라리움〉(2024)이 눈에 들어온다. 현무암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출산 직전 임산부의 배가 남긴 흔적을 표상한다.

 

어떤 존재를 마주할 것인지에 대한 기대는 오목한 구조의 바위에 의해 묘한 부재의 두려움으로 전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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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와 동명의 작품 〈리미널(Liminal)〉(2024-현재)에선 〈에스텔라리움〉의 움푹 파인 형태를 연상시키는, 얼굴 없는 인간이 등장한다. 그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황량한 공간에서 방향성과 목적을 잃은 채 발버둥 친다.

 

이 작품과 전시의 ‘리미널’은 “생각지도 못한 무언가가 출현할 수 있는 과도기적 상태”를 말한다. 실시간 시뮬레이션으로 작동되는 이 작품은 외부의 상징과 의미를 지시하기보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실시간으로 반응하며 새로운 장을 만들어가는 네트워크 자체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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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드람4(Zoodram 4)〉(2011)는 위그가 살아있는 생명체를 작품에 활용한 최초의 작업 중 하나다.

 

수족관 안의 소라게는 콘스탄틴 브랑쿠시(Constantin Brancuși)의 〈잠든 뮤즈(Sleeping Muse)〉(1910)의 복제품을 집으로 삼았다. 마치 합성 사진을 보는 듯 낯선 감각을 주는 수족관의 모습은 인간과 비인간의 결합 혹은 연결 가능성을 시각적으로 제시한다. 이는 〈휴먼 마스크(Human Mask)〉(2014) 속 소녀의 얼굴 가면을 쓴 원숭이를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그라운드 갤러리 역시 영상과 수조 작업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5미터 가량의 거대한 스크린은 끊임없이 변하는 이미지를 송출하고 있다. 〈U움벨트–안리(UUmwelt–Annlee)〉(2018-2025)의 이미지는 실재하지 않는 인물인 안리를 상상할 때의 뇌 활동을 기록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에 의해 생성된다.

 

더불어 이와 연결된 〈암세포 변환기(Cancer Variator)〉(2016)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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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벨트(Umwelt)는 독일 생물학자 야콥 폰 윅스퀼(Jakob von Uexküll)의 개념으로, 생물마다 자신 고유의 감각 체계에 따라 지각하고 반응하는 '주관적 세계'를 의미한다.

 

위그는 움벨트에 'U'를 반복하여 붙임으로써 기존의 개념을 확장한다. 곧 기계를 통해, 비유기적 감각으로 생성되며 단일적이지 않고 복합적인 층위의 장으로서 움벨트인 것이다. 단일 주체 중심으로 펼쳐지는 세계를 해체하고 각 요소들간의 상호성에 주목한다.

 

〈캄브리아기 대폭발 16(Cambrian Explosion 16)〉(2018)의 물에 떠 있는 바위는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마치 현실 세계에서 게임 속 오류가 발생한 것처럼 우리에게 낯선 인식 경험을 제공한다.

 

캄브리아기라는 제목은 이 바위가 고대의 지층을 떼어왔다는 냥으로 말하며 과거와 현재를 중첩시킨다. 이는 살아있는 화석으로도 불리는 투구게와 화살게가 모래 위에서 생명 활동을 이어가는 모습을 통해서도 느껴진다.

 

투구게라는 종으로서 이들은 오랜 과거를 살아온 생명이기도 하지만, 지금을 살아가는 각 개체로서는 우리와 같은 시간 속에서 함께 존재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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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미널》 속 작업들은 대부분 실제 살아있는 생명체가 포함되어 있거나, 실시간 피드백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생성된다.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도 작품의 일부 요소로서 작용하며, 대상을 인지하고 감각하는 과정에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위그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자신이 중심이 되어 구축해 나갔던 세계에 의해 보이지 않던 다른 주체들의 세계를 드러내 보인다. 나아가 모든 세계들은 개별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복잡하고도 유연하게 직조되어 있음을 각인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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