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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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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acle Sisters는 많은 이들에게 낯선 이름일지도 모른다.

 

파리 기반의 3인조 인디 밴드는 첫 정규 앨범 [Hydranism]을 통해 단단한 음악적 기반으로부터 설계된 인디팝을 선보여 유럽 인디 신에서 주목 받았다. 두 번째 정규 앨범 [Divinations]에서는 그들의 음악적 정체성과 미학이 한층 선명하게 드러난다. 직접 설립한 레이블 Wizard Artists를 통해 발표된 이번 앨범은 'Divinations'라는 제목처럼 ‘예언’, ‘꿈’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현실과 무의식,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여행을 선보인다.


첫 곡 'Riverside'는 몽환적인 꿈의 여정을 예고하는 듯 시작된다. 미세하게 흔들리는 톤의 기타 리프가 곡의 전반을 이끌고, 공간감 가득한 스트링이 그 위를 덮는다. 사운드는 분명 몽환적이지만, 곡의 작곡 구조 자체는 의외로 정석적인 포크의 문법을 따른다. 간결한 코드 진행과 반복적인 리듬은 듣는 이를 천천히 끌어당기며, 곡이 끝나고 나면 마치 짧은 꿈에서 막 깨어난 듯한 기분을 남긴다.


앨범 초반의 유려한 흐름 속에서 두 번째 트랙인 'Marseille'은 빠른 속도감으로 톤을 전환한다. 드럼 머신과 아날로그 신디사이저의 질감이 드러나는 이 곡은 디스코 리듬 위에 아기자기한 사운드를 얹는다. 복잡한 악기의 레이어 없이도 충분한 에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듯, 이 곡은 미니멀한 사운드와 연주 안에서 최대한의 질감을 이끌어내 곡을 채운다. 무엇보다도 'Marseille'은 진지하거나 무거운 이야기를 다루지 않으면서도, 흘러가는 멜로디 속에서 마르세유의 풍경이 몽롱하게 떠오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후 전개되는 'Alouette'와 'Blue Left Hand'는 앨범 안에서 가장 빠른 속도감을 지닌 트랙이다. 'Alouette'는 과거 록앤롤 사운드를 소환하는 곡으로, 몰아치는 드럼과 베이스 위로 스트링을 얹었다. 이어지는 'Blue Left Hand'는 퍼지한 베이스와 반복적인 드럼으로 빈티지한 톤을 구성하며, 현대 사회의 권력 구조를 은유적으로 비판하는 철학적인 가사를 담고 있다. 두 곡 모두 정적인 트랙들 사이에서 리듬과 에너지를 환기시키며 앨범의 흐름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앨범의 중반 이후는 다시금 느슨해지면서 사운드의 영역은 확장된다. 수록곡 'Shotguns'은 몽환적인 감각을 유지하지만, 후반부 백보컬 멜로디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구간에서는 슬라이드 기타와 미끄러지듯 연주되는 솔로에서 더욱 고전적인 팝의 방식이 엿보인다. 또한 TV에서 나는 다양한 아날로그적인 사운드와 빈 공간을 채우는 신스와 리버브는 이전 앨범의 사운드로부터 분명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앨범의 중반 이후 빨라진 템포는 다시 느슨해지면서 사운드의 영역은 확장된다. 수록곡 'Shotguns'은 몽환적인 감각을 유지하며 백보컬 멜로디로 곡의 구성을 넓혀간다. 곡 중간의 슬라이드 기타와 부드럽게 흐르는 솔로는 고전적인 팝의 문법을 들려주며, TV에서 나는 다양한 아날로그적인 사운드는 직접적으로 과거의 소리를 가져온다. 곡 전반적으로 빈 공간을 채우는 신디사이저와 리버브는 이전 앨범의 사운드로부터 분명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이후 마지막 트랙이자 타이틀인 'Divinations'는 앨범의 긴 서사를 마무리한다. 'Divinations'의 가사는 마치 낮잠을 자는 도중 겪는 흐릿한 장면처럼 불분명한 이미지가 나열되며, 모든 것이 꿈이었음을 반복하는 가사로 이전까지의 서사를 환상의 영역으로 설명한다. 곡의 구조는 반복적이면서 단순하지만 연주의 강도와 밀도를 점차 높여 마무리를 장식한다. 가사는 불완전한 이별을 말하며 마치 한 편의 짧은 영화가 끝난 듯한 여운을 남긴다.


[Divinations]는 은유적인 가사와 몽환적인 감각의 설계로 꿈의 세계를 표현한 앨범이다. 미니멀한 악기 배열과 클래식한 작곡의 조합, 그리고 무엇보다도 고전적인 악기 톤을 고스란히 살린 프로듀싱은 이 앨범을 특별하게 만든다. 단순히 복고적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하기엔 이들의 음악에는 보다 능동적인 '소환'의 의지가 담겨 있다. 단지 과거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닌, 과거와 현재의 사운드를 겹친 레이어로 하나의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낸다.


Oracle Sisters는 [Divinations]를 통해 시간을 건너는 방식을 제시한다. 이들이 말하는 '예언'은 미래를 단정하는 언어가 아니라, 잊고 지나온 감정들을 다시 호출하는 감각에 가깝다. 이 앨범은 과거와 현재가 겹쳐진 사운드 레이어를 통해 그것이 '지금'인지 '그때'인지 모를 모호한 감정을 유도한다. 이를 통해 청자는 앨범의 정리된 메시지가 아닌 부유하는 감각의 조각과 불완전한 시각적 서술을 따라가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간을 건너간다.


『Divinations』는 우리가 가진 기억의 파편과 상상력의 흐름을 음악으로 유도하는 청각적 몽타주다. 몽환 속의 고전을 통한 흐릿한 감각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며, 불완전한 환상 속에서 느낀 나름의 해석은 음악의 감상을 더욱 깊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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