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천국
최근 나온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에서 '토토'라는 존재를 처음 제대로 인식하게 되었고, 이 인물이 고전 영화 ‘시네마 천국’에 등장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던 중 우연처럼 '시네마천국 이머시브 특별전 전시를 알게 되었고 이 전시를 통해 유명해서 낯익지만 보지못해 낯설었던 '시네마 천국' 영화 속 세상으로 처음으로 발을 들이게 되었다.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명작, '시네마 천국'은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어린 소년 ‘토토’와 마을 영화관 영사기사 ‘알프레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토토는 알프레도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성장하며 사랑과 이별을 겪는다. 세월이 흘러 영화감독이 된 토토는 알프레도의 죽음으로 고향을 다시 찾게 되며, 그리움이 가득한 공간에서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영화는 1990년 국내 개봉 이후, 지금까지도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 영화로 꼽히며, 세대를 넘나드는 감동을 주고 있다.
이번 전시는 영화 '시네마 천국'을 몰입형 콘텐츠로 재해석한 전시로, 총 18개의 공간을 통해 온몸으로 영화를 느낄 수 있었다.
전시의 세 가지 요소
전시는 크게 세 가지 주요 섹션으로 나누어져 있다.
전시의 규모와 기술력, 기획력도 뛰어나지만, 무엇보다 가장 감동적이었던 점은 주인공 토토처럼 전시장을 돌아다니며 온몸으로 그리운 추억을 회상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먼저 Originality’s Zone에서는 실제 영화 소품들이 놓여 있던 곳으로 영화 속 시칠리아 자전거, 의상, 감독 및 음악감독 인터뷰 영상 등을 전시. 영화관 입구, 광장 등 배경을 구현한 공간으로 영화 속에 들어온 듯한 몰입감을 주며 시작한다.
입구는 마치 토토가 어린 시절 들락거리던 영화관처럼 꾸며져 있었다. 토토가 처음으로 스크린을 바라보던 그때처럼, 영화 속 어린 토토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느껴짐과 동시에 어른 토토가 마을에 와서 그리움을 회상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공간이기도 했다.
주로 어린 시절의 기억과 경험을 기반으로 전시되어 있어 토토의 인생의 첫 장을 보여주며 알프레도와 우정의 서사를 쌓아가는 장면들이 나온다.
두 번째로는 Overwhelming Zone으로 첨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초대형 이머시브룸.
밀밭, 청년 토토 시절 등 영화 장면을 압도적인 스케일로 재현한 공간이 나오는데, 특히 영화 속 러브스토리의 배경인 밀밭과 디지털 하늘로 구현한 공간은 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로 아름다웠다.
단순히 영화 속 한 장면을 넘어서, 엘레나와 함께 밀밭을 달리던 그 순간, 그곳에 머물던 젊은 날의 토토의 감정과 기억들을 입체적으로 다가오던 공간이었다.
돌아갈 수 없기에 더욱 간절했던 추억과 열망을 밀밭이라는 매개체로 구현하여 표하여, 마음 한구석에 남은 그리움을 표현한다.
세 번째로는 Ennio’s Music Room으로 엔니오 모리꼬네의 OST를 서라운드 사운드로 감상할 수 있는 음악 공간이 나오는데 화려한 시각적 즐거움에 더해 청각적 감동까지 전해지던 공간이다.
특히 영화 속에 알프레도가 어린 시절 준다고 약속했던 키스신을 모아둔 장면이 재편집되어 스크린과 함께 음악이 들려오는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벅찬 감동이 느겨졌고 어쩌면 이 음악은 사람들에게 청각적 그리움을 회상 시키는 요소 중 하나로 전체를 관통한다.
온몸으로 그리움을 회상하는
이번 전시는 단지 영화 팬을 위한 전시가 아니다.
'시네마 천국'을 전혀 몰랐던 사람도, 이 영화를 처음 접한 사람도, 혹은 그저 전시가 좋아서 들어온 사람도, 누구나 이 전시를 통해 동일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바로 '그리움'이다.
우리는 영화 속 토토라는 캐릭터를 통해 사랑과 우정을 배우고, 이별을 겪으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따라가지만, 그 모든 흐름은 각자의 어린 시절과 그리운 기억과 맞닿아 있다. 토토의 눈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과거를 다시 마주하며, 돌이킬 수 없는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게 된다.
'시네마 천국'이 말하고자 했던 것은 단순히 한 인물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그것은 기억과 그리움, 그리고 돌아갈 수 없기에 더욱 간절하고 찬란했던 인생의 한 시절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그토록 간절히 바랐던 순간들이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을 마주하며, 그 시절의 감정을 깊이 느끼고 공감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다시 잡을 수 없는 찰나의 행복이자 가장 소중하고 유일한 시절임을 일깨워준다.
결국, 우리는 모두 토토와 같다.
유년 시절과 그리움, 그리고 영화처럼 지나간 아름다웠던 시절에 대한 열망을 겪으며, 온몸으로 그리움을 회상할 수 있었던 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