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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최종] 0413 더벨과 함께하는 지브리 페스티벌.jpg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수많은 어린이의 마음을 울린 지브리가 페스티벌로 돌아왔다. 4월 13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진행한 지브리 페스티벌은 아르츠심포니오케스트라와 피아노 및 해설 송영민, 지휘 안두현으로 진행됐다. 2002년에 개봉된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당시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감동을 주어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총 아홉 번 수상한 지브리의 대표작 중 하나다. 당시 아이였던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 부모와 어른이 되어 롯데콘서트홀에 찾아왔다.

 

어린 시절 가장 재밌게 봤던 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었다.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본 하쿠와 센은, 무서운 어른들의 사회에서 순수한 마음과 열정, 그리고 스토리상 나타나는 '이름'을 지키고자 했다. 하쿠가 울고 있는 센을 데려가 꽃밭에서 음식을 주는 장면은 아직도 선명하다. 왜 그들은 이름을 되찾으려 했을까? 그냥 새로운 세계에서 살아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품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 다시 같은 애니메이션을 보았는데, 그땐 어릴 때와 다른 감정으로 하쿠와 센을, 가오나시를 마주했다.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삶의 순간은 언제일까? "바로 지금!" 그들이 되찾고자 한 건 단순한 이름이 아니었다. 그 이름을 갖게 된 고유한 정체성. 그리고 삶의 자유를 누리고자 한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 지브리는 어린이의 동심과, 세상을 홀로 살아가게 된 어른을 위로해주는 특별한 장치들을 곳곳에 숨겨두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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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조명과 함께 시작된 60인조 오케스트라 연주는 풍성한 음색으로 우리를 동심으로 되돌리기 충분했다.

 

2부에선 오리지널, 1부에선 편곡을 선보였는데, ‘이웃집 토토로’의 ‘산책’엔 리스트 스타일 편곡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언제나 몇 번이라도’는 비발디 스타일로 편곡하는 등 더욱 듣는 재미를 살려주었다. 한국인이 잘 아는 클래식 작곡가 쇼팽, 리스트, 드비쉬 등의 작품과 유명한 지브리 작품 OST의 접점은 낭만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욱 짙게 자아냈다.

 

연주자들이 악기의 줄을 튕겨 내는 은은한 분위기는 우리가 그 음악이 들리는 장면에 들어가, 센과 하쿠처럼 높은 키의 풀숲을 파헤치거나, 혹은 포뇨가 주인공과 마주하는 순간을 숨죽여 지켜보는 역할에 충실해지는 것 같았다. 단순한 청각적인 감각이 아닌 시각적인 감각을 동시에 주어 공연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해설자 역할을 맡은 송영민 피아니스트는 무대 가까이서 피아노를 연주하다가 편곡에 대해 해설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클래식 곡과 지브리 OST에 녹인 방식을 직접 들려주어 매력적인 인상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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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지브리는 좋은 작품이 많지만, 몇 작품이더라도 여유 시간상 전부 보고 오기에는 힘들 수 있다. 나의 경우는 ‘마녀 배달부 키키’와 ‘천공의성 라퓨타’를 보지 못한 상태로 페스티벌에 가, 어느 장면에 등장하는 노래인지 알 수 없으면 어쩌나 싶었다. 그렇지만 위 사진의 스크린에는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시작할 때마다 특정 장면이 등장했다. 또 상황에 맞게 노란색, 푸른색 등 다양한 색감의 조명을 통해 편안하게 연주에 집중할 수 있는 센스가 돋보였다.


가장 좋았던 순간은 2부의 마지막 곡인 ‘천공의성 라퓨타’의 OST ‘너를 태우고’였다. 독주하는 바이올린이 빠른 템포로 절정에 치닫다가 음이 끝나는 순간 넓은 분위기의 웅장한 합주가 이어졌는데, 땅을 딛고 달리다 높고 멀리 뛰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악보의 끝을 조금씩 늘어지게 당기는 듯한 연주 스타일은 벅찬 감정과 미련이 함께 느껴져 좋았다. 피아노, 하프, 바이올린의 독주와 함께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었던 지브리 페스티벌. 모두가 한 번은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보며 억압된 세상에서 벗어나는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어른이 된 지금의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지브리의 주인공들처럼 의지와 자유를 되찾는 삶인가, 혹은 연주자들처럼 열정적인 삶인가. 많은 기대와 순수한 고민, 꿈을 안을 수 있었다.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 하면 쉽게 대답할 수 있는 게 없다. 어린 시절부터 갖고 있었던 동심과 꿈, 열망. 또 성인이 되고 새롭게 가진 꿈 등 우린 나이를 먹으며 더 많은 중요함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것 같다. 무겁다고 생각하면 무겁고, 생각하지 않으면 책임감이 부족하다 느껴지는 세상. 잊지 말자. 우리가 무겁게 생각하는 이유는 살아가며 그 이유들을 순수한 꿈에 하나씩 매달았기 때문이다.

 

센과 하쿠처럼, 수많은 지브리의 노래처럼 우리의 정체성을 잊지 않고 살아간다면 더는 무거울 것도, 또 부족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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