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트족과 은둔 청년
최근 ‘알지?’라는 어플리케이션을 다운 받았다. 출석을 하거나 간단한 퀴즈 등을 맞추면 포인트 적립과 동시에 10원씩 기부되는 어플리케이션이다. 일정 금액 이상 포인트가 쌓이면 포인트를 기부하거나 기프티콘으로 변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알지?’의 미션은 단순한 광고성이 아닌, 사용자에게 수어를 알려주거나 분리배출 방식 등 간단하면서 유익한 정보를 제공한 뒤 퀴즈로 맞추는 형태로 사회의 전체적인 인 식 개선에 도움을 주는 것이 매우 매력적이었다. 그러다 눈에 띈 포스트 하나가 있었는데, ‘니트족과 은둔 청년은 다르다’는 내용이었다. 당연히 다른 말이지 않은가. 니트족과 은둔 청년은 단순히 보아 호칭도 다르다. 그렇지만 우리가 자주 접하는 뉴스나 다양한 미디어를 보면 은둔 청년이 마치 니트족처럼 ‘놀고 싶은‘ 사람으로 비춰질 때가 있다.
올해 본 뉴스 중 가장 충격적이고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은 뉴스는 ’놀기만 하는 청년이 늘었다‘는 주제의 짧은 뉴스였다. 그 뉴스에서는 요즘 MZ 청년들의 삶을 단편적으로 소개하며 대학 졸업 후 취직 준비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당연하게도 댓글엔 ’그런 청년이 늘어나긴 했다‘는 것과 ’놀고 싶어서 노는 것이 아니다, 그 원인이 나오지 않는 뉴스라 편파적이다‘라는 양가적 반응이 분분했다. MZ, 좁게 따지면 Z세대인 나는 이 뉴스가 전한 내용에 오랫동안 슬퍼했다. 세대에 따라 갈리는 의견 차이와 뉴스의 단편성이 마치 사람들의 ’세대에 따른 이미지‘가 더욱 각인되는 현상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Z세대인 내가 정보를 모아보았다. 우린 정말 놀고만 있는 걸까?
빚을 껴안고 졸업하는 대학생들
2025년이 되고 대학교 등록금이 인상되며 청년들은 조금 더 커진 학자금 대출의 빚을 지고 사회 생활에 나아가게 된다. 내가 다니고 있는 학교도 약 4.9%의 등록금 인상을 하였다. 당장은 크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겠지만 그로 인해 학교에서 더욱 양질의 교육을 받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물론 자잘한 학교 시스템의 변화는 분명 있겠지만 막상 매일 과제를 하고 교수님의 강의를 듣는 하루살이 대학생으로서는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국가 장학금이란 감사한 제도가 있지만, 이를 받지 못하는 대학생의 경우 사회 초년생이 될 때를 가정해 보았다. 평균적으로 한 학기 등록금이 360만 원일 경우, 졸업 시 2880만 원의 빚을 떠안게 된다. 이는 내가 다니고 있는 대학교의 문과 등록금을 간략히 정리한 것인데, 이과나 예체능의 경우 더욱 큰 금액을 납부하게 된다. 4년제 대학 졸업생과 고등학교 졸업생의 초봉 차이가 극명하기에 대학에 안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다.
대학교만 다니는 것도 충분히 성실한 대학생이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도 적지 않다. 나 역시 과외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학교를 다녔다. 재학생 인증을 하면 사업자 등록증 없이 과외를 할 수 있기에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과외를 선호한다. 아르바이트의 경우는 뉴스에 끊임없이 거론되는 ‘사장님과 알바생의 악순환’을 빼놓을 수 없다. 주휴수당은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일을 했을 때 나오는 추가적인 수당이다.
요즘 알바몬이나 알바천국 등 유명한 아르바이트 사이트의 공고를 보자. 주 2-3회, 14시간 이하의 아르바이트 공고를 자주 접할 수 있다. 이전에 내가 일했던 공덕역 근처 음식점 사장님의 경우 아르바이트 급여를 독특하게 책정했는데, 주 3회 3시간씩 일을 하지만(대부분 공감할 수 있는 피크 타임인 11시-2시 시간대였다.) 분 단위로 월급을 주었다. 2시에 퇴근한다면 카드를 찍어 1시 59분일 경우 1분을 차감하는 방식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2시를 넘겼을 때 더 주는 것도 아니었다. 충분히 사장님의 재량이라 하더라도 이해할 수 없었던 건, 출근 카드를 일하는 도중에 찍어야 했고, 퇴근 카드는 아직 퇴근하지도 않았는데 사장님이 퇴근을 도와주겠다며 찍어주었다. 뉴스에 나오지 않은 다양한 사연이 있겠지만, 단 세 시간을 위해 두 시간 동안 출퇴근 준비를 해야 할까 의문이 든다. 매출이 적어 바쁜 시간대에만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만, 종일 일하고 돈을 착실하게 버는 게 아니라 아르바이트생 입장에선 아쉬울 뿐이다. 돈을 잘 벌지 못하는 청년들은 이제 삼포세대의 ‘결혼 포기’를 넘어서 ‘연애 포기’를 하기도 한다.
포기하기 싫은 N포 세대
연애를 왜 포기하는가? 이유는 돈이 없어서였다. 대부분의 연애는 로망을 실현하고자 하는 욕구로 인해 예쁜 카페를 가거나 맛있고 뷰가 좋은 식당을 찾아 가게 된다. 또 함께 여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다양한 데이트를 즐기고자 한다. 데이트 비용 20만 원 시대는 훨씬 지났다. 이렇게 소비될 수밖에 없는 데이트 비용을 줄이고자, 전체적인 생활 지출을 줄이기 위해 연애를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언제든 자유를 추구할 수 있고,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다는 Z세대는 선택의 폭이 한없이 좁다. 하다못해 지금의 청년 세대가 처음으로 ‘부모님보다 못 사는 세대’가 되었다고 하지 않는가. 설문 결과 현재 한국인들은 삶의 행복 1순위로 ‘물질적 풍요’를 꼽았다고 한다. 가족의 사랑이나 배우자, 혹은 심신의 안정이 아닌 돈을 꼽았다는 것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결핍이 드러난다.
다시 졸업생의 이야기로, 혹은 졸업 예정자의 시간으로 돌아가보자. 취업을 하기 위해 대학생 시절 이뤄야 하는 공모전이나 체험형 혹은 취업연계형 인턴. 슬프게도 ‘생 신입’으로 취직하는 건 지난 세대의 이야기다. 대부분 3년 이상 경력직을 기업의 신입으로 뽑고 있다. 관심 있는 기업의 채용 공고를 살펴 보면, 당장 졸업한 사회 초년생은 짧으면 3개월에서 반 년, 길면 1년 동안 계약직으로서 채용되고, 그 뒤에 채용 유무가 결정된다. 만일 그 뒤에 채용되지 못할 경우, 공기업의 경우 반 년에서 1년의 취준 기간을 날려버린다. '순삭' 당하는 청춘, 이것을 미디어에서 말하는 ‘놀고 있는 청년’의 슬픈 이면이라 말하고 싶다. Z세대가 정말 다 포기하고, 정말 놀고 싶어 노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누구나 기성 세대가 된다
우리의 7080 부모님 세대를 보면, 당시에도 오렌지족이나 폭주족 같은 별칭을 붙여 문제아 이미지를 형성했다. 그렇다면 기성 세대가 다 오렌지족인가? 다니고 있는 대학교의 교수님이나 회사의 부장님을 떠올려보면 오렌지족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마찬가지로, ‘일이 힘들어서 며칠 만에 노쇼한 아르바이트생’이나 ‘정말로 놀기만 하는 2030 백수’는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다. 어느 세대든 문제아와 모범생이 공존한다.
요즘 기업들의 단골 면접 질문 중 하나는 ‘MZ 세대에 대한 본인의 생각이 어떠한지’ 묻는다고 한다. 질문에 숨어 있는 핵심적 의도는 질문 자체가 아니겠지만, 자체로서만 따지자면 한데 묶인 세대적 특징이 가슴 아프게 느껴진다. 우리도 언젠간 기성 세대가 되고, 나중엔 알파 세대의 문제점이 대두될 것이다. 그 뒤의 미래 세대들도 마찬가지다. 빙산의 일각만을 보고 전체적 크기를 가늠할 수 없다. 몇 개인의 특징이 하나의 세대에 특정되지 않기를, 단편적인 이야기에 하나의 세대에 묶이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