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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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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유난히 변덕이 심한 날씨를 보는 것 같다.

 

비가 엄청 내리기도 했고 겨울처럼 히트택을 입기도 한 4월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벚꽃이 피면서 봄이 성큼 다가왔다. 봄을 제일 좋아하고 특히 벚꽃을 사랑하는 나지만 봄은 5월 '가정의 달'을 준비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꽃집을 운영하고 있는 나에게 3월, 4월은 어버이날 준비를 위해 여러 가지를 고민하고 생각해야 하는 시기이다. 자영업자로 올해가 벌써 3번째 어버이날이지만 점점 더 어려워지고 생각이 많은 것 같다. 그러다가 문득 '나는 왜 과정을 즐기지 못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고민하는 과정에서 즐거움보단 부담감, 걱정이 많은 편이다. 어떤 상품을 할지 선택하고 카네이션 색깔, 디자인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생각이 많다. 그리고 샘플을 만들고 나서 내 상상대로 구현이 됐을 때 그 결과물에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다. 경험이 부족해서 일 수도 있고 해보기 전에 머릿속으로만 상상하는 것이 어려워서 일 수도 있지만 올해는 조금 더 과정을 즐기면서 일하고 싶다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4월 중순이 되었는데 나는 과연 과정을 즐기고 있는가? 하면 시원하게 "즐기고 있다!"라고는 말을 못 하겠다. 나는 내 일을 하는 과정에 잘 됐으면 하는 마음도 있고, 작년과 재작년보다 더 발전했으면 하는 욕심도 있기에 부담감과 스트레스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내가 과정을 즐기지 못하는 것을 알았고 그 이유를 찾아가면서 오히려 마음은 편안해졌다. 당장 바뀔 순 없더라도 내가 나의 상태를 잘 알아서 그런지 나를 다독이고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도 당황하기보다는 빠르게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유연함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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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분야에 나보다 훨씬 이 업계에 오래 있던 꽃 선배이자 친한 동생이 내가 받는 스트레스를 안타까워하면서 마음을 편하게 먹으라고 조언해 줬던 기억이 난다. 내가 잔뜩 긴장하고 날 서 있을 때 다른 사람들의 말이 사실 잘 들리지는 않는다. 또한 그것을 들었을 때 내 긴장이 바로 풀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나를 생각하는 말들을 들었을 때 용기를 얻고 내 스스로 긴장을 풀려고 이것저것 하는 것을 보면서 내 상태를 아는 것, 타인의 이야기를 수용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학원 강사인 친구가 말해줬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오후부터 밤늦게까지 밥도 못 먹고 강의를 하는 친구를 보면서 안 힘드냐고 물어봤는데 대답이 인상적이었다. 친구는 육체적으로 힘들어도 그게 정신적인 힘듦까진 이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때 나는 어떤 사람인지 생각했을 때 난 육체적으로 힘들어지면 정신적으로도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라 바쁜 시즌에는 최대한 육체적으로 쉴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줘야 한다고 느꼈다. 이렇게 나에 대해 또 알아가는 것 같다.

 

내가 지금까지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 중 하나는 바로 '나에 대해 알아가기'를 꾸준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단한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에 대해 끝없이 생각해 보기도 하고 '왜 그러지?'라면서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이 정말 중요하다고 본다. 나를 이해하고 알아가야 타인을 수용하고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는 변화하는 내 스스로를 잘 알아가며 살아가고 싶다.

 

아직 5월 시즌이 시작하진 않았지만 올해는 느낌이 좋다. 적어도 과정의 조금을 즐길 줄 알게 되었으니깐. 괴로움을 갖고 있더라도 약간의 편안함을 느낄 줄 알았다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큰 수확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마음을 갖고 다가오는 시즌도 잘 마무리하고 싶다.

 

이 글을 보는 누군가가 혹시나 자기의 일상에 긴장감과 답답함을 가지고 있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숨 한번 크게 쉬고 나아갔으면 하는 응원의 마음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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