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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이토록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가장 느린 행위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최근 2030 세대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텍스트힙’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텍스트힙이란 글자를 뜻하는 ‘텍스트’와 멋있다, 개성 있다는 뜻의 은어 ‘힙하다’를 합성한 신조어로 독서하는 것이 멋지다는 의미에서 등장한 말이다.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의 영향으로 활자를 읽는 행위가 힙하게 여겨지면서 독립 서점계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독립 서점은 독립 출판물을 위주로 한 다양한 책들을 다루는 공간으로, 독서와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남다른 체험을 제공한다. 저자와의 만남, 독서 모임, 워크숍 등의 이벤트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어 독자와의 소통 또한 놓치지 않는다. 책을 구매하기 위해 온라인 대형서점을 주로 이용하던 이들이 동네의 작은 서점에 모이는 이유는 독립 서점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색 있는 기획에 있을 터.

 

오늘은 다채로운 문화적 경험을 선사하는 서울의 독립 서점 두 곳을 소개해볼까 한다.

 

 

 

1. 1세대 독립서점, 유어마인드


 

유어 마인드는 2009년부터 국내외 독립 출판물을 판매하는 책방이다. 주택을 개조하여 만든 복합상점 2층에 위치하고 있다. 지도를 따라가더라도 주변을 유심히 둘러보지 않으면 지나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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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무성한 풀들이 반겨준다. 동화 속 세상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듯 기대감을 안고 발걸음을 내딛게 만든다.

 

내부에는 곳곳에 창이 나 있다. 책은 햇빛에 취약해 서늘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창문 너머의 풍경을 보고 계절의 변화를 포착할 수 있도록 한 실내장식에서 책방 주인의 섬세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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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대에는 독특한 형식의 만화나 소책자, 책방 주인이 발송한 뉴스레터를 모아 출판한 책 등 평소에는 접하기 어려운 책이 많았다.

 

책갈피와 엽서 같은 문구류들도 한편에 자리하고 있어 문구 덕후들이 온다면 심호흡을 크게 해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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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어마인드는 ‘언리미티드 에디션’이라는 독립 출판 & 아트북 축제를 주최하기도 한다.

 

개인 창작자들의 작업물을 소개하고 주 관객층인 아트북 애호가들에게 무한한 영감을 선사하는 이 페스티벌은 매해 총 2만 명이 방문하는 큰 행사로 독립 출판 시장의 활성화뿐 아니라 지역 경제의 활기를 북돋고 있다.

 

 

 

2. 망하기 전에 놀러오세요, 소수책방


 

소수책방은 인스타그램 소개 글부터 남다르다. ‘망하기 전에 놀러오세요’라고 적힌 문구를 보자마자 할 일을 모두 제쳐둔 채 달려가고 싶은 충동이 절로 든다.

 

마음이 가장 가난할 때 서점의 문을 열었다는 책방 주인의 말마따나 나 역시 마음이 가난해지면 꼭 이곳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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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오마주해 꾸민 창은 공간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담당한다. 푸른 어항에 들어온 물고기가 된 느낌이 나는데 그 오묘한 색감 아래서라면 어떤 책도 술술 읽힐 것이다.

 

책을 읽거나 사색에 빠지기 좋은 다양한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안락한 소파 좌석부터 널찍한 테이블까지 한 공간을 다각도로 즐기기에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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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은 사람들에게 어떤 사유를 할 수 있게 하는 장소가 되어야만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이곳에서는 매월 달라지는 질문지를 받아볼 수 있다. ‘낙엽이 옷 위에 떨어질 때,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나요?’와 같이 일상의 쳇바퀴에 올라타 있는 우리에게 자신을 돌아볼 소중한 질문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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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비정기적으로 커뮤니티를 모집하기도 한다.

 

시인이 직접 진행하는 시 창작 수업처럼 교양을 쌓을 수 있는 프로그램도 열리는 한편 루미큐브 대전처럼모두가 소소하게 즐길 수 있는 활동도 있다. 책을 판매하는 서점을 넘어 타인과의 연결을 독려하는 장소로 기능하고 있는 귀한 장소다.


오늘만큼은 안팎의 소란스러움에서 잠시 벗어나 고요에 머물러 보는 것은 어떨까? 사색을 든든히 지원해 줄 좋은 독립 서점이 곳곳에 있을 터이니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

 

무심코 지나쳤던 서점에 앉아 자신의 이야기 하나, 타인의 이야기 하나에 귀 기울여보자. 일상 속 여백을 너그러이 받아들였을 때 내일을 박차고 나아가, 벅차게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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