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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왜 미술관에 갈까? 미술관에서 경영 지식과 리더십을 배울 수 있다고?

 

나에게 미술관은 영감을 주는 곳인데. 그런 걸 어떻게 배울 수 있는 거지.

 

그런 반신반의한 마음이 이 책을 읽게 만들었다.


근면과 성실은 더 이상 차별화 포인트가 아니다. 남다른 감성, 시대를 뛰어넘는 통찰력, 분야를 넘나드는 통섭력을 갖춘 문제해결 능력이야말로 진정한 능력으로 평가받는 시대가 왔다. 이 시점에서 필요한것이 바로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요인으로부터 다른 영역에 있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것’을 의미하는 이연연상 능력이다.


생각해 보면 나도 작품의 진행이 막혔을 때 미술관의 엉뚱한 곳에서 영감을 얻고 전혀 관련 없는 책을 읽으면서 해결책을 발견하고는 했다.


세계에는 다양한 미술관이 있고 그 미술관이 설립된 과정을 들여다보자 의외로 배울 수 있는 게 정말 많았다. 그중 몇 가지 인상 깊었던 미술관을 가져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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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 미술관_빌림의 미학


 

어렸을 땐 모든 걸 혼자 하는 게 편했다. 누구와 같이 일을 하는 방법도 알지 못했던 점도 있다. 언젠가 뮤직비디오 한 편을 완성했을 때 과연 이걸 나 혼자 만들 수 있었을까 하고 크게 깨달은 경험이 있다.

 

모리 미술관은 유명한 작품 한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무후무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모리 미술관은 처음 개관을 준비하며 미술관 선진국의 노하우를 들여오기 위해 옥스포드 현대미술관과 스톡홀름 현대미술관에서 큐레이터와 디렉터로 활동했던 영국인 미술행정가 데이빗 엘리엇을 초대 관장으로 영입했다.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유럽 미술관의 운영의 노하우를 모리 미술관에 그대로 전수했고 수십 년간 쌓아온 미술계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신생 미술관인 모리 미술관으로서는 쉽게 유치하기 힘든 현대미술계 거장들의 전시회를 열 수 있게 했다.

 

그에 더해 고층 빌딩인 점을 이용하여 도쿄 시내의 야경을 ‘빌려’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었으며 지상층 일부 공간을 ‘빌려’ 조형물을 설치해 자연스럽게 모리 미술관이 노출되도록 했다.

 

그들은 또한 택시기사 41명을 선발하여 모리 미술관의 미술품들을 관람하는 기획 행사를 개최하여 ‘모리 미술관 구전 마케팅의 전사’를 만들어냈다.

 

‘잘 만드는 사람들의 시대’를 벗어나 ‘잘 빌리는 사람들의 시대’로 접어드는 지금. 직접 개발하기 보다 ‘빌릴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 보는 건 어떨까.


 


간송 미술관_가치는 내가 정합니다


 

전형필 그는 자신의 가치대로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 그에게 <훈민정음> 원본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 판매자는 1천 원에 구매할 것을 제안했으나 전형필이 금고에서 꺼내온 돈은 1만 1천 원이었다.

 

“책 주인에게 1만 원을 주시고, 1천 원은 김 선생께 드리는 수고비요. 이런 보물이라면 능히 이 정도 대접은 받아야지요.”

 

그런 그에게 다른 곳보다 훨씬 더 값을 잘 쳐준다라는 소문이 퍼져 온갖 사람들이 몰려와 그에게 미술품을 들이밀게 되었다.


“당대 최고의 부를 가졌지만 그를 휘두르기보다 베풀 줄 알았던 전형필, 오랜 독서 습관과 여러 스승을 모시고 배운 터라 그 누구보다 아는 것이 많았지만 뜨내기 도굴꾼에게조차 묻고 배우기를 마다하지 않았던 전형필, 늘 너그러운 인품과 여유 있는 태도를 잃지 않았던 전형필”

 

내가 느낀 가치에 따라 행동하기 위해선 항상 배우는 자세와 신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간송 전형필의 훌륭한 인품과 신념에 나는 굉장히 감화되어 언젠가 꼭 간송 미술관에 가야지 하는 꿈을 심어주었다.

 



브레라 미술관_결정적 순간


 

사람의 뇌는 첫인상을 단 3초 만에 무의식적으로 판단한다고 한다. 단 3초. 그 결정적 순간을 우리는 모든 경험에서 맞닥뜨린다. 작가는 브레라 미술관을 대표하는 작품 <키스>를 예시로 들었다.

 

평범한 배경에 남녀 한 쌍이 제목 그대로 키스를 나누는 것이 다인 작품에 사람들은 왜 그렇게 열광하는 것일까?

 

작가는 사람들이 이 작품에서 ‘함께 있음’과 ‘헤어짐’의 그 사이 어디에 있는 ‘찰나의 순간’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작품을 볼 때도 우리는 찰나의 순간에 그 작품을 사랑할지 말지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었다.

 

이를 경영에 접목한 사람이 있다. 그는 40세의 나이에 항공사에 사장으로 취임한 인물로 취임후 그가 꺼내 든 개혁안 ‘깨끗한 쟁반 캠페인’이었다.

 

그가 덧붙인 설명은 이랬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이 항공사를 평가하는 순간이 웅장한 항공기가 잘 차려입은 승무원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조사를 해보면 승객은 탑승 후 나눠주는 물수건이나 기내식이 담긴 쟁반의 청결 상태를 보고 판단을 한다고 한다. 아주 작지만 사소한 ‘순간’에 집중할 수 있어야 보다 큰 범위의 서비스 역시 제대로 관리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우리가 사는 인생의 매 순간이 어쩌면 얀 칼슨 사장이 말한 ‘항공기에 탑승한 손님에게 쟁반이 전달되는 순간’인 때가 많다고 작가는 말했다.

 

그때 그 순간을 얼마나 진심을 다해 성실하게 살펴 최선을 다했느냐 그렇지 못했느냐에 따라 이후의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로 달라진다고.

 

나는 얼마나 ‘순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무하 미술관_정답은 없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미술가 중 한 명인 알폰스 무하.

 

그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여러 일을 전전했다. 바로 그것이 무하의 그림을 어떤 독특한 경지에 이르게 만들었다.

 

작가는 이를 이른바 문어발 경영에 빗대었다. 몰락한 문어 ‘해태’의 예시를 들며 ‘이 사업을 왜 해야 하며, 우리는 그를 위해 어떤 강점을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식 없이 이어지는 사업 다각화는 몰락이라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예시를 들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작가는 정답은 없다고 말했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최선의 판단을 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고.

 

다만 어떤 선택을 하든지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하는 건,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내가 정말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라고 이야기했다.

 

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무엇으로, 누구와, 어떻게, 어디에서, 무엇을 위해 일할까?에 대해 미술관 이야기를 통해 풀어낸 책.

 

미술과 경영을 좋아한다면 그 절묘하고 조화롭게 이어지는 글에 푹 빠져서 읽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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