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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된 연극 <저수지의 인어(작 송천영, 연출 이원재)>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겪는 불안과 외로움을 솔직하게 보여줌으로써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진단하고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들을 탐구한다.


이 작품이 전하는 이야기의 흐름은 공간에 따라 셋으로 나누어지고, 그것은 주인공 철수를 중심으로 치밀하게 연결된다. 현실의 무기력한 아버지와 철수가 살아가는 공간, 철수가 쓴 글 속 멸종 위기에 놓인 인어 부자가 살아가는 공간, 철수에게는 유일한 몰입의 공간이지만 영희의 마음은 오히려 가난하게 만드는 온라인 속 공간이 바로 그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좌절과 불안을 묘사하지만, 세 줄기의 이야기가 연결되어 만들어내는 무대 전반의 이미지는 훨씬 더 거대한 우울의 심상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관객으로 하여금 깊숙한 슬픔을 느끼게 한다.


그러면서도 <저수지의 인어>가 관객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이유는, ‘동질감’이라는 감정을 유발하기 때문일 것이다. 때로는 사치스럽게 늘어놓는 위로의 말보다 나와 같은 사람이 또 있다는 동질감 때문에 위로를 얻는다. 그만큼 이 작품에는 이 시대의 청춘이라면 공감할 만한 캐릭터들과 그들의 구체적인 상황이 등장하고, 그것이 관객과 작품을 보다 긴밀히 연결시켜 주고 있다.


꿈보다 현실에 기대 살아가야 하는 철수, 무기력한 삶을 살아가는 아버지, 영문 모를 슬픔을 회피하는 경태, 외로움으로 인해 자신을 더욱 더 고립시키는 영희, 위기의 상황에서 서로 다른 선택을 하는 인어 부자의 갈등과 같은 것들이다.


작품의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을 소개하자면, 무대와 연출이다. 객석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축축하게 젖은 나무 냄새가 계속해서 코 끝에 맴돈다. 무대 세트가 전부 나무로 지어져 있기 때문이겠지만 습한 저수지의 이미지를 후각적으로도 구현한 듯한 효과로도 느껴져서 인상적이었다.


한편 무대 한 쪽에서는 극이 흘러가는 내내 ‘핸드팬’이라는 타악기를 연주하는 연주자가 존재한다. 무대에 한 시도 빠짐없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이야기에는 전혀 개입하지 않으며, 크레딧에도 ‘여자’라는 이름으로만 올라와 있어 관객 각자에게 저마다 다른 의문을 갖게 하는 존재가 아닐까 싶다. 경쾌한 듯 신비로운 ‘핸드팬’의 소리가 작품 전반에 스며 들어, 각 공간에서의 이야기를 흩어지지 않고 더욱 단단하게 엮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악기의 의미나 연주자의 존재에 관해서는 저마다 느끼고 생각하는 바가 다를 것 같아 다채로운 해석의 여지를 지닌 요소이기도 하다.


이 시대가 견디고 있는 불안과 외로움에 담담히 젖어들 수 있는 작품 <저수지의 인어>는 2월 7일(금)부터 16일(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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