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은 모임하기에 적절한 주기라고 생각한다. 바쁜 일상을 침범하지 않을 정도지만, 너무 오랜만에 만났다는 생각은 안 드는 주기. 9월부터 12월까지, 한 달에 한 번 네 번의 모임을 가진 우리는 각자 자신만의 바쁜 일상을 소화하면서 한 달에 한 번,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수많은 일과에 숨 돌릴 수 있는 여유로운 대화를 나눴다. 나의 2024년 하반기는 그렇게 채워졌다.
첫 모임이 있던 9월 중순. 당시 내 일정은 불확실한 상태였고, 이런 상태에서 꾸역꾸역 새로운 모임을 시작한 게 욕심인 것 같아 죄송했다. 다행히 서로 바쁜 와중에도 열심히 가능한 날을 찾아 무사히 모임이 진행됐다. 어수선한 상태로 첫 모임을 마친 나는 과연 남은 세 번의 모임을 잘 마무리할 수 있을까 걱정되었다. 그러나 그 걱정은 기우였고 남은 세 번의 모임은 폭풍 같던 일상에서도 글쓰기를 놓지 않게 도와준 단비 같은 시간이 되었다.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모르지 않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큰 요행을 바라지도 않고 어제와 같은 오늘만 지속되기만을 원했는데 상상치 못한 변수들이 폭탄처럼 쏟아지는 나날을 보내면서 일상을 지키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도 이 피드백 모임이 있어서 한 달에 한 번, 끈을 놓지 않고 내가 쓰고 싶은 글들을 썼다.
지난 피드백 모임은 내가 기존에 썼던 글을 중심으로 피드백을 받았다면 이번 피드백 모임에선 모임 날짜를 나만의 마감 기한으로 설정하고 새로운 글을 써서 피드백 받았다. 내가 목표로 하는 원고량을 채우기 위함이었지만, 매달 글을 써서 그들을 만나는 일은 혼란스러운 하루하루를 살아내면서도 글 쓰는 사람의 정체성을 유지하게 도와주는 어떤 의식처럼 자리 잡았다.
이번 모임에선 글의 단점을 고치기보다는 글을 매개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보냈다. 이 모임은 특별히 각자의 개성이 뚜렷했다. 영화, 음악, 그림 등 저마다 담당하는 분야가 있었고, 우리는 서로의 분야를 신기해하고 대단해하고 공감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모임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을 때, 서로의 결이 맞아서 분위기가 편안했다는 말이 나왔다. 나 역시 그렇게 느낀 터라 그 말이 참으로 반가웠다. 네 번의 모임을 거치면서 2024년이 끝났다. 격동의 2024년 하반기에 이 모임이 있어서 나름의 원고가 쌓였고, 여전히 불안하고 미숙하지만 그다지 비관적이지 않은 지금의 내가 있다.
한 달에 한 번. 서로의 일상을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너무 늦지 않게 바쁜 일상에 좋은 환기의 역할을 해준 이 모임을 소중히 기억할 것이다.
몇 년 전, <삶의 어느 순간은 영화 같아서>라는 책을 읽고 책에 직접 저자의 싸인을 받은 기억이 떠올랐다. '현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꿈꾸어요.' 그때도 나는 녹록지 않은 현실에 지치면서도 영화와 글을 사랑하는 꿈을 놓지 않고 있었다.
이 모임 덕분에 여전히 나는 현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꿈꾸는 사람으로서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