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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일본 만화영화의 비현실과 현실 믹스 [영화]

by 유민재 에디터
2024.12.30 08:47

 

 

지극히 일상적인 나날을 살아가는 주인공이 비현실적 요소를 만나 여러 경험을 하는 스토리는 일본 만화영화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다. 여기서 비현실적 요소란 등장 방식에 따라 그 형태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초능력의 발현이나 이세계적 인물의 등장 같은 비현실의 침투와 반대로 주인공이 비현실적 세계관으로 이동하는 비현실의 유도가 존재한다. 이를테면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주인공에게 타임 루프라는 설정을 이식했기에 전자에 해당하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치히로가 이세계로 들어갔기에 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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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모두 주인공의 성장이나 작품의 메시지를 포괄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지만, 장르를 표현하는 방식은 다르다. 보통 전자의 경우는 주인공이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련의 일을 주변에 알리지 못하거나 알려도 믿지 않는 우스운 장면들이 연출되며 작품이 끝날 때까지 주인공의 비밀이 주변에 밝혀지지 않기도 한다. 후반부를 제외하면 비교적 귀엽고 유쾌한 분위기로 흘러간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그 예시다. 타임 워프라는 초능력을 얻은 마코토는 시간을 되돌려 과거로 가는데, 그 때마다 꽈당 하고 넘어지는 모습이 반복되며 웃음을 자아낸다.

 

반면, 후자는 주인공의 주변이 비현실적이기에 그것에 집중하느라 진지함은 물론 신비하다. 비현실적 세계관 속 사람들을 기준으로 주인공이 이세계인이 되는 것이기에 관객은 주인공의 시선에서 신기하고 엄숙한 장면들을 맞이하는 것이다. 이에 맞게 연출로도 주인공이 제 발로 걸어 들어왔다기보다는 이끌렸다는 듯한 표현을 내보인다. 그래서 대개 결말에는 그동안의 이야기가 꿈이었다는 장면이 등장한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그러하다.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터널로 들어간 센이 그 속에서 가오나시, 용, 여러 요괴들을 만나며 이상하고 기묘한 일들을 겪지만, 마지막에는 그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센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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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여러 일본 만화영화들이 두 가지 구조에 따라 스토리를 전개한다. 비현실의 현실 침투 구조에 해당하는 영화는 <너의 이름은.>, <이웃집 토토로>, <벼량 위의 포뇨> 등이 있다. 먼저 <너의 이름은.>에서는 타키와 미츠하에게 영혼 바뀌기, 시간 초월 같은 비현실적 능력의 현실 침투로 일상의 변화가 생긴다. 이로 인해 벌어지는 사고들은 둘의 다툼과 사랑을 일으키며 극의 분위기를 한껏 귀엽게 만든다. <이웃집 토토로>는 특히 아이들이 엄마를 보러 병원을 방문한 장면에서 알 수 있다. 토토로와 고양이 버스에 대해 어른인 엄마는 알지 못하며, 심지어 고양이 버스는 꽤 거대한데도 누군가가 알아차렸다는 묘사마저 없다. <벼량 위의 포뇨>에서는 포뇨의 존재를 주인공과 엄마밖에 모르며, 파도의 생명화나 바닷 속 이야기는 극중에서도 제대로 아는 이가 없고 오로지 관객들만이 아는 정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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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비현실의 현실 유도에 해당하는 영화는 <고양이의 보은>, <미래의 미라이>,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등이 있다. <고양이의 보은>은 하루가 트럭에 치일 뻔한 고양이를 구해주고 그 고양이가 답례로 자신들의 세계에 초대하며 본격적으로 이야기는 시작되는데, 말이 초대일 뿐, 하루는 정신을 차려보니 말하는 고양이들의 세계에 있다. <미래의 미라이>에서도 쿤쨩은 여러 시간선으로 알 수 없는 방법에 의해 이끌려 이리저리 옮겨진다. 이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전작인 <괴물의 아이>에서도 볼 수 있다. 대개 결말에서는 그동안의 이야기가 꿈인 듯 싶지만, 그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 그만의 특징이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는 다른 세계로 발을 들이는 순간을 모호하게 연출했다는 차별점이 존재하지만, 꿈처럼 묘사되는 점은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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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흔하지 않지만, 개입을 넘어선 비현실과 현실의 공존은 비현실처럼 실체하지 않는 것에 소중함을 일깨우는 데 효과적이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썸머 워즈>, <용과 주근깨의 공주>는 가상세계를 판타지적 세계관으로 접근하며 공존을 시도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 구조가 쓰이는 연유는 무엇일까.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에 따라 이야기 구조는 달라진다. 단적으로 얘기하자면, 비현실만이 존재하는 판타지물에 비해 현실과 비현실의 믹스에서 비현실은 그 등장 자체가 작품의 메시지를 비유하고 있다. 이러한 메세지로는 용기나 사랑 같은 주인공의 성장을 위한 조건이 대부분이다. 비현실적 요소로 메세지를 전하는 이유는 주인공의 연령과 관련있다. 대개 주인공들은 10대다. 10대들이 할 법한 상상으로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들(꿈, 우정, 용기 등)을 묘사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비현실의 현실 침투에서는 삶에서 쉽게 느낄 수 있는 교훈을 집중적으로 전하며, 비현실의 현실 유도에서는 스케일의 확장 만큼 더욱 많은 메세지를 담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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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세지를 전하는 데에 있어 이러한 전통은 일본 만화영화계의 거목과도 같은 지브리 스튜디오에서부터 시작되어 왔다고 생각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추측컨대 <천공의 성 라퓨타>를 시작으로 이어져 온 지브리 스튜디오의 비현실과 현실 믹스는 일본 만화영화계의 큰 영향을 끼쳤을 테다. 지브리 스튜디오에 입사 지원을 했던 호소다 마모루 감독을 보면 특히 그럴 듯 하다. 물론 애니로만 표현할 수 있는 초월적 연출이 존재하며 그것이 판타지적인 묘사를 극대화시킨다는 사실 또한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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