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십 대 초반부터 옛날 노래를 좋아했다.
친구들이 아이돌 노래에 맞춰 유행하는 안무를 따라 출 때, 나는 ‘김광석 플레이스트’를 찾아 듣는 게 더 흥미로웠다. 견고한 취향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는 일이 잘 없다. 특히나 비 오는 날이면 여지없이 옛 노래를 꺼내 튼 뒤 소리의 부딪힘에 집중한다. 취향에 이유가 있던가.
스물세 살쯤이었나. 故김광석 ‘서른 즈음에’ 노래에 꽂혔을 때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마냥 우습고 귀엽지만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여러 종류의 이별을 실감하며 나름 심란함에 빠져있을 때였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라는 대목에서는 혼자 눈시울을 붉히며 궁상을 떨기도 했다. 그의 음악을 들을 때면 살아보지도 못한 세상에 가닿게 했고, 겪어보지 못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더 이상 그의 새로운 노래를 들을 수 없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프지만, 그래서 그의 노래가 더 소중하게 느껴졌고 아껴 듣고 싶었다.

그런 내게 뮤지컬 ’바람으로의 여행‘은 특별한 기회처럼 다가왔다.
‘바람으로의 여행’은 故김광석의 대표 노래들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재구성해 소극장 콘서트와 뮤지컬을 결합시킨 작품이다.
이야기는 주인공 이풍세가 대학교 밴드부에 들어가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음악으로 한데 모인 친구들은 다 함께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며 꿈을 키워 나간다. 그 안에서 사랑이 꽃 피기도 하고 우정을 확인하기도 하고, 꿈과 현실의 경계에 서서 갈등을 키우기도 한다.
故김광석 노래를 재구성한 작품이다 보니 이야기는 노래 중심으로 흘러가기도 했다. 노래 실력이 뛰어난 배우들 덕분에 대부분의 장면이 인상 깊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은 노래는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였다.
극중 영후 어머니의 상을 치르는 장면에서 영후 아버지는 노래를 구슬프게 불렀고, 객석에서는 훌쩍이는 소리를 감추기에 바빴다. 이 노래만 들으면 생각나는 기억이 있는데 공연을 보다 문득 떠올랐다.
몇 년 전, 오랜만에 본가에 내려가 부모님과 밥을 먹고 갑작스레 노래 연습장에 가게 되었을 때였다. 친구들과 올 법한 곳을 부모님과 오다니. 낯섦과 설렘이 뒤엉켰다. 왠지 모를 어색함을 깨고자 신나는 노래를 이어 부르던 중, 아버지가 부른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는 그날의 기억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천천히, 또박또박 가사를 따라가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바라보며 박자를 맞춰주던 어머니. 늘 익숙하던 두 분의 모습이 생경하게 다가왔다. 마치 내가 닿을 수 없는 세계인 것 마냥. 기분이 이상했다. 늘 나 자신이 중심인 시선에서 부모님을 바라보았다면, 처음으로 나를 제외한 두 사람을 오롯이 바라보는 것 같았다.
다시 극으로 돌아와서, 무대 위 배우들의 모습이 먼 미래의 부모님 모습과 겹쳐 보였다. 생각해 보니 대부분의 관객들은 어르신들이었는데, 그 순간만큼은 나도 같은 듯 다른 듯, 한 마음으로 함께 눈물을 닦기 바빴다.
세월이 흘러 극중 인물들은 각자의 길을 택하며 살아간다. 늘 북적이던 밴드실도 어쩐지 휑하다. 극 후반부에는 어느새 직장인이 된 친구들이 모여 다시 한번 어릴 때처럼 노래를 함께 한다.

극이 끝날 때까지 노래는 계속해서 이어졌고, 앵콜 곡까지 진행되었다. 소극장 콘서트답게 극장 안은 열기와 감동으로 가득했다.
중년 세대에게는 추억을, 신세대에게는 현실을 돌아보며 꿈을 키워가는 울림을 전하는 공연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