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마음 속 올해의 레코드 1순위 - Now And Then [음악]

기타리스트의 ‘제 67회 그래미 어워즈’ 프리뷰
글 입력 2024.11.15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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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8일(현지시각), 제 67회 그래미 어워즈 후보 명단이 발표되었다. 그래미 후보 발표는 필자에게 여러모로 의미 있는 뉴스다. 음악을 열심히 듣는다고 들었지만, 명단에 모르는 아티스트와 앨범들이 늘 등장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올해가 벌써 다 지났다는 허망함과 더불어, 뒤늦게 후보에 오른 음악들을 찾아듣기 시작한 요즘이다.


돌아오는 그래미를 두고 국내에서 화제인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지난해에 이어서 K팝 후보는 지명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비욘세가 무려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다는 소식이다. 이로써 비욘세는 그래미 역대 최다인 99개 후보 지명 기록을 갈아치웠다.


비욘세, 테일러 스위프트, 빌리 아일리시 등. 누가 ‘올해의 레코드’를 수상할지 어김없이 토론의 장이 열린 가운데, 내 눈에 들어오는 후보가 있었다. ‘Now And Then’으로 28년 만에 후보로 지명된 비틀즈의 이야기다.

 

 

 

Now And Then


 

  

 

비틀즈. 이름만으로 설명이 필요 없는, 음악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밴드이기에. 이들의 앨범은 꾸준히 재발매되고 있었다. 다른 곡들의 거듭된 리마스터(Remaster)에도 불구, 데모 테이프 형태로 남아있던 유일한 미발매 곡이 바로 ‘Now And Then’이다.


‘Now And Then’은 멤버들 중 가장 먼저 세상을 떠난 존 레논의 곡이다. 존 사후, 폴 매카트니는 비틀즈의 이름으로 여러 차례 이 곡을 발매하고자 했다. 끝내 실행에 옮겨진 것은 2023년 11월 2일. 오랜 세월이 흘러 공개된 ‘Now And Then’은 비틀즈의 마지막 싱글로 기록되게 된다.


발매 과정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오랜 시간이 걸린 데엔 멤버들의 갈등도 있었지만, 일단 완성된 곡이 아니었다. 폴은 비틀즈 시절처럼, 부족한 곡의 구성을 채워 넣고자 했다. 문제는 세상을 떠난 멤버들의 파트였다. 존 레논의 음성이 흐릿하게 담긴 낡은 테이프를 ’신곡‘답게 만들어야 하는 기술적인 어려움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The Beatles: Get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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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었을까. 표류하던 ‘Now And Then’ 작업은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다시 급물살을 탔다. AI로 존 레논의 음성을 깔끔하게 추출해 내기 성공한 것이다. 덕분에 여든을 훌쩍 넘긴 링고 스타와 폴 매카트니는 오랜만에 ‘비틀즈’로 녹음실에 들어섰다.


음원에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이들의 플레이가 모두 등장했다. 비틀즈의 연주는 언뜻 들으면 꽤나 단순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자세히 들을수록, 숨은 필-인(Fill-In)을 찾는 재미가 있다. 단순한 진행을 단조롭지 않게 만드는, 와중에 곡 분위기를 방해하지 않는. 마디 사이사이의 즉흥연주들이 채워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현악 편곡도 인상적이다. 밴드의 명곡 ‘A Day In The Life’가 떠올랐다. 그보다 더욱 웅장한 규모의 오케스트라가 사용되어 전설에 걸맞은 무게감을 선사했다.


가장 좋았던 것은 존과 폴의 멜로디 라인이었다. 개인적으로, ‘In My Life’와 같이 개성 있는 두 보컬이 파트를 나누지 않고, 동시에 부르는 노래들을 정말 좋아한다. 허스키한 톤의 존과, 차분한 음색의 폴의 음색이 동시에 재생되면, 신기하게도 한 명의 목소리같이 들리곤 한다. 그리고 그 멜로디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동을 자아낸다. ‘Now And Then’은 처음부터 끝까지, 두 멤버가 함께 부른다. 잦은 갈등을 빚었지만, 두 천재가 만났을 때의 음악적 시너지를 그대로 재현해냈다는 것이 오랜 팬으로서 가슴에 와닿았다.


성적은 어땠을까. 당연하다는 듯 발매 직후 전 세계 차트 정상을 휩쓸었다. ‘Now And Then’은 물론, 다른 곡들도 순위권에 자리하며 전설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지난해 비틀즈의 복귀는 대중, 그중에서도 음악인들에게 많은 영감을 준 큰 ‘사건’이다. 지금 탄생하는 무수히 많은 음악들은 모두, 비틀즈의 영향 아래에 있다. 우리가 선조들의 지혜를 본받고자 하는 것처럼, 비틀즈는 뮤지션들이 필수적으로‘공부’해야 하는 존재와 같다. 비록 4명 모두 함께할 순 없었지만, 기술의 힘을 빌려 옛 시절을 재현했다는 것. 동시에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는 음악으로 재탄생 시켰다는 점에서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그래미 이야기로 돌아와서, 과연 ‘Now And Then’이 그래미에서 수상할 수 있을까? 비틀즈와 ‘Now And Then’은 제67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올해의 레코드’와 ‘베스트 록 퍼포먼스’ 후보에 올라있다. 곡 제목처럼, 밴드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 레코드가 밴드의 아름다운 피날레를 수상으로 장식할 수 있을까. 이 점을 눈여겨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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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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