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하고 묘한 외로움이 찾아올 때
난 원래 친구를 열 명, 스무 명 사귀면서 일주일 내내 만남을 지속하고 연락을 하는 그런 성격이 못 된다.
집에서 혼자 고요하게 시간을 보내는 걸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무리하면서까지 인간관계를 많이 형성하려 하지 않는다.
10월의 어느 날, 오랜만에 옛 친구를 만났다. 그는 유행에 민감하며 사람을 만나는 게 인생의 낙일 정도로 활발했다. 거의 반년 만에 만난 친구는 내가 그간 알고 있던 모습과는 달리 사뭇 가라앉아있었다. 가볍게 서로의 근황을 이야기하다가 드디어 친구가 입을 열었다.
"요즘 너무 무기력한 것 같아."
축 처져있는 친구가 너무 낯설었다.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그 친구는 긍정적인 에너지와 톡톡 튀는 행동을 해서 모두가 그 애를 좋아했다. 사람을 워낙 좋아해서 친구는 많을수록 좋다는 것이 그 애의 좌우명이었다.
사정을 들어보니 낯선 환경, 이유 없는 적의, 막막한 미래, 무너져가는 인간관계가 그 애를 이렇게 만든 것이었다. 사람들한테 상처를 많이 받았지만, 혼자 있는 것은 너무 외롭게만 느껴진다는 친구는 정말 감당하기 힘들어 보였다.
불행은 이렇게나 우리 입을 자주 빌려 출몰하고는 하는데, 왜 행복은 끄집어내기 힘든 걸까.
어쩌면 우리가 행복을 너무 거창하게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내보기
매사 혼자만 있는 것은 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내 의견이다.
단순히 맛있는 점심을 먹고, 예쁜 카페를 가는 것 말고 평소에는 잘 하지 않았대도 나를 기쁘게 하는 작은 일들을 해보자. 사놓고 한 번도 안 꺼내본 피아노 악보 연습하기, 놀이터에서 그네 타기, 제대로 된 저녁 만들어보기 같은 것들이 예시가 될 수 있겠다.
잘 하지 않던 짓을 하는 내가 어처구니가 없어 피식 웃다가도 어느새 몰입해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고 드문드문 잊고 있었던 나의 흥미가 무엇이었는지 자연스레 깨닫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내가 스스로 불행을 조금씩 희석시키는 작업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정적 속에 덩그러니 앉아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하기보다 차라리 자잘한 일들을 하면서 여러 종류의 생각을 하는 편이 공허함이 덜 들 것이다.
해가 저물고 나서 돌아보면 별것 아니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냈던 오늘 하루가 떠오를 것이다. 이렇게 보낸 하루로 인해 내가 가진 모든 공허함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나에 대해 알아가는 하루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혼자 있는 시간을 너무 외로워하지 말자, 결국 나를 다듬고 들여다보는 것은 혼자서만 할 수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