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7일에 첫 공개되었던 한일 합작 드라마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이 막을 내렸다.
한국식으로 부르자면 ‘윤오’였던 준고와 일본식으로 부르자면 ‘베니’였던 홍, 긴 이별 후 다시 만난 두 사람은 각자의 시점에서 차분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홍이 현실로부터 도망친 곳에는 준고가 있었다. 홍은 준고의 일상이 더 궁금했고 함께하고 싶었으며 그의 세계에 확실히 입성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돈과 꿈 앞에서 사랑을 앞세울 수 없었다. 홍은 낯선 타국에서 혼자 외로움을 삭이다 결국 고독 앞에서 무너져버렸다.
["사랑 후에 오는 것은 사랑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이 지나간 후에야 그 사랑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그래서 늘 후회가 남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사랑이 깊으면 깊을수록 후회도 더 깊게 남는 것 아닐까요."]
사랑은 참 모순적이다. 준고는 헤어지고 난 후 달리기 시작했다. 홍은 헤어지고 난 후 한동안은 달릴 수 없게 되어버렸다. 준고는 홍의 고독을 이해하지 못했고 준고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준고는 홍을 떠나보낸 후에야 홍의 사랑을 이해할 수 있었다.
모든 헤어짐이 그러하듯 균열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하여 후에는 걷잡을 수 없이 깨져버린다. 이별의 시작은 말이다. 해야 할 말은 삼키고 하지 않아도 될 말을 뱉는다. 그런 말들이 오고 가며 키운 균열이 결국은 관계를 깨뜨린다.

그들이 마주친 건 헤어진 지 5년이 지난 후였다. 모든 것이 위태롭고 불안했던 청춘이 아니라 출판사 실장 그리고 성공한 작가로 서로를 다시 마주치게 되었다. 준고는 쌓였던 오해를 풀고 싶지만 홍은 그런 준고를 혹은 준고를 사랑했던 그리고 상처받았던 자신을 외면한다.
그러나 진심은 언제나 통한다. 준고는 사랑 후에 자신에게 찾아온 것들에 대해 홍에게 쏟아내고 홍도 더 이상 그의 앞에서 숨지 않았고 자신을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그렇게 또 한 번의 사랑을 맞이한다.

우리는 생에서 반복된 만남과 헤어짐 속에 허무를 느끼곤 한다. 이 인연이 나에게 남기고 가는 것이 무엇일까.
과정 속에 소비한 무형의 것들, 이를테면 감정 혹은 시간들이 먼저 떠오를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사랑은 저마다의 의미를 남긴다. 처음 사랑을 시작할 때와 사랑을 이어가는 중과는 다른, 온전히 그 관계에서 분리된 채로 마주할 때가 되어서야 이해되는 것들이 있는 법이다.
그것은 단순히 ‘후회’라는 단어에 담을 수 없는 수많은 양가적인 감정이다. 숨기기 급급했던 어떤 마음과 뱉지 못한 말들, 애써 마주하지 않으려 했던 어떤 표정과 들으려 하지 않았던 어떤 이야기들이 꼬리를 물며 내적 고통을 일으킨다.
그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참을 웅크리다가 어느 순간에는 수면 위로 종종 떠오르는 감정을 가라앉힌다.
그러다 서서히 침전되기 시작할 때가 되어야 사랑 후에 오는 또다른 사랑이 마주할 타이밍이 아닐까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