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투란도트가 지난 10월 12일 올림픽체조경기장 KSPO돔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이번 공연은 특히 세계적인 오페라 축제인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이 100년 만에 최초로 한국에서 해외 공연을 펼친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꼭 가보고 싶은 버킷리스트 중 하나로 꼽히는 오페라 축제의 개막 오페라 투란도트를 한국으로 그대로 옮겨오며 한국 오페라 애호가들에게 엄청난 기대감을 불러왔다.
또 주목할 만한 점은 이탈리아 베로나의 원형 극장에 올라가는 무대세트와 제작진을 그대로 옮겨와 국내 최대 규모의 실내 공연장인 잠실 올림픽체조경기장에 구현했다는 점이다. 이번 공연의 예술 총감독을 맡은 이소영 솔오페라단장의 인터뷰에 의하면 베로나에서 해체한 무대세트의 이동 시간만 무려 45일이 소요됐다고 한다. 그 노력이 빛을 발한 덕분에, 오페라 전용 극장이 아닌 특수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공연장 내에 들어서자, 원형극장에서 오페라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투란도트의 줄거리는 고전 작품인 만큼 단순하지만,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가진 이야기이다. 고대 중국의 공주 투란도트는 자신에게 청혼하러 온 남자들에게 세 가지의 수수께끼를 내고, 모두를 맞추는 사람과 결혼하겠지만 만일 맞추지 못하면 참수형에 처하겠다고 한다. 수많은 남성이 투란도트의 미모에 반해 수수께끼에 도전했다가 참수형을 당하고 만다.
1막에서는 투란도트의 수수께끼를 맞추지 못한 페르시아 왕자의 참수형이 일어나는 중국의 한 광장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무대에 등장하는 군중은 어림짐작으로도 200명은 족히 넘어 보였고, 그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만들어내는 한 광장은 관객들이 환상 속의 중국으로 흠뻑 빠지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 무렵 전쟁으로 나라를 잃은 왕자 칼라프는 투란도트에게 한눈에 반해 수수께끼에 도전하겠다고 결심하고, 자신의 아버지와 아버지를 모시던 노예 류, 세 명의 대신 핑, 팡, 퐁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왕궁에 들어서 황제와 투란도트를 만나게 된다.
이때 2막이 새롭게 시작되며 성문이 열리는데, 화려하고 웅장한 황궁의 모습은 역시나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이탈리아에서 그대로 옮겨왔다는 무대 세트는 화려하고 웅장해서 마치 별천지를 보는 것만 같았다. 1막에서는 성문 밖의 군중들만 보여주었다면 2막이 되면 성문이 열리면서 궁궐 안팎이 대비되기 시작했다. 궁궐 안에서 일어나는 칼라프와 투란도트의 이야기를 궁궐 밖의 군중들도 관객들과 함께 바라보니 더욱 이야기에 몰입되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1막에는 남루한 군중을 중심으로 푸른색의 어두운 색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면 2막에는 황궁의 화려하고 밝은 색감이 중심이 되며 확실한 대비로 더욱더 이야기에 색을 입혔다.
그렇게 칼라프는 투란도트가 낸 세 가지의 수수께끼를 모두 풀지만, 그런데도 공주는 청혼에 응하지 않는다. 그러자 칼라프는 공주에게 자신의 이름을 맞춰보라며 역으로 질문하고 대가로 다시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다. 칼라프 왕자의 이름을 알아내기 위해 중국의 관리들이 백성들을 추궁하자, 칼라프를 사랑하던 노예 류는 그를 지키기 위해 자결하고 만다. 투란도트는 끝내 왕자의 이름을 맞추지 못하고, 칼라프는 마침내 공주의 사랑을 얻게 된다.
예술의 유통기한은 과연 언제까지일까? 고전이 지금까지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오페라 투란도트가 푸치니 서거 100주년을 기념하여 열린 만큼 시간은 점점 흐르고 있다. 시간이 흐르며 세상과 사람은 변하지만, 고전은 변하지 않는다. 오리엔탈리즘이 강력하게 드러나는 극이 서양에서 그대로 옮겨져 아시아에서 공연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그 역사성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도 관객의 발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결국 인간은 사랑을 노래하는 예술을 사랑하기 때문일 것이다. 고전이 오늘날까지 사랑받는 이유는 그 안에 담긴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과 주제가 끊임없이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관객의 비판적인 수용과 창작자의 재해석이 동반된다면 변하지 않는 고전의 가치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인간의 사랑, 갈등, 고통을 노래한 예술이 끊임없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가며 영원히 사랑받기를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