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청와대 공개 관람’이라는 소식이 들려온 지 꽤 되었지만, 이번에 공개 관람이 종료된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부랴부랴 시간을 내어 청와대에 다녀왔다. 실제로 발걸음을 옮겨 마주한 청와대의 웅장함과 고즈넉함 속에서 뜻밖의 감동을 받았다. 특히 본관의 각 방마다 자리한 예술 작품들은 마치 살아 숨 쉬는 듯한 역사의 흔적과 예술혼을 동시에 느끼게 했다. 이제 청와대 공개 관람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 혹시 다녀올 생각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필자가 직접 경험한 청와대의 예술 작품 가이드를 해보고자 한다.


1991년, 청와대 본관이 지어질 당시 자문위원단은 한국적 이미지 강조, 전통과 현대의 조화, 역사성과 문화성 강조, 전통문화예술에 대한 관심 고취, 그리고 정중함이라는 다섯 가지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이러한 원칙들은 본관 곳곳에 알게 모르게 스며들어 있다. 이전 대통령들이 이곳에서 국정을 돌보던 시절의 모든 예술 작품이 현재 남아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그 자체로 고유의 정취를 자아내며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에서 만나는 예술 작품들은 어떤 의미를 품고 있을까? 이제 그 이야기를 하나씩 펼쳐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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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본관 1층 로비에서 바로 우측에 위치한 인왕실에 들어서면 전혁림 화백(1915~2010)의 '통영항'이 다도해의 숨결을 선사한다. 2005년에 열린 전혁림 화백의 전시 ‘90, 아직은 젊다’에서 처음 공개된 이 작품은 당시 그의 구순 열정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높이 3m, 폭 6m에 달하는 거대한 캔버스 위에는 코발트블루 빛 다도해가 오방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이 그림을 본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아무런 연락도 없이 전시장을 찾았다고 한다. 그는 전 화백의 손을 잡고 “젊은 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통영 달아공원을 찾아 다도해를 내려다보며 마음을 위안받았다”고 고백하며, 이 작품을 청와대에 걸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진심 어린 청에 화답하듯, 전 화백은 4개월간 작업에 매진하여 높이 2.8m, 폭 7m에 이르는 또 하나의 대작 '통영항'을 완성했다. 이 작품은 2006년 청와대 인왕실 벽에 걸리며, 한산섬과 미륵섬 등을 어미닭처럼 품고 있는 남해안 다도해의 풍경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이명박 대통령 시기에 잠시 사라졌다가 문재인 정부 때 다시 인왕실 벽에 걸리게 된 이 작품은, 예술 작품 하나에도 시대의 변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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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발걸음을 옮겨 충무실로 향한다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이수덕(1926~2020) 작가의 '아애일일신지대한민국' 병풍이다. “나는 나날이 새로워지는 대한민국을 사랑한다”는 제목처럼 강렬한 애국심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작가의 삶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 이수덕 작가는 6.25 전쟁 당시 여군으로 참전하여 나라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절실히 느꼈고, 이러한 경험은 우리 것을 지켜야 한다는 신념과 우리 글씨를 후손에게 남겨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이어졌다.

 

그가 남긴 ‘우리글씨체본’과 양화대교, 한남대교 등 친숙한 명판들에서도 그의 글씨에 대한 사랑을 엿볼 수 있다. 힘차게 눌러쓴 예서체의 글씨들은 이수덕의 삶과 일치되어 더욱 큰 울림을 자아낸다. 분단된 조국의 통일을 염원하고 나날이 새로워지는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이 글씨 한 획 한 획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이 작품을 보는 이들에게 깊은 감동과 함께 잊혀서는 안 될 역사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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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입구 좌우 면에 장식된 김희진(1934~2021) 작가의 '청흥류소 한 쌍'이 은은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국가무형문화재 매듭장 명예보유자인 그의 섬세한 손길이 느껴지는 이 작품은 유소(流蘇)라는 전통 장식을 활용했다. 유소는 매듭, 술, 다회(多繪, 실을 합사하여 두 세 가닥 이상으로 짜서 만든 끈)의 형태로, 깃발이나 악기, 가마, 영정 등에 길게 늘어뜨리는 장식을 의미한다.

 

'청흥류소 한 쌍'은 은은한 운문단 바탕 위에 11줄의 가늘게 짠 동다회(단면이 둥글게 짜여진 끈)를 늘어뜨려 마치 전통 한옥의 창문을 연상케 하고, 그 위에 굵은 동다회로 만든 유소를 드리워 입체감을 더한다. 이 작품은 1991년 청와대 본관을 건립했을 때부터 현재까지 충무실의 문을 묵묵히 지키며 청와대라는 공간에 한국적인 품격을 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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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관 중앙 계단을 오르면, 눈앞에 펼쳐지는 웅장한 작품이 시선을 압도한다. 바로 김식(1952~) 작가의 '금수강산도'이다. 약 4개월간의 각고의 노력 끝에 옛 진명여고 강당에서 탄생한 이 대작은 조선 후기 지리학자 김정호가 1861년에 제작한 '대동여지도'를 중심으로 하여 옛 지도들을 참고하여 완성되었다. '금수강산도'는 한반도의 삼면을 에워싸고 있는 출렁이는 금빛 물결과 함께 백두산 천지에서 한라산 백록담까지 이어지는 웅장한 백두대간, 그리고 강들의 흐름을 생생하게 표현한다.

 

특히 이 작품을 제작할 당시 금색 부분은 은을 섞어 표현했는데, 30여 년의 세월 동안 산화되면서 검게 변했다고 한다. 하지만 2023년, 원작자가 직접 복원 작업을 진행하여 현재는 다시 금빛이 생생하게 빛난다. '금수강산도'를 마주하면, 우리 국토의 아름다움을 넘어 예술가의 끈기와 장인 정신까지 함께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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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2층 중앙 천장을 올려다보면 한상봉 작가의 '천상열차분야지도'가 우리를 맞이한다.

 

청와대에는 본관과 춘추관 천장에 각각 한 점의 '천상열차분야지도'가 설치되어 있는데, 아쉽게도 한도룡(1933~2021)이 도안한 춘추관 천장화는 구조물에 가려져 현재는 볼 수 없다. 하지만 본관 2층 중앙 천장에는 대형 작품이 웅장하게 자리하고 있다. '천상열차분야지도'는 동양사상의 세계관을 나타내는 천지인(天地人)에서 하늘을 상징한다. 예로부터 제왕은 하늘의 명을 받아 백성을 다스리고 왕조는 하늘의 뜻에 의하여 세워졌다는 천명 사상이 전해 내려왔다.

 

이러한 사상은 전통적으로 우주를 표현한 천문도를 통해 시각화되었으며, 청와대의 '천상열차분야지도' 작품들은 그것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결과물이다. 특히 이 작품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천문도이자 조선 태조 4년에 제작된 '천상열차분야지도각석'을 모델로 하고 있어 더욱 의미가 깊다. 청와대에서 이 작품을 올려다보면, 고요한 천장의 별자리들이 마치 역사의 흐름을 이야기해주는 듯한 신비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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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2층 접견실로 향하는 복도에는 철농 이기우(1921~1993) 작가의 '공심여일월'이 걸려 있다.

 

그는 서울에서 태어나 위창 오세창, 무호 이한복, 그리고 일본의 전각가 이이다 슈쇼에게 사사하며 서예가이자 전각가로서 독자적인 예술 분야를 개척한 선구자였다. 이 작품은 1959년 개인전에 출품되었던 서예 작품의 글귀를 차용하여 제작되어, 옻칠한 큰 나무관에 자개로 한 획, 한 획을 섬세하게 표현하여 “공평한 마음은 해와 달과 같다”는 문장을 제시한다. 이는 공정하고 평등한 국정 운영을 기원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하는 중요한 공간에 이러한 의미를 담은 작품이 있다는 것은, 청와대가 추구하는 가치를 예술로써 표현하고자 했던 노력을 엿볼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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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2층 접견실로 발걸음을 옮기면 대통령과 귀빈의 접견과 같은 국가 행사가 진행되는 중요한 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이곳 동쪽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황금빛의 나정태(1952~) 작가의 '십장생문양도'는 민화와 궁중채색화를 연구한 그의 솜씨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보물인 경복궁 자경전의 십장생 굴뚝의 문양을 참조하여 유진형이 도안하고 나정태가 채색하여 제작되었다.

 

기존 십장생도에 등장하는 학, 불로초, 소나무, 구름, 거북, 해, 대나무, 물은 물론, 기존 도상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천도복숭아가 새롭게 등장한다. 또한 학의 동작도 날개를 펼친 모습으로 등장하는 등 불로장생을 주제로 재편집된 것을 알 수 있다. 굴뚝의 우측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만자 문양으로 바탕을 채워 넣어 더욱 밀도 있고 화려한 황금빛 화면을 완성했다. '십장생문양도'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국가의 번영과 안녕을 기원하는 간절한 염원이 담긴 상징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현대의 구중궁궐이라 불렸던 청와대 속에 있던 미술품들은 그만큼 나름의 사연들을 가지고 있었다. 대통령의 진심 어린 청에 화답한 예술가의 혼, 조국을 향한 뜨거운 애국심,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려는 노력, 그리고 시대를 초월하여 이어지는 평등과 번영의 염원까지. 청와대 속 예술 작품들은 단순히 공간을 채우는 장식품이 아니라, 역사의 한 페이지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귀한 보물이었다.


이제 청와대 공개 관람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혹 아직 방문하지 못했다면, 이번 기회에 직접 청와대를 찾아 그 안에 숨 쉬는 예술 작품들을 만나보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한 점 한 점의 작품이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대한민국 역사의 한 단면을 이해하고, 우리 문화예술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깨닫게 될 것이다. 청와대에서 만나는 예술은 단순한 감상을 넘어, 우리에게 깊은 생각과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여러분에게도 청와대에서의 특별한 예술적 경험이 기다리고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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