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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우리 몸의 소리의 발전 - 해부학자의 세계

by 박수진 에디터
2024.10.21 16:44

 

 

해부학, 하면 떠오르는 것은 뭐가 있을까. 기괴하다? 무섭다? 잔인하다? 신비롭다?

 

해부는 사전적으로 '생물체의 일부나 전부를 갈라 헤쳐 그 내부 구조와 각 부분 사이의 관련 및 병인(病因), 사인(死因) 따위를 조사하는 일.'을 뜻하고, 해부학은 '생물체 내부의 구조와 기구를 연구하는 학문. 그 연구 대상에 따라 사람 해부학, 동물 해부학, 식물 해부학 따위로 나눈다.'는 정의를 가진다. 사전적으로는 잔인성이나 두려움을 일으킬 내용은 없지만, 그것이 실체화된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무서움을 일으키기도 하는 듯하다.

 

모든 학문은 발전에 역사가 있고, 그 역사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다. 해부학도 그렇다. <해부학자의 세계>에서는 여러 책에서 이야기해 온 해부학의 역사와 그 이야기들을 많은 사진과 함께 들려주고 있다.

 

 

해부학자.jpg

 

 

해부학이라고 한다면 과학적인 분야라고만 생각할 수 있는데, 미술계에서도 해부학은 중요한 학문으로 자리잡힌 시기가 있었다. 특히 저명한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는 해부를 시도하기도 했다. 한때는 고인의 시신을 훔치면서까지 사람의 인체를 연구하고 실험했다고 한다.

 

전에 미술 공부를 하고 있는 한 친구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미술 학원에 처음 가면 사람의 인체를 곧장 그리는 게 아니라 근육 하나 하나를, 신체가 조각 난 것처럼 울퉁불퉁하게 그린 후 그걸 잇는다는 것이었는데, 미술가들이 해부학이나 근육 구조, 혈관의 모습 등에 관심을 가진 것은 보다 사실적이고 아름답게 표현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추측을 했다.

 

["<모나리자>의 화가이자 헬리콥터의 설계자인 다빈치는 능숙한 해부학자이기도 했다. 그의 스케치는 놀라울 정도로 정확했는데, 날카로운 눈과 안정적 손놀림으로 시체가 부패하기 전에 재빨리 관찰하고 기록했음을 알 수 있다. 그중 많은 그림이 1510년에서 1511년으로 넘어가는 겨울에 파비아의 델라 토레와 함께 그린 것이다."]

 

["동시대 사람들에 따르면 미켈란젤로의 해부학 지식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으며, 방대한 결과물에 나타난 설득력 있는 인체 묘사는 보는 이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의 작품 속 인물은 얼굴과 동작이 친숙해 쉽게 알아볼 수 있으며, 전통적인 자세의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근육과 힘줄을 통해 실제 인물의 감정을 전달하고 긴장된 순간을 보여 준다."]

 

책을 읽으면서 깨달은 것이지만 해부학으로 인해 알게 되는 인간에 대한 것들이 단순히 미적인 것에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은 듯하다. 미켈란젤로의 이야기처럼 감정 전달이나 작품의 인물로 자아내는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쳐, 우리는 더 깊게 작품을 감상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익숙한 이야기가 하나 있었다. 앞서 잠시 언급한 '시신 도굴'에 대한 이야기다.

 

해부학의 대두는 단순히 긍정적인 결과만을 낳아주지는 않았는데, 한 가지 예시가 시신 도굴이다. 전에 읽은 어느 과학책에서 그 사건을 다루었는데, <해부학자의 세계>에도 어김없이 그 이야기가 등장한다.

 

["해부학을 공부하는 학생이 늘어나면서 동반된 두 번째 문제는 합법적으로 해부할 수 있는 시신의 수가 부족해졌다는 것이다. 1752년 살인법으로 범죄 예방 효과가 높아짐에 따라 해부할 수 있는 사형수의 시신도 줄었다. 18세기에 해부학자와 거래하며 등장한 시신 도굴꾼은 19세기 초까지 활개를 쳤다. 모든 학교에서 해부 실습을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런던에서만 475구가 해부되었고, 대부분 시신 도굴꾼한테서 공급받았다. 이런 식의 거래는 공공연하게 이뤄졌으며, 심지어 합의된 요율까지 있었다. 예를 들어 해부학 깅사는 어린이의 시신을 기본 30cm에 6실링으로 시작해 2.54cm 추가될 때마다 9펜스를 지불했다. 기형이거나 특이한 시신은 더 높은 값에 거래되었다. 대중이 해부학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것은 당연했다."]

 

위와 같은 도굴과 더불어 살인을 저지르면서까지 시신을 구하고자 했다고 한다. 영국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1832년에 해부학법을 통과시켰고, 해부 가능한 시신의 종류를 확대했다. 가령 정신병원이나 작업장에서 사망한 사람의 유가족이 48시간 동안 나타나지 않으면 그 시신은 해부를 허용했다.

 

작업장에 몰린 것은 빈곤층이었는데, 해부학법의 개정은 가난한 죄에 대한 처벌과 다를 바가 없었다는 것이 씁쓸한 결말이다.

 

["해부학법의 예기치 않은 결과는 망자의 주검에 대한 굴욕스럽고 경멸적인 공개 해부를 가난한 사람들의 몫으로 만든 데 있었다. 해부는 더 이상 범죄에 대한 형벌이 아닌 가난한 죄에 대한 형벌이 되었다."]

 

<해부학자의 세계>는 보통 설명적인 책과는 조금 다르게 사진이나 그림이 많았다. 해부학이라고 해서 사실적인 사진이 많겠다 싶을 수 있는데, 그건 아니다. 화가들이 그린 그림이나 해부학자들의 사진들이어서 책을 읽으며 시각적으로 흥미롭고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고대부터 해부학이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재미있게 풀어놓으면서 우리의 각 신체 요소들을 사실적으로 그려놓은 그림들이 있다는 점이 이 책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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