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붐은 왔는가.
아니, 오는가? 하다못해 저기 멀리서 오고는 있는가?
이건 밴드 붐이 오기를 간절히 기다리던 당신과 최근 들어 밴드 음악이 유독 귀에 들어오는 당신을 위한 지극히 주관적인 2024 부산 국제 락페스티벌 이야기.
#1. 락 붐이.. 왔나?
올해는 확실히 이상한 해다. 오아시스가 재결합을 알렸고, 린킨파크가 새로운 보컬로 복귀했으며, 라디오헤드가 모여 리허설을 진행했다. 옆동네 일본의 오피셜히게단디즘은 다음달에 내한을 하고, 부락페(부산 국제 락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였던 엘르가든도 다음달에 내한이 예정되어있다.
한국에서도 밴드형 아이돌과 밴드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제는 밴드의 이름을 모르더라도 대표곡 정도는 다들 들어본 유명해진 밴드들이 많아졌다. 이를테면 실리카겔은 몰라도 실리카겔의 'no pain'은 한번쯤 들어보지 않았을까? 공허하게만 들리던 밴드 붐 염불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물론 락이야 항상 뜨거웠지만 이제는 정말 '핫'해진 것만 같다. 그런 핫한 부락페의 특별한 점이 하나 있다면 그건 올해 부락페 3일차가 되는 날에 비가 미친듯이 쏟아졌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어디선가 공수해온 우비를 주섬주섬 뒤집어 썼고 이미 진흙탕을 넘어 늪이 되어가고 있는 바닥에 신발바닥도 질퍽했다. 그렇지만 모두가 감기에 걸릴지라도 음악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2. 사람들은 왜 락에 열광하는가
오늘의 주제로 돌아와보자. 그렇다면 이 많은 사람들은 도대체가 온몸에 비를 맞아가며 추운 날씨에 야외에서 몇 시간을 오들오들 떨면서까지 왜 락 음악에 열광하는가.
그 이유는 아마 다들 너무 지쳤기 때문일 것이다. 눈치 보는 데에 지치고 참는 데에 지쳤기 때문이다.
락은 기본적으로 해방이다. 이번 부락페의 노브레인 공연 때였다. 동행 한 명 이외에는 주위 모두 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지만 같은 리듬을 타며 비슷한 움직임이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서로 눈짓을 주고 받았다. 그리고는 어깨동무를 하고 마주보며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깃발을 없었지만 우리만의 작은 슬램존의 완성이다. 낯선 사람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포효할 때의 그 해방감이란. 끝나고도 원을 그리며 빙글빙글 돌아 여운을 즐긴 것을 보면 다들 비슷한 마음이었던 것 같다.
아무것도 몰라도, 설령 이 가수를 모르고 곡을 모르더라도 신나게 락을 즐길 수 있다. 그저 분위기에 나를 내맡기면 된다는 것. 언어를 이해하지 못해도 좋다. 거친 기타 소리와 심장에 와닿는 베이스, 템포를 맞추는 드럼은 통역이 필요가 없다. 다른 관중들이 나를 재단하지 않고 나도 남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그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공연장 위에서 나오는 소리.
공연 중 한 아티스트가 말했다. "여러분 여기서 풀려고 스트레스 꽉꽉 눌러놓은 거에요?"
그 말이 정확히 맞다.
감정의 해소와 공유. 표현이 자유롭기에 내 옆사람이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움직임만으로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라이브와 음원의 느낌이 전혀 다른 이유다. 그 감정의 공유는 옆 관중을 넘어 아티스트에게도 해당이 되기 때문이다. 보컬이 노래를 부르며 섞이는 숨소리와 기타리스트의 함박웃음 같은 것들이 생생히 전해진다.
아, 지금 여기 있는 모두가 행복하구나.
#3. 마침내 밴드붐이 온다면
특정 장르의 인기가 많아질 때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것이 있다. 무엇이 '근본'인지에 대한 논쟁이다. 밴드붐이 왔거나 혹은 오고 있는 지금 어디까지가 락인지에 대한 아웅다웅은 여전하다.
근본을 따지는 것?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문화의 성장을 방해하는 정도까지는 가지 않았으면 한다. 일단은 우리 강승윤 선생님의 말처럼 '왕'이 되어보자구요.
결국 나락도 락이고 락스도 락이고 석(돌 석)사도 락이니까. 오늘의 축제가 즐거웠다면 밴드붐은 반드시 오고야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