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핸즈>가 음악으로 그려낸 관계 변화
‘포핸즈(Four Hands)’는 두 사람이 한 대의 피아노를 함께 연주하는 음악 기법(연탄)이다. 혼자서는 완성할 수 없는 음악을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포핸즈는 두 사람의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이 되기도 한다.
tvN 드라마 <포핸즈>는 피아노를 매개로 만난 강비오(배우 송강)와 최정요(배우 이준영)의 관계를 그린다. 예술고등학교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서로를 경계하는 경쟁자에서 시작해, 서로를 이해하는 친구이자 선의의 경쟁자로 점차 가까워진다.
그러나 콩쿨 당일, 정요에게 총상 사고가 일어난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완전히 뒤틀린다. 피아니스트였던 정요는 한쪽 손을 못 쓰게 되어 지휘자가 되었고, 비오는 사라진 정요를 그리워하며 살아간다. 9년 뒤 다시 만난 두 사람 사이에는 같은 과거를 공유하면서도 전혀 다른 기억과 감정으로 충돌하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관계 변화가 음악을 통해 나타난다는 점이다. 곡 제목을 통해 한때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해 주던 두 사람의 관계가 그리움과 원망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알 수 있다.
경쟁자에서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이로
고등학생 시절 정요와 비오는 서로를 이겨야 하는 경쟁자로 만난다. 그러나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두 사람의 경쟁은 조금씩 달라진다.
이러한 둘의 관계를 ‘포핸즈’라는 연주 방식에 대입해 볼 수도 있다. 포핸즈에서는 자신의 연주만 잘한다고 해서 하나의 음악이 완성되지 않는다. 상대가 어떻게 연주하는지 듣고, 그에 맞춰 서로의 속도와 강약을 조절해야 한다.
이처럼 이들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서로의 연주를 이해하고 도와주는 관계로 발전한다. 그런 의미에서 고등학생 시절의 정요와 비오는 자연스레 포핸즈와 같은 관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녹턴 (Nocturne)에서 네메시스 (Nemesis)로
고등학생 시절 둘의 관계가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이 정요가 비오를 생각하며 녹턴 (Nocturne)을 편곡하는 장면이다. 쇼팽의 녹턴은 밤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담아낸 곡이다. 정요가 비오를 떠올리며 이런 곡을 만들었다는 것은 두 사람의 관계가 이전과는 달라졌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듯하다.
이후 사고로 인해 관계가 완전히 달라진 다음 이 장면을 다시 보면, 두 사람 관계의 차이가 더 크게 다가온다.
9년이 지난 지금, 두 사람의 관계는 완전히 달라졌다. 비오에게 정요는 여전히 그리운 친구다. 반면 정요에게 비오는 9년 전 사고와 함께 남아 있는 원망의 대상이다. 정요는 그 사고가 비오의 사주로 일어난 것으로 오해하고 있기 때문에, 비오에게 자신의 고통을 돌려주어 망가뜨리고 싶어 한다.
그리고 비오에 대한 정요의 감정의 변화가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곡이 바로 ‘네메시스 (Nemesis)’다.
네메시스는 인과응보, 응당 받아야 할 천벌을 의미한다. 9년이 지나, 정요는 비오에게 자신이 작곡한 네메시스를 연주해달라고 부탁한다. 녹턴에서 시작한 관계가, 9년 뒤 네메시스로 변하기까지. 같은 사람을 향한 곡의 제목이 이렇게 달라졌다는 것만으로도 두 사람의 관계가 얼마나 변했는지를 보여준다.
정요는 네메시스를 통해 자신이 겪었던 배신의 감정과, 사고 당시 몰아치던 공포를 비오가 직접 느끼게 만든다. 자신이 의도한 감정을 비오가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 계속해서 몰아붙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요가 원하는 것은 작곡가의 의도를 완벽하게 담아낸 연주가 아니다. 자신이 사고 당시, 그리고 지난 9년간 겪어 온 고통을 비오가 그대로 느끼고 체감하길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네메시스는 단순한 복수의 곡이라기보다, 정요가 9년 동안 가지고 있던 감정을 비오에게 전달하는 가장 잔인하면서도 예술적인 방식처럼 보인다.
다시 포핸즈를 연주할 수 있을까
둘의 관계가 이전과 달라졌음에도, 두 사람은 여전히 서로의 음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요는 비오를 원망하면서도 자신의 곡을 비오에게 연주하게 하고, 비오는 정요를 그리워하면서 그의 곡을 연주한다. 둘 사이 감정과 방식은 완전히 달라졌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서로를 통해 음악을 완성해 나가고 있다.
따라서 <포핸즈>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한때 서로를 성장시키던 관계가 어떻게 그리움과 원망으로 변해가는지를 음악을 통해 보여준다는 점이다.
앞으로 남은 회차에서는 이 둘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낼지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정요가 품어온 원망의 끝은 어떻게 될지, 비오는 콩쿨 사건의 사실을 어떻게 밝히게 될지. 한때 서로를 가장 잘 이해했던 두 사람이 다시 함께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을지, 남은 이야기가 그 답을 어떻게 풀어낼지 지켜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