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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목화솜 피는 날 [영화]

눈물 나면 나는 대로 살라

by 김윤 에디터
2024.07.13 14:45

 

 

“눈물 나면 나는 대로 살라” [목화솜 피는 날]에 나오는 대사이다. 최근 이와 비슷한 말을 들었는데 가슴에 박혀버렸다. 좋은 의미로 무너져 내렸다. 체내의 모든 수분이 증발하듯 한참을 쏟고 나니 나조차도 몰랐던 숨통이 트였다. 이 대사를 어디엔가 남기고 싶다. 이 영화를 어디엔가 남기고 싶다.

 

[목화솜 피는 날]은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개봉한 영화이다. 최초로 세월호 선체 내부를 영상에 담았다. 실제 유가족으로 구성된 극단의 배우들도 참여했다고 한다.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를 각자 다른 방식으로 기억하고 애도함을 보여준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투쟁하다가 기억을 잃고 안산-진도-목포를 떠도는 아빠, 그런 남편을 방치한 듯 보이지만 실은 누구보다 그를 이해하고 눈물을 토하는 엄마, 아빠마저 잃게 될까 두려운 큰딸, 정신없이 일단 현장으로 가야 했던 이들, 학생들로 가득 찼던 텅 빈 버스를 모는 기사, 참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안고 살아가는 주민들. 어디까지가 참사 당사자이고 어디까지가 아닌지 모르겠다.

 

영화 제목은 왜 목화솜일까. 극 중 라디오 내레이션을 통해 이를 알 수 있다. 목화나무에 꽃이 핀 후에 열매가 맺히고 그게 터지면 목화솜이 된다. 목화솜은 시집가는 딸을 위한 솜이불, 아기들 면 기저귀, 장례에 쓰이는 광목천까지 새롭게 태어난다. 목화솜에는 삶과 죽음 행복과 슬픔이 모두 들어있다. “우리 경은이도 팡 하고 다시 필 거야. 목화솜처럼. 누군가의 아이로 다시 태어나서 예쁘게 잘 크고 있을 거라고.” 엄마의 눈물이 목화솜을 피운다. 우리 모두의 바람이다.

 

엔딩 크레딧도 놓칠 수 없다. 끝으로 갈수록 먹먹함이 배가 된다. 아버지를 분한 박원상 배우가 세월호를 방문한 학생들에게 내부 공간을 자세히 설명한다. 실제 유가족 아버지의 안내 모습을 떠올리며 연기했다고 한다. 침몰하는 110분 동안 학생들은 얼마나 두려웠을까. 엉킨 16명의 학생들을 한 명씩 안아 올렸을 때의 잠수사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세월호 참사를 외면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충격적이고 슬프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지, 지나간 일이니 떠올리지 말아야지, 바쁜 일부터 끝내야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나. 하지만 무의식은 알고 있었다. 기억해야 함을. 세월호 참사를 다시 언급해도 될까 예상치 못한 반응이 생기진 않을까 망설였던 점도 부끄러웠다. 과거를 기억하고 애도하고 싶은 마음에 더 이상 외면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짧은 글을 남긴다.

 

기억과 애도에 대해 생각하던 중 그동안 떠나보내야 했던 몇몇 얼굴이 스쳐갔다. 기억하고 싶을수록 지우고 싶은 얼굴들. 내가 살기 위해 외면했던 얼굴들.

 

바다를 보면 한 친구가 보인다. 먼저 다가와서 밝게 인사해주던 친구가 있었다. 각종 음식과 스포츠를 좋아하던 친구였다. 서핑하러 간다며 즐거워하다 싸늘하게 돌아왔다. 소식을 듣자마자 주저앉았던 기억이 있다. 바다보다 산을 좋아하는 이유가 이 때문인지도 모른다.

 

타인의 죽음은 나의 일부를 상실하는 것과도 같다. 그 친구와 함께할 때의 나 역시 함께 떠났으니까. 아는 친구가 가도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데 유가족은 오죽하랴. 감히 상상할 수 없다. 평생 가슴에 묻을 수밖에. 애도는 다함없다.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나부터 기억하고 싶다. 그 어떤 참사도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는 없지만 떠난 이와 남은 이들을 위한 충분한 애도가 있어야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때 더 성숙하게 품고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매듭짓고 싶은데 이 글은 유독 결론을 짓기 참 어렵다. 여전히 조심스럽다. 무한 퇴고의 굴레를 벗고 저장을 누른다. 눈물 나면 나듯이 막히면 막히는 대로 열어둬야겠다. ‘목화솜’이 피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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