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대'라는 힘 - 세월: 라이프 고즈 온 [영화]

기억은 우리 모두의 것이고, 연대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글 입력 2024.03.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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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라이프 고즈 온_메인 포스터.jpg

 

 

영화 〈세월: 라이프 고즈 온〉은 ‘세상 끝의 사랑’이라는 팟캐스트 녹음 현장을 중심으로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씨랜드 수련원 화재 참사, 민주화 과정의 국가폭력 등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각종 사회적 참사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참사 이후를 살아가는 방식을 묻고 답한다.

 

영화는 사회적 참사 피해자의 유가족들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 참사로 인해 억울한 상실을 겪어야만 했던 유족들의 순수성을 의심하고,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로 인해 아픔을 무참히 짓밟히는 상황에서도 참사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다 안다.”라는 말 한마디로 가슴 깊이 연결되고, 내 자식 남의 자식 할 것 없이 서로 돕기 위해 발을 벗고 나선다.

 

그러나 이러한 연대의식은 참사 이후를 살아가는 피해자 유족들 사이에서 끝나지 않고, 스크린을 통해 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관객들에게까지 확장된다. 비록 직접 겪은 일은 아니더라도 함께 울고 함께 기억할 수 있다면, 더 나아가 똑같은 일이 또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함께 힘을 모으고 함께 소리를 외칠 수 있다면 과연 어떤 연대의 조건이 더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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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나의 생일파티가 있던 날이었다. 엄마는 거실의 텔레비전을 큰 소리로 켜놓은 채 주방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고, 학교에 다녀온 나는 친구들을 맞이하기 위해 펴둔 커다란 상 앞에 앉아 뉴스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배를 타고 제주도에 수학여행을 가던 고등학교 언니와 오빠들에게 사고가 났단다. 바다 한가운데에서 배가 침몰했다나. 카메라에 잡힌 배는 한쪽이 심하게 가라앉은 모습이었지만, 이상하게 그리 정신없고 다급한 분위기로 보이지는 않았다.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은 전원이 구조되었을 만큼 구조 작업이 순탄하게 진행되어 가는 것처럼 보였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된 것은 그때부터였다. 어느 순간 뉴스 화면 상단에 적혀 있던 구조자 수가 실종자 수로 뒤바뀌었다. “전원 구조”가 오보였다는 말과 함께 생중계 화면에서는 사망자 집계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나는 아직도 그 황당한 장면을 잊을 수가 없다.

 

그날의 생일파티가 어떻게 흘러갔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 같이 둘러앉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신나게 웃고 떠들다가도, 때로는 침울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이어졌던 것 같다. 친구들이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우리는 다시 텔레비전을 켜 뉴스를 확인했고, 그날 밤 엄마는 악몽을 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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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광 기억(flashbulb memory)’. 정서적인 각성을 일으키는 놀라운 사건에 대한 생생한 기억이라는 뜻이다. 직접적이든, 직접적이지 않든 간에 결국 우리는 모두 세월호 참사를 겪었다.

 

지금으로부터 십 년이 지난 2014년 4월 16일의 장면이 여전히 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그날을 살았던 수많은 이들도 여전히 그날의 기억을 품고 살아가고 있을 것이기에.

 

언젠가는 우리도 피해자와 제삼자라는 경계를 허물고 하나가 되는 날이 오리라는 희망찬 기대를 해보고 싶다. 우리 사회에서 끊이지 않고 반복되는 재난을 막기 위해서는 책임을 정확히 묻고 제도적 장치를 재정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이끄는 힘은 우리가 손을 맞잡을 때 비로소 피어나기 때문이다.

 

사회적 참사의 민낯과 연대에의 희망을 다룬 영화 〈세월: 라이프 고즈 온〉은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두고 오늘인 3월 27일 극장에서 정식 상영을 시작한다.

 

 

[윤채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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