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고유한 작품세계에 대한 고찰 - 서울일러스트레이션 페어 2024

글 입력 2024.07.0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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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일러스트레이션 페어가 지난 7월 4일부터 7월 7일까지 코엑스 C홀에서 열렸다. 일러스트레이션을 대표하는 행사인만큼 이번에도 역시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1000여개의 부스에 작가들과 스튜디오가 참가했고, 기업 참여부스는 물론 해외작가 존도 따로 존재했다. 원한다면 그림 도구들에 대해서도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수많은 부스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그림체와 소재와 상상력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행사 자체가 오랜 시간에 걸쳐 한국을 대표할만큼 큰 규모가 되었고, 유명한 작가들도 대거 참가하다보니 다소 복잡할 정도로 참가 인원이 많았다. 특정 부스에는 오픈런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쉴새없이 밀려드는 계산 행렬에 정신이 없는 곳도 있었다. 부스 하나하나에 할당된 공간이 대부분 그리 크지 않다보니 전시장 전체가 조금은 협소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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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유현준은 어느 영상에서 도시분석을 하며, 거리에 시선을 빼앗길만한 흥미로운 이벤트가 많을수록 ‘걷고 싶은 거리’의 유미의한 조건이 된다고 말한적이 있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전시장은 대단히 흥미로운 장소였다. 처음 전체 부스를 한 바퀴 돌며 훑어볼때는 꽉 찬 사람들 때문에 정신이 없기도 했는데, 관심이 가는 부스를 찾아보고자 마음먹고 살펴보기 시작하니 그만큼 도파민이 폭발하는 장도 없었다.


한동안 일러스트레이트 시장은 강아지나 고양이 위주의 귀여운 캐릭터가 유행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여전히 그러한 소재와 그림체가 주류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지만 이번 행사에서는 보다 다양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루고있는 소재나 그림체가 보다 다양해졌다고 느꼈고, 훨씬 더 다채로운 굿즈들을 준비해 선호도를 실험하는 장으로 활용하는 것이 느껴졌다.


게다가 일부 작가들은 원화 작업물을 함께 들고오기도 했다. 그중에는 기존에 디지털 작업만 하다가 새로운 시도를 한 작가도 있었고, 원화 작업물을 디지털로 옮기거나 디지털 작업물을 원화로 옮겨낸 이들도 있었다. 디지털 작업에도 넘버링을 부여하기는 하지만, 작품의 오리지널리티를 보장하거나 희소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필요한 단계라고도 들었다. 그 둘의 우열을 구분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지만 다양한 시도를 하는 작가들의 모습을 가까이서 살펴보는 것이 즐거웠다.


날짜나 시간대, 구역에 따라 인파가 몰리는 정도가 달라 그때그때 행사에 대한 경험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겠다고는 느꼈다. 필자는 7월 4일 오후쯤에 참여했는데, 초반에는 사람이 많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보다 여유있게 관람할 수 있었다. 관심있는 작품이 있는지 차분하게 살펴보고, 상황에 따라 작가님들과 대화를 나눠볼 수도 있어서 처음에 기대했던 것보다 더 의미있고 즐거운 관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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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수히 많은 일러스트 작품이 도처에 깔려있는 거리를 지나다니면서 나의 취향에 대한 생각을 했다.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 나의 이목을 이끄는 작품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들에는 어떤 특징이 있는지 한번쯤 생각해보았다. 우선 강아지나 고양이, 토끼가 있으면 대부분 그냥 쉽게 지나쳤다. 나 역시 귀여운 그들의 작품을 좋아하고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나의 시선을 멈추게 할만한 특징들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난 그저 고양이 강아지를 귀엽게 그린 작품보다는 고유한 작품세계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질문이 생긴다. 고유한 작품세계란 무엇인가. 소재의 측면에서 구분되거나 표현의 측면에서 구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일상에서 발견하거나 상상에서 끌어오는 사람, 그리하여 남들이 그리지 않을 법한 것을 그리는 사람. 혹은 일상적인 것들을 가지고 오더라도 특별하고 구체화된 감정을 느끼게 하거나 보편화된 인식을 발견하게 하는 작품들이 해당될 것이다.


예를 들면, 이번에 내 발걸음을 멈춘 작품중에는 푸른색의 공간을 유영하는 신비로운 해파리가 있었고, 뜬금없는 계란 후라이가 있었다. 후라이를 걸어둔 작가의 그림 중에는 반려견을 그린 것도 있었는데, 초록색과 주황색이 섞인 독특한 색감으로 강아지를 표현해내기도 했다. 자신이 창작한 수많은 캐릭터를 띠부띠부씰로 만들어 전시한 작가도 있었고, 게임의 한 장면처럼 상상속 순간들을 표현하는 작가도 있었다. 할머니들이 직접 그린 그림과 글을 작품으로 만들어낸 사회적기업 이랑고랑도 눈길이 가는 부스 중 하나였다.


일전에 인터뷰를 진행했던 싸비노 작가님도 이번 행사에 참가했는데, 일상의 작은 순간에서 특유의 그리움과 보편정서를 이끌어내는 그의 작품 역시 이런 ‘고유한 작품세계’를 구축해낸 작가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귀여운 것에는, 그저 예쁜 것에는 일러스트가 가야할 미래는 없다. 일시적으로 인기를 끌어 꽤 많은 수의 굿즈를 판매할 수도 있을테고, 기술적 완숙도가 뛰어나다면 사람들의 눈길을 어느정도 뺏어올 수도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안에는 이야기가 있어야 하고 그만이 탄생시킬 수 있는 고유의 인식이 살아숨쉬어야 한다.‘ 귀여운 것들은 귀엽다는 것으로 그 존재의미를 다했다’는 기분 좋은 말도 있지만, 그런 작품들의 역할은 딱 거기까지이다. ‘음- 귀엽네/ 으악 귀여워!’ 딱 이 정도 말이다. 물론 나도 귀여운 그림을 좋아한다. 친한 누군가가 그런 스티커를 선물로 건네주거나 카페 옆자리에서 책에 그려주었다면 아마 사랑이 담긴 눈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많은 작품들과 작가님들을 한 자리에 모아두고 찬찬히 살펴보다보니 그 안에는 분명 빛나는 작품과 작가들이 있었다. 어쩌면 나의 취향에 깊게 관여하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들 안의 특별함을 보았다. 고유한 작품세계를 가진 이들은 결국 시간에 걸쳐 주목받을 수밖에 없고, 일러스트라는 시장과 예술씬을 견인해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 그들이 충분한 보상과 주목을 받을 때까지 자신의 작품세계를 고집스럽게 구축해나가는 일에 소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건 정말로 시간 문제에 불과할테니 말이다. 언젠가 그들 곁에 동료 작가로 설 수 있다면 좋겠고, 문화예술을 사랑하고 글을 쓰는 입장에서 그들을 끊임없이 소개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더라도 팬의 자리에서 오래오래 바라볼테니 좋은 그림 많이 그려주시길! 스스로의 취향에 대한 고민과 앞으로의 기대와 충분한 만족감을 가지고 2024 서울일러스트레이션 페어에 대한 감상을 적는다.


서울일러스트레이션 페어에서는 좋은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고, 그 작품을 작업한 아티스트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해볼 기회도 있다. 다양한 작품을 살펴보면서 자신의 취향에 대한 윤곽을 그려볼 수도 있을 것이고, 일러스트레이션 판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나 관심의 깊이를 더할수도 있는 즐거운 행사이다. 다가올 해에는 아티스트로써든 관람자로써든 꼭 참여해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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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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