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Something About Us 2024 - 왠지, 뛰어야 할 것 같다는 거지. [공연]

퓨전재즈 앞에서 우린 공통적으로 뛰었다.
글 입력 2024.07.06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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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8일 (금), 홍대 KT&G 상상마당 라이브 홀에서 두 퓨전 재즈팀의 합동 공연이 펼쳐졌다. 재즈를 베이스로 펑크의 리듬과 록 사운드가 돋보이는 한국의 여성 3인조 밴드 A-Fuzz, 그리고 트럼펫 연주자 치히로 야마자키를 중심으로 독특한 사운드를 보여주는 밴드 Chihiro Yamazaki + ROUTE14 (치히로 야마자키+루트 14) 밴드.


공연장에 들어서니 의자가 하나도 없었다. 의자로 가득 채워진 모습이 필자의 상상마당 라이브 홀의 첫인상이기도 했고, 퓨전이긴 하지만 ‘재즈’ 공연이니 왠지 앉아서 관람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터에 약간은 당황, 다소 신선하다고 느꼈다.


이 모습에 심상치 않음을 느꼈고, 당황한 눈빛을 주고받은 동행자 H에게 이 타이밍에, 이 질문을 하면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넌 재즈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올라?”


H는 재즈에 관심은 있지만, 많이 들어본 적은 없는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짧은 고민 끝에 ‘오후의 따뜻하고 나른한 연주가 생각난다’는 답변을 했다. 필자는 퓨전재즈도 나름 찾아 듣고 관련 기고글도 썼었지만, 공연장에서 의자가 없다는 사실에 당황한 것을 보면 얼추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이미지는 H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했다.


다만 필자는 재즈란 ‘자유로움’이라는 인상을 가장 크게 전달한다고 생각한다. 열려있는 포용성 덕분에 퓨전재즈도 활발하게 개발되고, 어떤 장르와도 섞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듯하다. 더불어 재즈의 잼 - 즉흥으로 재간을 겨루는 것이 정말 큰 묘미라고 생각한다. 밴드 세션들이 서로 눈을 마주치며 ‘내가 이렇게 치면 어떻게 받아칠래?’라고 물어보는 듯 음악으로 소통하는 순간이 나오면… 이 미친 순간에 더 이상 헤어나올 수 없는 것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그 순간’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내 무대가 시작됐다. 

 

 


A-Fu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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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이의 기타 솔로가 짜릿한 시작을 알렸다. 마치 선전포고 같았다. 텍스트로 읽고 간 ‘록 사운드’가 가미되었다는 것이 어떤 건지 단박에 이해할 수 있었다. A-Fuzz라는 팀의 공연을 처음으로 접하는 필자에게는 짧고 굵은 자기소개 같이 다가왔다.


첫 곡은 ‘Drive Thru’. 김진이의 기타와 신선미의 드럼이 재즈보다는 록이 연상되는 강렬함을 주었다면, 송슬기의 키보드가 신스로 독특한 소리를 내며 재즈의 감성을 배경과도 같이 깔아주었다. 해당 공연을 위해 세션으로 참여한 강덕형의 베이스 또한 돋보였다. 상대적으로 낮은 음을 내는 베이스의 특성상 필자는 해당 악기가 족적을 남기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솔로가 아닌 이상 베이스가 가진 에너지가 전면에 드러나진 않지만, 해당 곡의 분위기나 장르를 더욱 여운 남게 해주는 악기라 느껴지기 때문이다.


필자의 기억에 가장 깊은 여운을 남긴 곡은 ‘Man From The East’와 ‘Queen’. 두 곡 모두 김진이의 기타가 저음으로 소리를 긁을 때가 인상적이었다. ‘Man From The East’의 경우 반복되는 정박의 기타가 귀에 쏙쏙 박혀 마치 가사가 있는 듯 느껴졌다. 신기한 것은 H 역시 해당 곡이 인상적이었다고 후기를 남긴 사실. ‘제목이 직관적으로 상상되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해당 곡의 제목은 West가 아닌, 절대로 East가 붙어야 할 것이다. 직접 듣는 것보다는 아쉽지만, 이유를 알고 싶다면 아래 영상을 참고하길.

 



 

 

‘Queen’을 공연하기에 앞서, 김진이는 해당 곡이 A-Fuzz의 곡 중 가장 파워풀하고, 공연을 하고 나면 에너지를 다 쓰게 된다고 소개했다. 제목에 어울리게, ‘Queen’은 곡 자체로서 당당하게 자신을 뽐냈다. 글로 치자면 서론이 끝난 듯한 부분에서 다음 부분으로 넘어가기 전, 기타, 키보드, 드럼이 서로 눈이 마주친다. 기타가 온점을 찍고 잠시 정적 - 장내의 모든 사람들의 집중력이 피크를 찍는 듯했다. 부서지듯 모든 세션이 합류하며 퀸으로서의 태도를 보여주는 연주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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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이후 발매될 앨범의 곡들을 선공개 하는 시간도 있었다. 아직 제목이 붙지도 않아 신곡 1,2로 부르는 따끈한 소식. 폭발적인 에너지의 첫인상보다 다소 섬세한 강약 조절에 드럼과 키보드가 더욱 돋보였다. A-Fuzz의 다양한 음악 스펙트럼을 느낄 수 있는 앨범이 되리라 기대하며, 발매되는 날을 기다리게 되었다.

 

 


Chihiro Yamazaki+ROUTE 14 (치히로 야마자키+루트 14)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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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그램 같은 텍스처의 옷을 맞춰 입고 Chihiro Yamazaki + ROUTE 14(치히로 야마자키+루트 14)밴드가 무대 위에 올랐다. 그들의 첫 곡은 ‘Sprout’.


한 곡만으로 장내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브리가 연상되는 청아한 키보드의 음색에는 옅은 푸른색이 느껴졌고, 스타카토로 끊어치는 기타는 힘 있게 흙을 밀어내는 새싹 같았다. 밴드의 연주에 익숙해질 때쯤, 숨을 한 템포 마신 뒤 치히로 야마자키의 트럼펫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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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기가 메인이 될 때마다 느끼는 것은, 다른 악기들보다 유독 ‘말하는’ 듯한 감각을 준다는 것이다. 연주자의 호흡으로 이어지는 연주라 그런 것일까? 치히로의 트럼펫이 차갑고 딱딱해 보이지 않고 유연해 보였다. 잔잔한 분위기의 ‘If’를 부를 때는 조심스레 이야기를 건네듯 길고 무거운 숨을 내뱉었고, ‘ESCAPE’, ‘Spice of Life’와 같이 밝은 곡에서는 춤을 추며 한껏 장난스러워졌다. 그렇게 눈가가 따뜻해지는 곡들과 미친 듯 소리 지르게 만드는 곡들을 번갈아 배치하며 밴드와 관객들은 하나로 이어지는 경험을 했다.


곡 사이사이 치히로가 밴드를 대표해 멘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전원 일본인인 탓에 번역가가 올까 생각을 했으나, 예상을 깨고 그녀는 모든 멘트를 한국어로(!) 준비해왔다. 잘 기억이 안 나는 부분은 어피치 공책을 꺼내 보며 진심을 다해 말을 이어갔다. 멘트 중 치히로가 “여러분… 들어요?”라는 멘트를 했다. 관객들이 아리송한 표정을 지으니 그녀는 아차 하며 노트를 잠시 보더니 “아! 마음에!”라고 외쳤다. 모두가 행복하게 웃었고 크게 들려오는 대답 - “네-!”


마지막 곡 ‘Japan’의 현란한 연주를 마치고 우리는 밴드를 보낼 수 없었다. 앵콜 소리가 점점 커지고 밴드는 퇴장을 채 마치지 못하고 다시 웃으며 무대로 올라왔다. 9월에 칠포재즈페스티벌에서 A-Fuzz와 함께 공연한다는 깜짝 스포일러와 함께, ‘Do it!’으로 그들의 앵콜이 시작되었다.


A-Fuzz가 ‘Queen’의 정적에서 세션들과 눈을 마주친 순간 같이, Chihiro Yamazaki+ROUTE 14 (치히로 야마자키+루트 14)밴드 역시 앵콜 곡에서 ‘그 순간’이 있었다. 키보드와 기타가 즉흥 솔로로 서로 음을 주고받으며, 관중들은 소리 질렀고 치히로의 점프에 함께 따라 뛰었다.


공연이 끝나고 H와 나는 눈에 엔돌핀을 가득 안고 서로 쳐다봤다. 130분을 꽉 채워 뛰고 소리 지르느라 사지는 엉망이었지만 미칠 듯이 기분이 좋았다. A-Fuzz와 Chihiro Yamazaki+ROUTE 14 (치히로 야마자키+루트 14) 밴드. 그들의 재즈는 뭔가, 왠지, 우리를 뛸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그날, 여러분의 음악으로 모두가 연결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その日、皆?の音?でみんなが?がる??をしました。ありがとうございまし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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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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