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가짜인 줄로만 알았던 선택은 진짜 성장을 만든다 - 다우렌의 결혼

글 입력 2024.06.1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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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봉을 꿈꾸며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 카자흐스탄에 도착한 조연출 ‘승주’.

 

하지만 현지의 고려인 감독 ‘유라’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예정된 결혼식을 놓치게 되며 다큐멘터리 촬영에 문제가 생긴다.

 

한국에서는 연출을 해서라도 다큐를 완성해 오라는 압박을 가하는데…

 

이때 ‘승주’의 다큐멘터리 촬영을 돕던 ‘유라’ 감독의 삼촌 ‘게오르기’는 가짜 신랑, 신부를 구해서 결혼식을 찍자고 하며 ‘승주’가 신랑 ‘다우렌’이 된다.


“지금부터 가짜 결혼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이 다큐 찍는 게 맞나…?

 

 

다큐멘터리는 자고로 팩트가 생명이다. 하지만 「다우렌의 결혼」에 등장하는 승주는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을 거짓으로 적어서 낸다. 이 사실이 방송사 담당자에게 들키자 승주는 이제 '진짜 같은 거짓'을 만들어내기로 결심한다.

 

「다우렌의 결혼」은 주인공 승주가 자신의 거짓을 인정받기 위해 애쓰다가 결국 진실을 받아들이게 되는 작품이다.

 

그리고 나는 이 영화를 보며 작품 속에 등장하는 각 인물이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성장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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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내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두 사람의 성장 과정을 과하지 않게, 약간의 코미디를 곁들여서 보여주었다는 사실이다.

 

작품 안에서 가장 큰 사건은 바로 승주와 아디나의 결혼식일 것이다. 이 '가짜' 결혼식을 기점으로 두 인물은 한층 더 깊이 성장한다. 가짜 결혼식을 준비하며 승주와 아디나는 각자만의 고난에 부딪히게 된다. 결혼식 장면을 촬영하지 못할 경우 거의 한국에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승주는 가짜 결혼식을 행해서라도 꼭 이 촬영을 끝마쳐야 한다.

 

아디나는 과거 양궁 선수로 활동하고 더 큰 곳으로 나아가길 바랐으나 아픈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이 마을에 남게 된 인물이다. 아디나의 방 안에 어릴 적 양궁 선수로 활동했던 사진, 한국의 풍경 사진 등이 걸려있는 것으로 보아 그녀는 아직도 양궁 선수의 꿈을 놓지 못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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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작품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바로 아디나가 가짜 결혼식을 승낙한 장면이다.

 

처음에는 '한국에서는 결혼식을 가짜로 하느냐'고 말할 정도로 이 작전에 회의적이었던 그녀이다. 그러나 가짜 결혼식을 올렸을 경우 마을 사람들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난 후 마음이 크게 동요한다.

 

나는 이 장면을 보며 아디나가 어떤 사람인지 전부는 아니지만 조금은 알 수 있었다. 본인이 원하는 것을 조금 억누르는 한이 있더라도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렇기에 그녀가 가짜 결혼식을 택하는 것도, 더 넓은 세상보다는 마을에 남는 결정 또한 전부 이해할 수 있었다.

 

(승주는 물론) 아디나는 가짜 결혼식은 마을 사람들을 속이는 행위이기에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뒷감당은 생각하지 않고 다소 즉흥적으로 일을 벌리는 듯해 보이지만, 덕분에 마을 사람들은 한곳에 모여 마음껏 기쁨을 나눌 수 있었다.

 

그녀의 바람대로 오랜만에 마을에 열린 큰 축제로 마을 사람들은 모두가 밝은 미소를 머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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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커다란 갈등 서사를 담고 있지 않다. 자극을 추구하기보단 무던히 흘러가고 잔잔한 여운을 주는 편이 맞다. 그러나 나는 겉으로 보여지는 갈등만 크지 않을 뿐 인물들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강하게 진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굳이' 가짜 결혼식을 올린다는 점은 이들의 성장 서사와도 관련 있다. 승주는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가짜 결혼식을 올린다는 방법을 선택한다. 이 선택은 승주와 아디나에게 모두를 속이는 것 같다는 죄책감을 선사해 주며 이따금 왜 이 선택을 했을까 후회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 선택으로 인해 두 사람은 스스로에게 성장과 관련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영화 촬영을 위해 먼 타국에서 가짜 결혼식을 올린다는 설정은 언뜻 보기엔 다소 납득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독특한 설정의 「다우렌의 결혼」은 결국 돌고 돌아 우리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꿈을 위해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하는지, 그 선택이 과연 옳은 것인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할 수 있게끔 도와준다.

 

마지막 장면에서 두 사람을 중심으로 드넓게 뻗어나가는 바다는 정말이지 아름다웠다. 그 바다로 보이는 갈치에 객석에서는 피식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대부분의 일반적인 로맨스 영화처럼 두 사람이 이어지는 결말이었더라면 조금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작품은 두 사람의 로맨스만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작품이 절대 아니다. 승주와 아디나는 헤어지고 난 후 각자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그리고 본인의 역할을 묵묵히 해낸다. 그러던 두 사람이 다시 재회하게 된 곳이 바로 바다이다. 그들의 꿈처럼 깊고 드넓은 바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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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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